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외교관 출신 최장수 대사
통일부 장관으로 김하중 주중대사가 내정됐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1973년 외무고시에 합격한 이래 주중공사, 외무부 아시아태평양국장 등을 거쳐 김대중 정권 시절 대통령의전비서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냈다.
김하중 대사는 2001년 10월 주중대사로 부임한 이래 6년5개월째 근무하고 있다. 이는 이승만 대통령 시절 9년간 주미대사를 지낸 양유찬씨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장수대사 기록이자, 직업외교관 출신으로는 최장수 대사기록이다. 그는 업무능력이 뛰어나고 '충성심'이 강하며, 중국어 구사 능력도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력만 놓고 보면 그는 외교관으로는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그가 통일부 장관으로 적격인지는 의심스럽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김대중 정권 시절 외교안보수석 역임
첫째, 김하중 내정자는 김대중 정권의 외교안보수석비서관으로, 그 후에는 주중대사로 햇볕정책을 대변하는 입장에 있었다.
물론 당시 햇볕정책을 김대중의 진두지휘 아래 임동원 특보 등이 주도했고, 그는 이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햇볕정책이 파탄난 지금, 당시 김대중의 핵심참모였던 그가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의 외교안보수석 시절 특기할만한 일로는 2001년 3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당시 미국과 러시아가 갈등을 빚고 있던 ABM(탄도탄요격미사일)제한조약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편을 들어 한미간 갈등이 야기됐었던 것을 꼽을 수 있다.
둘째, 김하중 내정자가 통일부 장관이 될 경우, 통일-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측 관점이 투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외교관, 특히 특정국가에 장기간 근무한 외교관의 경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주재국의 관점으로 현안을 바라보게 되는 경우가 없지 않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은 기본적으로 우리와 가치를 달리하는 나라이며, 자국의 정치적-군사적 안보 차원에서 북한체제의 존립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 내정자가 북핵문제, 탈북자 문제, 대북교섭 등의 과정에서 부지불식간에 이런 중국의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한다면, 과거 햇볕정책 추진을 위해 복무했던 경험과 맞물려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
셋째, 외교관으로서 김하중 내정자는 대중(對中) 저자세 외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다.
그가 중국에 부임한 직후, 중국 정부가 한국인 마약사범 신모씨를 처형한 후 이 사실을 뒤늦게 우리 정부에 통보한 사건이 발생했다. 네티즌들이 주중한국대사관에 항의 글을 올리자 대사관측은 항의글을 삭제하는 것으로 맞섰다.
작년 8월에는 황정일 주중정무공사가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병원측의 무성의한 치료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병원측의 과실, 사망원인 조작 등의 의혹이 제기되는데도 중국정부는 사건진상규명과 해당 의사처벌을 위해 어떠한 성의도 보이지 않았다.
주중대사관-총영사관의 탈북자 외면에 책임
넷째, 무엇보다도 김하중 내정자가 주중대사로 근무하는 동안 주중한국대사관과 주선양총영사관 등은 여러 차례 생사의 기로에 처한 탈북자들을 매정하게 외면했다.
작년 1월에는 소위 ’영사관남(男)’사건이 있었다. 재작년 12월 납북어부 최욱일씨가 주선양한국총영사관에 도움을 청했으나, 영사관 직원이 “내 휴대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며 역정을 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산 사건이었다.
비슷한 무렵, 재작년 10월 주선양한국총영사관이 탈북 국군포로가족 9명을 총영사관 밖에 있는 민가에 맡겼다가, 이들이 전원 중국공안에 체포되어 강제북송된 사건이 알려졌다. 이 중 한 명은 북송된 뒤 보위부에서 조사를 받던 중 동사(凍死)했다고 한다.
2005년 1월에는 탈북 국군포로 한만택씨가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강제 북송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때도 현지 공관의 늑장대처 논란이 벌어졌다. 국내에 있는 한씨의 가족들은 한만택씨가 받은 화랑무공훈장을 국가에 반납하는 것으로 우리 정부의 무성의한 대처에 항의했다.
2004년 10월에는 주중한국대사관 영사부 마당까지 진입했다가 중국공안에 체포된 탈북자 8명을 포함해 탈북자 62명이 북한으로 송환됐다.
이처럼 김하중 내정자가 주중대사로 근무하는 동안, 주중한국대사관이나 산하 총영사관들은 탈북자들을 매몰차게 외면하거나, 부적절하고 무성의하게 처우했다. 그 때문에 탈북자들은 강제북송되어 강제수용소에 갇히거나 고문받거나 죽어야 했다. 요행 한국으로 올 수 있었던 탈북자들도 조국의 매정함에 치를 떨어야 했다.
특히 주선양총영사관은 앞에서 본 것처럼 탈북자들을 박대한 것 외에도 조선족 동포을 상대로 한 부정 비자발급 내지 비자 장사 등 각종 비리로 물의를 빚어 ‘복마전’이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문제는 주중대사관이나 주선양총영사관들의 탈북자들에 대한 태도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주중대사관측은 사과와 재발방지를 다짐했지만, 그것은 말뿐이었다. 해당 사건의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에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곤 했던 것은, 주중한국대사관이 탈북자 문제에 얼마나 무성의했던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당연히 대한민국을 대표해 현지에 나가 있는 김하중 대사에게 있다. 그럼에도 그는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고 6년5개월여 동안 주중대사로 봉직했다.
김하중 대사의 통일부 장관 지명 철회해야
이상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김하중 대사는 이명박 정부의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김 대사가 통일부 장관 물망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 2006년 10월, 이종석 당시 통일부 장관이 물러난 후 통일부 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었다. 이는 그가 김대중 정권의 외교안보수석으로 근무한 이래, 김대중-노무현 정권과 철저하게 ‘코드’를 맞춰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얘기일까?
그런 사람을 이명박 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기용한다?
안 그래도 이명박 정부의 이념적 정체성에 대해 회의가 커져가고 있는 때에,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총아(寵兒)였고, 탈북자들을 매몰차게 죽음으로 내몰았던 사람을 통일부 장관으로 기용하겠다?
도대체 생각이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아니면, 인준 과정에서 야당의 호의를 얻기 위해 일부러 김대중-노무현의 대북유화정책의 추종자를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한 것인가?
김대사의 장관 지명 소식에 접한 통일부 관계자들은 '외교관 중에서는 남북문제 및 북한문제가 가장 깊이 간여해왔던 분','통일정책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탈북자들을 매몰차게 외면하고,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것만으로도 김하중 대사는 통일부 장관 자격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하중 대사의 통일부 장관 지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