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大門(崇禮門)은 잿더미가 됨으로써 국민들 마음속에 영원히 남게 되었다. 우리가 남대문을 그렇게 사랑했다는 것을 그가 죽고나서 깨닫게 되었다. 남대문은 민족사 600년의 목격자이자 동반자였고 우리의 기억과 생활의 일부가 된 우리의 몸둥아리 자체였다는 사실을 잃고나서 알게 되었다. 남대문의 잿더미는, 게으름과 어리석음과 狂氣(광기)를 고발하는 물증이자 새로운 문화재이다.
역사적 건물은 하나의 생명체이다. 영광과 오욕을 다 체험한 기억으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대화를 하고 그리하여 사람들을 성숙하고 겸허하게 만든다. 역사는 건물로 표현되며 사람들은 건물을 통해서 역사를 느낀다. 崇禮(숭례)는 역사와 선조들에 대한 예의를 뜻한다. 숭례문 잿더미는, 역사를 부정하는 사람, 예의를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경종이다.
남대문은 잿더미가 되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復原(복원)되었다. 보이는 것이 사라지면 보이지 않는 것이 남는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소중할 수가 있다. 사라진 모든 것들에 대한 애정을 가슴속에 영원히 간직하며 살려면 차라리 남대문을 잿더미 상태로 놓아두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잿더미를 유리관 속에 보존하여 오가는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느끼고 생각하도록 만든다면 남대문은 죽어서 사는 것이다.
남대문 복원은 어차피 復製品(복제품)이다. 복제품은 언제, 어디서나 만들어 세울 수 있다. 서둘 필요가 없다. 적어도 남북통일 때까지라도 잿더미 상태로 보존하는 것이 어떨까? 대한민국이 戰火의 잿더미 속에서 不死鳥(불사조)처럼 일어섰듯이 남대문의 잿더미 속에서 자유통일과 一流국가 건설의 의지가 솟아날 수 있다. 건국, 호국, 근대화에 피땀 흘렸던 선배세대의 勞苦(노고)를 저주해온 背恩忘德(배은망덕)의 풍조를 잿더미 위에 던지고, 비판과 부정만을 美德視하고 건설과 생산을 不德視하는 노예근성을 잿더미 위에 던지고, 낡아빠진 주체사상을 잿더미 위로 던지고, 역사적 건물을 政敵視하면서 때려부순 어리석음도 잿더미 위에 던지고 전진하자는 다짐을 하는 장소가 되려면 복제품보다는 잿더미라는 現物이 낫다. 보이는 복제품보다는 보이지 않는 남대문의 기억이 낫다.
한국의 역사적, 정치적 심장부는 청와대-경복궁-중앙청-광화문-남대문을 잇는 축선이었다. 金泳三 정부는 역대 대통령의 고뇌가 서린 청와대내 집무실이 과거 조선 총독의 관저였다고 부숴버렸다. 건국이 선포되고 9.28 수복 때 태극기가 올라갔던 중앙청(당시 국립박물관)은 한국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건물이었다. 金泳三 정부는 중앙청이 한때 조선총독부였으니 민족정기를 회복해야 한다면서 광복 50주년을 맞는 날 이 아름다운 건물의 목을 잘랐다. 그 2년 뒤 정부는 국가부도 위기를 맞아 일본에 돈을 꾸어달라는 특사를 보냈으나 거절당하고 IMF에 구조를 요청해야 했다. 前 정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고 이 건물에 서린 한국 현대사의 기억을 깡그리 말살한 중앙청 철거는 민족정기 회복이 아니라 민족의 치욕으로 연결되었다. 권력자가 건물에 사형선고를 할 정도라면 합리적 國政운영은 불가능하다.
건국과 개발 시대를 저주하는 마음을 담아 중앙청을 때려부수고 남산외인아파트를 폭파시킬 때 환호했던 사람들이 남대문의 잿더미 앞에서는 눈물을 흘린다. 대한민국의 最高 건물 중앙청도 조선조의 最古 건물 남대문도 우리 손으로 없애버린 서울엔 잿더미라도 남았다. 이 잿더미라도 소중하게 보존하면서 게으름과 어리석음과 狂氣에 대한 경고로 삼는다면 중앙청과 남대문의 희생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남대문 잿더미는 국민 반성의 교육장이자 세계적 名所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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