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 인터넷판에 난 컬러사진. 이 사진의 흑백버젼이 뉴욕타임즈 신문에 실렸었다.
회사에 도착하여 인터넷을 훑어보니, 정말 믿고 싶지 않은 광경들이 적나라하게 현실로 드러나고 있었다.
崇禮門이 어떤 문이었던가. 알게 모르게 세계속에서 한국의 상징이 된 문화재가 아니었던가? 미국(뉴욕)하면 자유의 여신상과 지금은 없어진 쌍둥이 빌딩, 프랑스 (파리)하면 에펠탑과 개선문, 중국하면 천안문과 만리장성, 일본하면 에도성이 연상되듯, 세계속에서 崇禮門은 한국의 얼굴이었다. 일례로 몇 년전 홍콩에 출장을 가 보니 국제우송서비스를 선전하는 초대형 벽보 광고가 홍콩항 근처에 있었는데, 그 광고에 그려 넣은 세계속의 주요 상징물중엔 남대문도 당당히 들어가 있었다.
내가 어려서 미국으로 이민와서 뉴욕에서 중학교를 다닐때였다. 지리시간에 미국을 제외하고 자신과 친근한 나라의 상징물을 각자가 정한 소재로 만들고, 그 상징물에 대해 조사하고 발표해 보라는 숙제가 있었다. 나는 당연히 崇禮門을 만들기로 하고 종이로 건물을 세우고 지붕을 올리고 색을 칠한 후, 마지막으로 작은 직사각형모양으로 종이를 오려 정성스레 '崇禮門”이라고 써서 세로로 현판을 올려 붙혀 숙제를 완성한 기억이 있다.
이처럼 한국과 인연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내 집 대문처럼 친근하고 소중히 여기는 건물이 崇禮門이 아니던가?
이 숭례문이, 그 장렬한 육백여년의 삶을, 단 몇시간만에 그토록 허무하게 마감했단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도 버티어 내고 6.25동란의 포화속에서도 살아남았던 이 아름답고 훌륭한 건물이, 세계 경제규모 10위라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戰時도 아니고 平時에, 디지탈 텔레비젼과 인터넷으로 생생하게 전 국민에게 중계되는 가운데, 싹 다 타 없어졌단다. 이게 도데체 무슨 일인가.
벼락을 맞았다거나, 지진이 일어났다거나, 자연적으로 화재가 발생하는등, 인간이 어찌 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었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쟁중에 외국의 군대가 쳐들어 와서 허물었다거나, 김일성군대의 포탄에 맞아 불 타 없어졌다면, 남 탓으로 돌리면서 일시적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있을테니 이토록 후손들 앞에 할 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어떻게 대한민국의 얼굴이요 국보第一號라는, 세계에 자랑하는 이 역사적 건물을, 단 한사람의 화풀이 방화로 이렇게 처참히 지구상에서 사라지도록 방치해 두었다는 말인가?
우리가 사는 지상은 천상의 낙원이 아니다. 인간이 사는 곳이다. 그렇다면 반드시 惡意를 가진사람, 정상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방화를 했다는 70대의 피의자는 “미움과 원한”에 사무쳐 그런 짓을 했다지만, 이 세상에 원한에 사무친 사람이 어디 자기 혼자인가? 억울하고 원한 맺힌 사람들이 너도 나도 국보와 보물에 불을 지른다면 지구상에 남은 문화유산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억울한 사람중 대부분은 “욱”하며 남에게 해를 가하려다가도 결국에는 이성을 지켜서 행동으로까지는 옮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간혹 남을 해하고 방화하는데 까지 가는 경우가 반드시 있다. 이러한 “만약”에 항상 대비해야 하기에, 국가라는 것이 있고, 법이라는 것이 있으며, 법을 집행하는 기구가 있고, 경찰이 있고 군대가 있는 것이 아닌가. 문화유산과 일반시민을 가까이 한다는 명목으로 근거리에서 보고 느끼게 한다는 취지는 좋다. 그렇지만 만약에 대비한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문화재 개방은 안 하는 것만 못하다. 나만 가까이서 보고 만지면 되고, 없어져서 후손들이 못 보는 것은 괜찮다는 생각과 무엇이 다른가.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요, 법을 집행하는 기관과 물리력을 다 갖추고 있는 첨단 국가이며, 이 모든것을 다 보조할 수 있는 돈이 있는 나라인데, 어떻게 이러한 나라가 國寶一號를 戰時도 아니고 平時에 이렇게 허무하게 잃어버릴 수 있단 말인가? 여기에는 필시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정치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역사와 유산을 진정으로 소중히 생각하고 지킬 마음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국민들에게도 그러한 마음이 들게끔 교육하고 홍보할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과거사를 청산하네 뭐내 하면서 각종 위원회를 만들고, 많은 건물과 유산을 때려 부수는 데는 국민세금을 물쓰듯 썼다. 같은 핏줄인 북한 동포를 굶겨 죽이는 김정일 같은 독재자에게도 국민세금을 몇억달러씩 척척 상납하였다. 이렇게 지극히 비이성적인 일에 쓰는 국민세금은 아까와 하지 않다가, 國寶一號 숭례문에 경비를 몇몇 세우는 데에는 돈이 아까와 쓰지 않았다면, 이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나라와 역사와 문화유산을 전혀 지킬만한 값어치가 없는것으로 여겼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노무현은 “좋은 전쟁이 없고 나쁜 평화가 없다”고 평화타령을 하며, 자주니 민족이니 듣기 좋은 말만 남발하였다. 그렇다면, 그 수많은 전쟁도 다 버티어 내었고, 풍족하지 않던 이승만과 박정희시절에도 꿋꿋이 지켜낸 민족의 문화유산인 숭례문을, 평화와 돈이 넘치는 자신의 정권때 싹 태워 없앴으니, 왜 이런 일이 있었냐고 후손들이 물어오면 무어라 대답해 줄 것인가.
노무현이 고용한 유홍준도 마찬가지이다. 이 사람의 책을 읽어보면 얼핏 누구보다도 문화유산을 사랑하고 잘 이해하는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사람이 항상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이상한 증상이 한 가지 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이야기만 나오면 무조건 미워하고 이들이 한 모든 것을 깍아 내리고 비판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김일성,김정일이 하는 것은 무조건 감싸고, 금강산 훼손을 비롯하여 그들이 한반도의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것에 대해서는 감히 한 마디의 토도 달지 않는다. 도데체 이 사람이 어느 나라 사람인가? 이런 사람은 북한으로 歸化를 해서 김정일한테 돈을 받아 김부자의 유산을 보호하는데 一助한다면 모를까, 이승만이 건국하고 박정희가 지키고 발전시킨 대한민국에서 국록을 먹으며 한국의 문화재를 지키는 문화재청장이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해괴한 人事 자체가 벌써 숭례문이 타 없어지는 이변을 예고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자기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에서, 60년대에 불국사 석가탑을 중수할때 돌지붕을 땅에 떨어트려 한 귀퉁이가 쪼개져 없어진것에 대해 분개 하면서 그때 당시의 정권과 공무원들에게 맹 비난을 퍼붓고 있다. 몇 년 전 화재로 낙산사가 全燒되었을때, 나는 문화재청장이 된 유홍준이 과연 무슨 말을 할까하고 궁금했었다. 박정희 시절 60년대에는 돈도 없고 장비도 부족할 때이다. 이 때의 석가탑 사고에 그토록 분개했다면, 첨단장비를 갖춘 오늘날에 벌어진 낙산사 전소에 대해서는 적어도 그 열 배의 큰 유감과 사죄의 말을 할 줄로 기대했다. “저 유홍준은 첨단부자나라인 대한민국의 문화재청장으로서 그토록 흔히 발생하는 양양지역의 산불에 대비하지 못해 낙산사를 홀랑 다 태운 책임이 무겁습니다. 반성합니다. 청장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뭐 이정도의 말은 할 줄 알았다. 그랬더니 왠걸, 다음과 같은 말 같지 않은 말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차피 낙산사는 최근에 중창한 것이지 원래것이 아닙니다. 다시 지으면 됩니다. 아까운건 녹아내린 동종입니다. 그나마 홍련암은 건졌으니 다행입니다'. 세살박이 어린아이도 할 수 있는 이런 말을 일국의 문화재청장이 하고 있으니 참으로 후안무치도 이보다 더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 한국과 전혀 관련이 없는 다른 나라의 문화재청장이라도 낙산사 전소에 대해 이따위 평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러고 나서도 계속 자리를 유지하더니, 결국은 새 대통령의 취임을 불과 두 주 남기고서, 나라의 얼굴인 국보일호를 홀라당 태워 먹었다. 이제는 도저히 변명의 여지가 없는지 사직서를 썼다는데, 노무현이 일단 사표수리를 유보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 문화재청장에 그 대통령, 더 이상 무슨 기대를 하랴. 국보일호가 없어져도 문화재청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말이니, 나라가 없어져도 대통령탓을 하지 말라는, 그야말로 노무현다운 발상이라 하겠다. 하긴 얼마나 생각이 없고, 얼마나 국보일호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으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대통령이기전에 한 사람의 한국인으로서 제 살점이 타 뜯겨져 나간듯 참담한 심정입니다”뭐 이 정도의 말을 하면서 눈물로 국민에게 유감의 뜻을 전하고, 국민통합의 기회로 삼아, 잘 했다는 한 마디 듣고 물러나는 절묘한 타이밍의 정치전략조차 구사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이렇게 기본과 기초도 없고, 자기것을 소중이 여길줄 모르는 정권이 제발 이 노무현대에서 끝 났으면 좋으련만, 이명박 당선자의 인수위가 내 세우는 새 정책들을 듣고 있노라면, 새 정권에서도 뭐 별달리 기대 할 것이 없을 것 같아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해외동포의 한 사람으로 참으로 서글퍼진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가진것들을 없신여기고 파괴하는 것에 너무나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 하였습니다. 우리의 언어, 우리의 역사, 우리의 문화, 우리의 시스템, 우리의 정치제도, 우리의 군대를 소중히 여기고 지키고 발전시킵시다. 그리하여 국민과 민족의 열망을 한 데 모아 이북땅에 자유를 불어 넣어 북한동포를 구하고, 자유통일과 선진한국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엽시다. 그리하여 후손들에게 인류공영에 이바지 할 수 있는 통일된 자랑스러운 선진조국을 물려줍시다” 뭐, 이런 대통령다운 말을 하면 좋으련만, 입만 열면 실용과 경제 타령만 하면서 영어공부를 국시로 삼는다느니 어쩌구 하면서 또 통반장 비슷한 말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래가지고는 얼치기 민족과 자주타령을 하는 從金세력조차에게도 이길 수가 없게 되어있다. 영어쓰자는 세력과 국어쓰자는 세력으로 자칫 나뉘어 지면 경제가 백번 좋아져도 영어쓰자는 세력은 국민에게 표를 받을 수가 없지 않은가?
한자를 쓰지 않아 반신불수가 된 한국어를, 한자사용으로 바로 잡아 제대로 지키자는 논리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생각은 않고, 난데없이 외국어인 영어를 唯一神처럼 떠받드는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취임전부터 떠들고 있으니, 이런 정권이 과연 숭례문을 제대로 복원할 수가 있을 것이며, 興仁之門을 화재로 부터 보호할 수 있을까? 영어교육에는 천문학적인 국민세금을 쓴다고 하면서 숭례문은 국민들이 알아서 성금을 내서 복원하라니, 도데체 걷어간 세금을 適時適所에 제대로 쓰는 정권을 만나기가 이렇게 힘들다는 말인가?
내 주위에는 동양의 문화와 사상을 사랑하여 동양학을 전공하고 한국사와 한국어에도 능통한 미국인 학자 친구들이 몇 있다. 이들을 비롯한 많은 미국인, 서구인들이 한국에 관심을 갖는 것은 한국인들이 영어를 배우는데 목을 매는 것이 고맙고 기특해 보여서가 아니다. 이들이 한국에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이유는, 한국이란 나라엔 한국 고유의 언어, 역사, 노래, 춤등, 중국과 일본과는 또 다른 갖가지 전통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경복궁에 놀러가서 한자로 된 현판을 읽고 그 뜻 풀이를 할 수 있을 때, 영어 배우기에 바쁜 한국의 어린이들은 그 현판에 쓰인 글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 한다면, 분명히 한국의 언어 교육은 문제가 있는것이다. 한국의 소방관들이 서양식 건물에 붙은 불을 끄는 것에는 귀신인데, 한국 전통목조건물의 내부양식에 대한 기초지식은 전혀 없어서 불길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국보일호가 다 타는 것을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면, 이러한 소방관교육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러니 崇禮門이라고 써 놓고도 무슨 뜻인지 알 턱이 없을 것이며, 이 문이 어떠한 양식과 소재로 지어졌는지도 알지 못할 것이며, 이렇게 모르니 아끼고 보전하고 싶은 마음 또한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는 결국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일로 국보일호를 다 태워 없앤 것이다. 이명박은 지금이라도 新정권의 정책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민족과 국가를 위해 어떠한 일들이 장기적으로 더 중요한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 화재는 단순히 성금 걷어서 숭례문을 복원하는 것으로 끝 날 일이 아니다. 9.11 사태로 미국이 국가의 역사를 새로 쓰는 작업을 시작했듯이, 국보 일호가 平時에 타 없어 졌으니, 새로 들어오는 이명박 정권은 반드시 이 사건이 암시하는 큰 뜻을 헤아려서, 민족과 국가와 인류를 위해 한국사를 다시 쓰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