지난 해 12월 31일 한국은행(이하 韓銀) 금융통화위원회는 10만원권과 5만원권을 2009년 상반기 중 발행하기로 의결했다.
韓銀은 같은 해 5월2일 「고액권 발행계획」을 발표한 후 14차의 화폐도안자문위원회 회의 및 국민여론 수렴 결과 등을 바탕으로 김구(10만원권)와 신사임당(5만원권)을 도안(圖案)인물로 최종 확정했다.
<여론조사 1·2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은 배제?>
그러나 韓銀은 인물선정 과정에서 공청회(公聽會) 등을 거치지 않음은 물론 「자문위원」과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이승만·박정희 前대통령이 1·2위를 차지했음에도, 한국은행이 자의적으로 김구를 낙점했다는 의혹도 있다.
김영봉 중앙대 교수는 16일자 조선일보 칼럼에서 『여론조사에서는 박정희 이승만 두 前대통령이 압도적 1·2위를 차지했지만 예비후보에도 끼지 못했다』며 『두 분이 「초상인물로는 가치가 있지만, 찬반양론이 거세질 것 같아」 임의로 후보 군에서 탈락시켰다고 韓銀측은 설명한다』고 말했다.
실제 韓銀은 지난 해 6월 성인남녀 1,000명과 사회각계의 지도급인사 150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의 여론조사를 실시했었다. 그러나 韓銀은 이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치 않아서, 김영봉 교수 주장의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담당자인 발권정책팀 이승윤 팀장은 『당시 여론조사는 참고용(參考用)이었는데, 여론조사를 공개하면 그 결과를 따라야하는 것처럼 되기 때문에 비공개해왔다』며 『당시 이승만·박정희 前대통령이 1·2위를 차지했는지에 대해서도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비공개된 자문위원들이 도안인물 선정>
「밀실․졸속 선정」 주장에 대한 의견이 나오는 또 다른 이유는 익명(匿名)의 「전문가들」에 의한 의사결정구조에 있다. 韓銀은 지난 해 초 역사학·사상사·과학사·미술사·철학·문학·그래픽디자인 분야 등 각계 전문가 8명과 한국은행 부총재(의장), 발권국장 등 총 10명으로 화폐도안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자문委는 지난 해 6월 고액권 도안인물 후보를 20명 추천한 뒤, 11월 들어 이 가운데 10명을 압축했고, 12월 다시 김구와 신사임당을 추천했다. 韓銀은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협의를 거쳐 12월31일 김구와 신사임당을 최종 선정했다.
자문委는 고액권 도안인물 선정과정에서 전적인 권한을 행사해왔지만, 韓銀은 『자유로운 논의와 독립적 판단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자문위원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발권정책팀 이승윤 팀장은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 불가피하게 비공개로 했다』며 『내년 상반기 사업이 최종 완료되면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 며칠 동안 국민의견 체계적 수렴(?)>
韓銀은 지난 해 8월7일~21일과 12월7일~12일 홈페이지에 「국민의견 게시판」을 운영하는 등 『국민여론을 체계적으로 수렴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大選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인터넷 의견 수렴이 과연 「체계적 국민여론 수렴」인지 논란의 대상이다. 인터넷에 올려진 의견 역식 『홍보 검토차원이었다』는 게 당시 韓銀의 설명이었다.
인물선정 과정에서 단 한차례의 공청회도 없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韓銀은 11월 보도자료를 통해 『고액권 관련 공청회는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 및 각 사회단체의 선호도에 따라 다양한 주장이 있을 수 있다』며 『후보인물 선정 곤란, 합의 도출 어려움, 흠집내기 변질』 등의 이유를 제시했었다.
<승부는 처음부터 짜놓은 경기>
김영봉 교수는 『이번 10만원권 초상인물 선정은 사실상 한국근대사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를 뽑는 행사였지만, 승부는 처음부터 짜놓은 경기(match-fixing)나 마찬가지였다. 보다시피 전 과정이 조작, 은폐되고 기가 막힌 변설로 분칠됐다』며 『향후 한은의 방자한 도안 선정 과정은 반드시 감사(監査)받아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