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넘어선 한나라당의 '아스팔트 우파' 홀대

"한나라당의 우파인사 외면, 지지철회로 이어질 수도"
한나라당 ‘4·9총선’ 공천 작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좌파정권 교체의 1등 공신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는 전국 245개 선거구 가운데 166개 지역구의 후보자를 내정했다.(10일 기준) 이들 공천 내정자 혹은 확정자 가운데 ‘친이’(親李)로 분류되는 인사는 12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친박(親朴)계는 3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친이·친박 어떤 계파에도 속하지 않은 채 김대중·노무현 집권 10년 동안 묵묵히 좌파정권에 대항, 줄기차게 저항해온 우파인사들은 국회 입성 1차 티켓을 얻지 못한 채 공천심사에서 대부분 탈락했다.

이번 총선에서 우파단체들은 북핵 전문가인 김태우(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박사를 비롯,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 출신의 홍관희(안보전략연구소장) 박사 등의 한나라당 영입을 강력히 주문해왔고, 이에 따라 40여명이 넘는 우파인사들이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

정통우파 전멸, 뉴라이트 신지호·김성회 등 살아남아

그러나 이들 가운데 최종 관문을 통과한 인사는 조전혁(인천 남동을) 뉴라이트 정책위원회 위원, 신지호(서울 도봉갑) 자유주의연대 대표, 김성회(경기 화성갑) 뉴라이트 경기안보연합 상임 대표 등이다.

특히 북핵 전문가인 김태우 박사에 대해서는 자유시민연대(공동대표 유기남, 철도참전유공전우회장) 등 40개 단체 및 예비역장성·안보관련 인사들이 김 박사의 한나라당 영입을 촉구하는 추천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우파단체들은 김 박사의 출생지인 대구지역에 한나라당이 전략공천 할 것을 타전했다.

김 박사는 그동안 좌파정권의 친북반미 정책을 비판하고, 북핵 위협의 중대성을 가감 없이 소신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무려 7~8차례에 걸쳐 감봉·근신·보직해임 등의 압력을 받아왔다. 일례로 그는 2003년 1월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당시)노 대통령 당선자가 안보관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을 한 것으로 보도된 후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다.

2005년 11월에는 모 인터넷신문에 이라크 파병 자이툰 부대의 감군 결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미국과의 충분한 협의가 없었던 점이 아쉽다. 한미관계가 과거에 비해 약화된 것은 확실하며, 앞으로 한미관계를 복원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한 뒤, 근신 15일 처분을 받기도 했다.

김태우 박사 등 대북전문가, 정권교체 1등 공신

김 박사는 또 2006년 4월 20일 ‘헌법포럼’이 주최한 모 토론회에서 “대(對)화력전 임무를 미군으로부터 이미 넘겨받았지만 우리 측 준비가 덜 된 상태기 때문에 성급했다”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이라는 보직에서 해임 당했다.

이와 함께 2006년 3월21일 두 차례에 걸친 징계위원회 끝에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다. 정직은 면직(免職) 바로 아래 단계 중징계. 사유는 ‘직장 이탈, 복종의무 위반, 규정 위반’이었다. 사전에 알리지 않고 시민단체 포럼에 참가했고, 내부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였다.

한편, 중랑을 지역에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 최근 최종심사에서 탈락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 출신의 홍관희 박사도 김태우 박사와 더불어 온·오프라인에서 좌파 정권을 상대로 ‘고군분투’(孤軍奮鬪)해온 대표적 우파인사다.

홍 박사는 2005년 모 월간지에 6.15 공동선언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했다 같은 해 7월 외부기고에 관한 통일연구원 내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중징계의 내용은 감봉 2개월에 대외활동 1년 금지였다.

홍관희 박사, 통일연구원 사퇴 후 ‘가시밭길’ 자처

결국 홍 박사는 2005년 7월말 연구원에 사표를 제출했다. 그리고 그가 퇴임 기자회견에서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남겼던 올곧은 발언들은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고 있다.

홍 박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연구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현 조직체계 하에서는 더 이상 전문가로서 본연의 임무와 역할을 다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향후 자유수호 애국운동의 큰 물결에 합류해 이 나라 역사와 민족을 다시 일으키는 위대한 과업에 헌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정권·친북세력과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학자적 양심 때문에 스스로 ‘가시밭길’을 자처한 홍 박사는 10년간 몸담았던 통일연구원을 떠난 후 안보전략연구소라는 개인 연구소를 개설, 인터넷 홈페이지(www.khhong.com)를 운영해왔다.

우파단체들 역시 김태우 박사와 함께 홍관희 박사에 대해서도 한나라당 영입공천을 강력히 주문해왔다. 이유는 지역공천에서 탈락해도 전략공천을 통해 한나라당 출마가 가능하기 때문. 이를 위해 박세직 향군 회장 등은 홍관희 박사 등 우파인사들의 공천을 추천하는 내용의 서한을 한나라당에 보내기도 했다.

조영환·강승규·도희윤·이동호 등 줄줄이 고배 마셔

이밖에도 애국적 담론을 인터넷상에서 확산시키며 각종 강연 연사로도 활동해 온 ‘올인코리아’ 조영환 대표가 강원 영양·영덕·봉화·울진에 공천신청을 했다 고배를 마셨고, 우파성향의 바른한국당 창당을 주도했던 강승규 인터넷언론협회장이 서울 강동을에 공천신청을 했으나 3배수에도 들지 못하고 탈락했다.

또 탈북자 구출 등 북한인권운동에 앞장서 온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는 정형근 의원에 맞서 부산 강서갑에 도전장을 냈으나 탈락했고, 친북반국가진상규명위 위원 등으로 활동해 온 이동호 북한민주화포럼 사무총장의 경우 서대문 갑에 공천신청을 했으나 이성헌 전 의원을 상대로 고배를 마셨다.

대선 전 한나라당은 정통보수·뉴라이트 등 범우파 진영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당을 혁신하겠다면서 참정치운동본부를 만드는가 하면 우파단체들과 함께 토론회 등을 개최, 비판을 수용하겠다는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 이후 한나라당은 우파진영에 대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식으로 정통우파 인사들을 포함, 자신들의 최대 우군이라 할 수 있는 뉴라이트·선진화 진영에 대해서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상돈 교수 “아스팔트 우파, 토사구팽 당한 기분”

실제로 30여명의 인사가 공천을 신청하며 적극적 정계진출을 시도했던 뉴라이트전국연합(상임의장 김진홍)은 공천 심사 결과를 지켜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선진화국민회의의 경우(공동대표 박세일·이명현) 경우 애당초 1차 심사에서 공천 신청자가 모두 탈락했다.

한편, 이 같은 한나라당의 우파인사 배제에 대해 대표적 우파 논객인 이상돈 중대 법대 교수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칼럼에서 “10년 좌파 정부 끝에 등장한 이명박 정부는 출범도 하기 전에 헤매고 있다. 이런 사태는 예고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보수운동은 진보운동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 진보 좌파 운동은 운동하는 사람들이나 그로 인해 수혜를 입는 사람들 사이엔 그래도 동질성이 있다. 그래서 진보 좌파 운동세력이 정권을 장악하면 바로 그 세력이 권부(權府)에 들어가게 된다”면서 한나라당 총선 공천 과정에서 우파 인사들이 배제된 것을 좌파와 비교해 비판했다.

그는 이어 “좌파 정권 10년 동안 보수단체들이 벌인 애국 운동의 최대 수혜자는 강남 등 버블 세븐에 살고 있는 부유층일 것”이라며 “그들은 보수단체에 단돈 만원 낸 적도 없고 시위 한번 해본적도 없다. 수업료를 내지 않고 무임승차한 셈이다. ‘아스팔트 우파’는 요즘 ‘토사구팽’ 당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이념적으로 중립적인 사람이다. 역사나 이념에 대한 공부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이 새 정부의 핵심 세력이 되다보니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중국X가 버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 교수는 또 “한번 속은 우파 운동권은 다시는 ‘토사구팽’ 당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날로 기세가 등등해 지는 손학규씨를 보니 언제 대선을 치렀나 싶다.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보수 정권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아직도 먼 길을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모 우파단체 관계자는 10일 서울 모처에서 가진 <프리존뉴스>와의 만남에서 “좌파정권 교체에 앞장서온 애국인사들에 대해 한나라당이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우파인사들을 외면한다면 총선 이후 범우파 진영이 하나로 뭉쳐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프리존뉴스 김필재 기자 (spooner1@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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