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은 대통령 취임 후에 했어야

國政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하면 시작은 근사한데 마무리가 엉망이 된다. 이명박식 일 처리 방식에 의문이 생긴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서둘러 발표했던 정부조직개편안이 舊열린당의 반대로 사실상 좌절되었다. 통폐합 대상의 핵심인 통일부, 여성부도 그대로 두기로 했고, 국가인권위의 이관도 없었던 일로 되어버렸다. 이명박 당선자는 이 과정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의 기만 살려놓았다.

이 일은 권한이 없는 인수위가 할 성격이 아니었다. 이명박씨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국민들에게 개편안을 차분히 설명하고 총선을 통해서 다수 의석을 확보한 뒤 개편안을 국회에 냈어야 했다. 총선 준비에 정신이 나간 국회를 상대로, 再起를 노리는 여당을 상대로 협상을 하니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國政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하면 시작은 근사한데 마무리가 엉망이 된다. 이명박식 일 처리 방식에 의문이 생긴다.
-----------------------------------------------------------

감정싸움 하다 시간 쫓겨 한밤 급반전
어제 오후까지 협상 지연 놓고 서로 손가락질
신당 '해양·여성부 중 하나만 유지'로 돌아서
김민철 기자 mckim@chosun.com


정부 조직개편안 협상이 초읽기에 몰린 14일, 가까스로 타협점을 찾은 분위기였다.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은 14일 비공식 협상을 갖고 통일부 외에도 여성가족부 하나를 더 살리고 정부출연기관으로 전환하려던 농촌진흥청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면서 돌파구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밤 양쪽에서 모두 15일 오전 중에는 원내대표·정책위의장 등이 참여하는 '6인회동'을 갖고 합의안을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협상은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 간의 힘겨루기가 예상 외로 장기화됐다는 평이다. 여기에는 이명박 당선자 진영과 신당 손학규 대표의 감정 싸움도 한몫 했다. 이 당선자 진영이 협상하려다 신당과 갈등만 키운 셈이다.

◆심야 분위기 급반전

이날 낮까지만 해도 양쪽 입장은 전날보다 강경해지면서 타협은 물 건너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날 신당은 의원간담회를 열고 해양수산부, 여성가족부, 농촌진흥청은 반드시 '사수(死守)'하기로 결의하는 등 더욱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한나라당도 '더 이상 양보를 한다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기본 이념이 훼손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분위기는 이날 밤 급반전했다. 주호영 당선자 대변인이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이고 1~2개 더 비공식 채널도 가동 중'이라며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신당 관계자도 이날 밤 '언제까지 이 문제를 질질 끌고 가겠느냐. 내일 발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신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날 밤 9시부터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나 최종 타결을 시도했다. 안 원내대표는 회동 후 '주로 신당 입장을 들었고 이 입장을 한나라당 지도부에 전달해 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그러나 신당과 입장 차이가 커 전망이 밝은 건 아니다'고 말했다. 신당 김효석 대표는 해양수산부와 여성부 중 한 부처를 추가로 유지할 경우 타결짓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후 이날 밤 늦게 양당 협상 관계자들은 '여성부를 존치하고 농진청을 정부기관으로 그대로 두는 선에서 합의했다'고 전했다.

◆손 대표 감정 상해

이날 낮까지도 양쪽은 협상 지연 책임은 상대방에 있다며 서로를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신당을 설득하려고 노력했는데 거부당했다며 불쾌해 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이 당선자와 손학규 신당 대표의 만남을 주선했는데 손 대표가 이를 거부했다. 오만의 극치'라고 했다. 강재섭 대표는 '손 대표가 거부한다기보다는 본인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입장이 못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신당 쪽 설명은 전혀 달랐다. 이 당선자 쪽이 명분쌓기용 언론플레이만 하면서 야당 대표에게 중구난방으로 면담 제의를 하는 등 결례하고 있다는 것이다.

11일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6인 회의가 결렬되자 이 당선자는 이날 밤 직접 손 대표를 만나 협조를 요청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이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한 손 대표는 12일 '합의할 수 있을 때 만나자'고 거절했다.

그럼에도 인수위 쪽에서는 다시 13일 '이 당선자가 손 대표를 만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신당은 다시 부정적 입장을 밝혔는데도 이날 오후 6시쯤 이 당선자 측은 박재완 청와대 정무수석 내정자를 통해 손 대표와 면담을 제의했다. 이날 오후 8시쯤에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만나자고 제의하자 손 대표는 '지금 장난하는 거냐'고 분노가 폭발했다고 한다. 12일 밤에는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이 손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한번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다는 전언이다. 예비 야당인 신당 대표의 상대는 대통령 당선자이고, 타결 가능할 때 만나자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강재섭 대표, 당선자 측근인 이재오 의원까지 만나자고 나서는 데 화가 난 것이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