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성금, 당선인이 할 말 아니다

"‘성금으로 복원’ 발언은 당선인의 언행에 큰 오점이 될 듯…흔쾌하게 자신의 발언을 취소해야"
편집장 2008-02-13 오전 9:45:56

2008년 2월 13일, 오늘은 숭례문 소실 사건과 관련해 방화범의 범행 동기, 유홍준 문화재청장 사퇴와 당선인의 숭례문 ‘성금’ 복원 논란 등이 중점 조명되고 있으며,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지연과 새 정부 파행 출발 우려, ▲한미FTA 비준안 처리 전망, ▲첫 국민참여재판 시행 등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 숭례문 ‘성금 복원’ 논란과 관련해, 언론은 국민성금으로 숭례문을 복원하자는 당선인 측의 제안은 명백한 정부의 과실을 국민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오해의 여지가 있고, 당선인이 나섬으로써 기업들이 압박을 받게 돼 ‘준조세’ 형태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 이명박 당선인이 지난 대선이 끝난 이후로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를 보며, 오늘의 이슈 필자는 당선인에 대한 기존의 평가를 상당부분 수정했었습니다. 당선인은 시종 자신감에 넘쳐있었지만 ‘말’에서는 나름의 절제력이 돋보였었고, 정책 현안들에 대해서는 정곡을 찌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인수위가 엎지른 물을 주워 담는 것도 늘 당선인의 몫이었습니다.

- 그러나 이번 당선인의 숭례문 ‘성금 복원’ 발언은 지금까지 잘 해왔던 당선인의 언행에 큰 오점이 될 듯 합니다. 숭례문 소실에 대한 국민적 상실감을 고려해, 당선인으로선 오로지 국민들의 아픔을 고려한 ‘선의’로 그러한 아이디어를 발 빠르게 제시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최초 발상이 누구에게서 나왔는지 알 수 없지만, 당선인이 이 제안을 내놓았을 때 주변에서는 ‘탁월한 착상’이라며 찬사들이 넘쳤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 ‘만인지상’의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은 아이디어에 어느 누가 감히 토를 달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당선인이 바로 그렇게 ‘만인지상’의 지위에 있기 때문에, 또 당선인이 그러한 스스로의 입지를 미처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금 복원’ 착상은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 당선인에 대해 근본적으로 비판적인 신문은 즉각 당선인의 ‘성금 복원’ 발언이, 숭례문을 무방비상태로 일반인의 접근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과거 서울시장 시절의 ‘책임’을 모면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당선인에게는 지나친 ‘덮어씌우기’일 수 있지만, 어쨌든 ‘성금 복원’ 발언이 그러한 빌미를 제공한 것은 분명합니다.

- 숭례문 복원에 국민이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 똑같은 얘기를 당선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했다면 사실 ‘논란’의 여지가 별로 있을 수 없을 듯합니다. 어느 어린이가 돼지저금통을 털어 숭례문 복원에 필요한 기와 한 장을 헌납하고 싶다고 말했다면, 그처럼 칭찬받을 예쁜 말은 없었을 것입니다. 기본 착상에서 당선인도 이러한 경우와 다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믿습니다만, ‘누가 먼저 나서느냐’에 따라서는 이렇게 그 의미와 반응이 180도 달라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 앞으로도 당선인이 뭔가 창발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마다 주변에서는 ‘열화와 같은 호응과 찬사’가 뒤따를 것입니다. 그러나 사안에 따라서는 조금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게서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습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도 당선인에게 ‘다른 말’을 할 수 있는 배포와 식견이 구비되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대개의 경우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말씀입니다.

- 당선인은 흔쾌하게 ‘숭례문 성금 복원’ 발언을 취소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의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번 국민 앞에 설명하고, 당선인이나 인수위가 ‘성금 복원’에 먼저 나서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 일을 계기로 ‘대통령 입장’에서 할 말과 안할 말의 구분이 얼마나 심각하다는 것을 다시금 자계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각료와 참모 인선에서 감히 당선인의 판단을 스크린하겠다고 나설 인사들을 많이 기용할수록, 당선인의 국정 수행에 이롭다는 점을 새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오늘입니다.

○ 한미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해, 언론은 민노당의 실력저지는 소수당의 폭거라고 비난하고, 국회 경호권을 발동해서라도 한미FTA 비준동의안은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 한미FTA 비준 동의안이 이번 2월 국회에서 처리되어야 한다는 것은 국민의 뜻인 동시에, 이명박 당선인은 물론 손학규 통합신당 대표와 다수 국회의원들의 뜻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비준 동의안 처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야 옳을 것인데, 상임위 상정조차 되지 못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황당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총선을 앞두고 한미FTA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집단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데, 이는 정말 한심하다 못해 분노가 치솟는 일입니다. 국회의원으로서 국익을 위해 찬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당장 선거에 불리하기 때문에 미루는 태도라면 이는 나라를 배신하는 것이자 동시에 자신의 지역구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 각 당에서 ‘개혁 공천’이니 뭐니 하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만, 진정한 개혁공천의 기준은 바로 이러한 국익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부터 따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국익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 국회와 국회의원이라면, 무슨 이유로 국민들이 허리를 졸라매고 세금을 바쳐 먹여 살려야 한다는 것인지, 개탄할 수밖에 없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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