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쌀 400만 석'인가?

400만 석이면 병사 한 명이 일년에 쌀 한 가마를 먹는다 치고 400만 북한병사가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지난 대선이 치러지기 전 어느 겨울 밤, 나는 전라도 모 지역 군청 앞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나부끼는 현수막을 바라보고 있었다. 위에서 아래로 길게 늘어진 현수막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북한동포 돕기 쌀 400만석을 법제화하라!”

곁에는 같은 내용의 플래카드도 현수막과 함께 붉은 글씨로 손을 잡고 있었다. 격렬한 그 구호는 농민의 이름으로 투쟁(鬪爭)임을 알리고 있었다.

해마다 북한에 400만석의 쌀을 보낼 것을 법으로 확정하라는 요구였다. 그래야 북한도 돕고, 쌀값도 안정이 된다는 이유였다. 쌀 400만석을 북한으로 보내서 남한 내에 남아도는 쌀을 없애면 쌀값이 안정이 된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왜 농민들이 하필이면 400만석이라는 숫자를 결정했느냐는 것, 그 양(量)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쌀이 대한민국 쌀이라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이유로 400만석을 북한으로 보낸다는 것은 북한의 식량난 해소와 남한 내 쌀값 안정에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다른 외국쌀이 그만큼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400만석인가? 필자는 지난 서해해전 때 간단한 신문 기사에서 북한 해군의 식량에 대한 실상(實像)을 깨달은 바가 있다. 서해해전 이전(以前)에 전초전으로 연평해전이 있었다. 그 연평해전에서 북한군 쾌속정과 밀어붙이기 싸움을 벌이던 우리 해군 함정은 다가온 북한군 함정에서 북한 병사가 욕을 하면서 던진 이상한 물체를 보았다.

썩은 단무지였다고 한다. 무를 소금에 절인 그것도 시커먼 단무지를 북한 해군 병사는 먹고 있다가 우리 해군 함정에 던진 것이다. 짐승도 먹지 못할 것이었다고 우리 해군은 전언(傳言)하였다. 일선에서 우리 국군과 교전을 벌일 정도로 엄중한 임무를 맡은 북한군이 그런 것을 먹고 있었다는 것은 북한의 식량난이 어느 정도인가를 짐작할 만한 사건이었다.

실제로 그 당시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의 전쟁 수행 능력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었다. 당시 북한군은 아침저녁 두 끼만 먹고 있었고, 그것도 오래된 비축미를 먹었는데, 그것은 모두 검게 썩은 것이었다고 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우린 싸울 힘이 없어요.”

그 무렵 귀순한 북한군 병사도 그렇게 말하였다. 배고파서 허약한 북한군. 그들은 당시 쓰러지고 있었다.

그러나 김대중 이후 북한군은 달라졌다고 전해진다. 북한군 부대로 수없이 부식차량이 들어가고, 이에 따라 북한군은 활기에 넘치고 있다고 한다. 아침마다 울려퍼지는 북한군부대 병사들의 아침 구호는 힘에 넘치고 있었다.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

400만 석이면 병사 한 명이 일년에 쌀 한 가마를 먹는다 치고 400만 병사가 일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쌀이다. 특수군 포함 북한 정규군이 120만, 노농적위대가 230만. 결국 쌀 400만 석이 법제화 되면, 우리는 해마다 400만에 이르는 북한 정규군과 노농적위대를 먹여 살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보낸 지원물자가 북한동포에게 가지 않는다는 것은 알려진 일이다. 식량은 전략물품이기 때문에 북한 내 모든 식량은 인민무력부에서 다뤄지고, 1차적으로 군부에 투입된다. 그러므로 남한 내 좌익들은 북한군을 평생토록 유지하는 쌀을 보내자고 한 것이다.

남자 13년, 여자는 7년을 군대에서 보내야 하는 북한. 그 젊은 청춘들이 아름다운 시절을 자기계발과 이상을 위해 살지 못하고 군대에서 보내야 하는 북한. 이 문제는 북한이 왜 가난하느냐는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다. 이 젊은이들이 군대가 아니라 산업일선에서 기업을 만들고 공장을 돌리는 근로자로 살아간다면 북한이 식량 정도를 해결 못할 나라는 아닐 것이다.

남자로 태어나서 10여년을 죽도록 군대에서 총칼만 다루다가 장년(壯年)이 되어서야 비로소 풀려나는 북한. 만약 북한이 남한침략을 포기하고 이 청년들을 지금 산업일선으로 보낸다고 가정해 보라. 군 복무를 단축시키고 남한 기업을 받아들여 그 기업에 북한군 청년들을 보낸다면 북한의 경제는 곧 살아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김정일은 선군정치, 즉 군대의 총구를 앞세우는 폭군으로 인민을 통치하고 있다. 그리고 청년들을 13년 동안 군대에 붙잡아두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남한 내 좌익들은 이 군대를 먹여 살릴 쌀 400만석을 해마다 보내자는 것이다.

400만석, 기름기가 잘잘 도는 그 하얀 쌀이 북한군으로 가 그들이 에너지가 되어 돌아오는 소리, 마침내 들려오는 그 소리를 들어보라.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

지금 북한 청년 400만 명이 남한이 보낸 쌀밥을 먹으면서, 13년을 이렇게 외치고 있음을 생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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