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외교 발언은 신중해야

미국 대통령 또는 일본 총리가 "우리에게 親北도 없고 親韓도 없다"고 했다면 듣는 우리 마음이 어땠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외교통상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친미(親美)도 친중(親中)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국익이 서로 맞으면 동맹이 될 수 있고 국익에 위배되면 동맹이란 것은 없다'면서 '실용외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의 중심에 국익을 올려놓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다 그렇다. 그래서 서로 속으론 계산기를 두드리면서도 겉으론 요란한 수사(修辭)로 포장하며 각축하는 것이 외교무대이다.

'국익 없이 동맹 없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외교적인 표현과는 거리가 있다. 친미도 친중도 없다는 말처럼 특정 국가를 콕 집어서 말하는 건 더더욱 그렇다. 미국대통령 또는 일본총리가 '우리에게 친북(親北)도 없고 친한(親韓)도 없다. 국익이 맞으면 동맹이고, 국익이 틀리면 동맹도 없다'고 했다면 듣는 우리 마음이 어땠겠는가.

대통령이 실용외교를 말한 근본 취지는 그동안의 대미(對美), 대일(對日)외교가 편향된 이념으로 뒤틀려 '외교의 측면에서 지혜롭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려고 한 것이었다. 외교부의 보고 역시 전통 우방과의 관계 복원에 무게를 두었다. 바로 그것이 대통령의 진심일 것이기에 발언에 좀 더 신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상대방을 쳐다보며 '계산기를 두드린다'고 하지 않고 '가치를 공유한다'고 말하는 것이 동맹국 간의 어법이다.

대통령은 얼마 전 학군사관학교 임관식에 참석해 '군을 강하게 만들고 군복을 자랑스러워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군에서 썩는다'는 전임자의 발언으로 속이 썩어 무너져 내렸던 군의 사기를 올려준 발언이었다. 그러나 정작 국민에겐 대통령의 그 발언보다는 팔팔하게 기백이 넘쳐나야 할 청년장교들이 의자에 얌전히 앉아서 졸업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 한 장이 더 선명하게 새겨졌다. '실용'도 일방(一方)으로만 치우치면 현장에서 어떤 일까지 벌어지는가를 보여준 사례이다. 외교부의 첫 업무 보고 직후 열린 대통령과의 토론은 자원 외교 얘기로만 시종하고 북핵 대책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 역시 '실용' 과잉(過剩)의 결과가 아니길 바란다. 실용외교가 중요하지만, 원칙은 또 원칙대로 중요한 법이다.

외교 안보와 관련한 대통령의 언행은 절대 즉흥적으로 나와선 안 된다. 받아들이는 쪽에선 현장의 즉흥 발언인 것처럼 느낄 테지만, 실제론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다듬은 것을 대통령이 자기 것으로 소화(消化)시킨 내용이어야 한다. 새 대통령의 전공은 경제다. 그렇기에 외교 분야에 구설이 생기면 대통령의 그 부족한 부분을 메워줘야 할 참모들이 무엇을 했나 하는 데로 먼저 시선이 쏠린다는 걸 당사자들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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