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성금을 낼 기분이 아니다!

잿더미가 된 남대문을 남북통일 때까지 지금 상태로 남겨두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우리 마음속에 채찍 하나를 넣어다니는 기분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2일 放火로 붕괴된 국보 1호 숭례문 복원과 관련,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민모금운동을 통해 복원키로 했다고 한다.
이동관 인수위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성금으로 숭례문을 복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李明博 대통령 당선자의 뜻에 따라 새 정부 출범 후 국민모금운동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李 당선자는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간사단 회의에 참석, “숭례문 복원 예산이 1차 추정으로 200억원이라고 하는데 이 복원을 정부 예산으로도 할 수 있지만 국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성금으로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었다.

국가가 예산으로 해야 할 일을 국민성금으로 한 경우가 과거 몇 차례 있었다. 全斗煥 정권 때 두 번이 컸다. 독립기념관과 평화의 댐. 국민성금은 그야말로 국민들이 애국심으로 흔쾌하게 내는 돈이다. 李明博 당선자가 오늘 국민성금 아이디어를 내니 인수위는 이를 즉각 기정사실로 만들어 밀어붙인다. 이렇게 시작된 돈 모으기 캠페인을 국민성금으로 부를 순 없다. 자발적 애국심에서 나온 성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여론 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리 손으로 짓자'는 발상이 나오고 이를 언론기관이 받아 자발적으로 모금을 시작해야 국민성금이다. 지금 그런 기분인가?

목조 문화재 防火 대책을 세우는 게 제일 급하다. 관계 당국의 책임 소재도 가려야 한다. 李明博 당시 서울시장이 도로 속의 섬 같았던 남대문(속칭) 주변을 공원화한 것은 잘한 일이었으나 그에 따른 화재 위험성에 제대로 대비했다고 볼 수 없다. 일단의 책임감을 느껴야 할 당사자가 서둘러 국민성금 운운하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 국민성금 자체가 전형적인 舊시대적 발상이다. 세금이 부족하고 예산이 모자랄 때 하던 일이다. 작년에 국가는 10조가 넘는 세금을 더 거두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국민성금을 거두기 위하여 언론이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보도를 할 가능성이 높다. 언론사끼리 성금액 유치 경쟁을 벌이고 여기에 편집국 기자들까지 동원되던 적도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성금을 내는 기업인들도 많이 생길 것이다. 이런 국민성금은 得보다 失이 많다. 무엇보다도 비민주적이다. 국민들은 세금을 성실하게 내는 것으로 족하다. 지금 국민들은 성금 낼 기분이 아니다. 일종의 國喪(국상)을 당했으니 겸허한 마음으로 이번 사건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볼 때이다. 권력자의 취향에 따라 역사적 건물을 부수고 역사를 조작하고 인물을 폄하하면서 정작 本業인 역사와 문화재 보존에는 誠心이 없었던 점을 반성하려면 잿더미가 된 남대문을 남북통일 때까지 지금 상태로 남겨두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우리 마음속에 채찍 하나를 넣어다니는 기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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