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프론 대통령 레이건 이야기

세계가 과소평가했던 희대의 거인은 언론, 식자, 야당, 소련의 비판을 웃으면서 깔아뭉개버렸다.
소련 공산주의 제국을 붕괴로 몰고갔던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별명이 테프론 대통령(Teflon President)이었다. 테프론은 화재에 강한 합성수지를 가리킨다. 防火壁(방화벽)이 되어 있는 사람이란 뜻, 즉 언론과 야당의 비판에 일비일희하지 않고 사소한 비난 정도는 우습게 보는 대통령이란 의미이다. 레이건은 항상 웃는 얼굴, 자신만만만 사람이었다. 그는 젊을 때 강가에서 구조원으로 일했던 사람, 할리우드에서 공산당과 육탄 대결했던 사람, 영화배우로서 인기를 누릴 만큼 누렸던 사람이었다. 그는 소련을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압박할 때도 항상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했다. 악의 제국을 웃으면서 죽인 사람이다. 그는 전쟁광이라 불렸으나 지구상에서 핵무기가 없어져야 한다고 진실로 믿었던 사람이었다. 그는 데탕트를 부정했으나 데탕트가 이루지 못한 세계 평화를 이룬 사람이었다. 냉전종식은 평화공존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레이건이 악의 제국인 공산당 세력을 몰아붙였기에 가능했고 공산당이 없어지니 평화가 온 것이다. 그는 골수 反共주의자였고 그 이상으로 평화주의자였다. 그는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비판했지만 고르바초프를 인간적으로 좋아했고 고르바초프도 마찬가지였다.

아나톨리 도브리닌은 워싱턴에서 근 30년간 소련대사로 일하면서 여섯 대통령을 상대했다. 그는 회고록 'In Confidence'(신뢰, 또는 비밀)에서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 고생했던 이야기를 털어놓고는 그럼에도 '레이건이 소련을 다룬 업적은 역대 최고였고, 닉슨과 키신저도 능가할 것이다'고 평했다.

레이건은 겉으로는 사람 좋은 아저씨 같았지만 대전략과 관련된 정책에 대해서는 고집덩어리였다. 소련의 공격, 야당의 비판, 언론의 폭로, 참모들의 반대를 묵살하고 혼자서 밀어붙이다시피 하여 성공시킨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유럽에서 소련과 미국이 다 같이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지 말고 아예 다 없애버리자는 제안, 그리고 '스타 워즈'라고 불리는 미사일 방어망 개발 계획을 무모하게 밀고나가 결국은 소련을 굴복시켰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도였다. '하나님이 나에게 공산주의를 무너뜨리라는 사명을 주었다'고 확신했다. 그는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했지만 전략, 이념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본질을 정확히 파악했다. 그는 언어감각이 뛰어났다. 寸鐵殺人의 名言과 유머감각은 살벌한 동서 냉전에 여유를 주었다.

당시의 소련 지도층, 미국 민주당, 언론, 그리고 세계가 그를 과소평가하고 誤判했다. 무식하다는 오판, 전쟁광이란 오판, 참모들에게 끌려간다는 오판 등등. 그를 여러 번 만났던 노태우 대통령은 “레이건은 큰 사람이었다”고 평했다. 20세기의 巨人들, 처칠 루스벨트 모택동 등소평 스탈린 레닌 아타투르크(케말 파샤) 이승만 대처 박정희 이광요 트루먼과 비교하면 레이건은 하나 특이점이 있다. 지독한 애처가였다는 점이다(트루먼도 그랬다). 그는 백악관에 있을 때 日記를 썼는데 부인 낸시가 없는 백악관을 ‘이 지구상에서 가장 쓸쓸한 곳’이라고 적었다. 밥맛도 없다고 했다. 악의 제국을 없앤 이 무서운 인물이 자신을 쏜 젊은이를 수술대에 누워 용서했다. “그래야 하나님이 내 죄도 용서하실 것 같았다”는 것이다. 하나님 앞에서 작아지려고 노력했던 사람, 인류 전체에 자유와 평화를 준 사람, 그는 노벨 평화상 후보에도 오르지 않았다. 그는 카터처럼 평화상 따위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가 치매로 10년 이상 고생하고 죽은 것 또한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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