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승의 목표는 보수성 배제, 선명 좌파?

통합민주당, 열린당의 ‘선명 좌파’ 노선으로 회귀하나. 김경재, 이인제 의원 등이 문제 제기.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전권을 쥔 통합민주당의 공천이 거침없이 진행 중인 가운데, 당내 반발이 극심하다.

충남 논산-금산 지역구의 현역 의원으로서 공천에서 탈락한 이인제 의원은 “이인제가 어떻게 정체성이 문제가 되느냐”며 “이번 공천 결정은 저를 당에서 축출하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항의했다.

김경재 전 의원도 ‘보수성 배제’라는 문구가 명시된 ‘공천특위 공천심사기준(추가내용)’이라는 제목의 당내 문건을 공개하고 “문건 자체에 ‘보수성 배제’라고 명시가 되어있는 것을 보면 보수를 척결해야 하는 대상으로 삼는 노무현 식 투쟁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통합민주당의 공천은 노무현 탄핵을 지지했던 사람이나 좌파세력의 대한민국 파괴에 열렬하게 동참하지 않은 세력을 숙정하는 과정”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박재승 공천팀은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론자들에 대해 ‘공천 불가’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거 열린우리당 내 386 세력으로 대변되는 좌파 인사들의 이념적 코드와 유사하다. 이들은 지난 2004년 하반기에 민주노동당과 손잡고 국보법 폐지 강행을 강한 톤으로 주장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박재승 위원장을 비롯한 공심위가 ‘개혁공천’을 빌미로 당내 중도세력을 숙청하고 선명한 좌파 노선을 확립하려 한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인제 의원과 김경재 전 의원 등 민주당 출신 중도파 의원들은 국가보안법 개정 또는 대체입법을 주장한 이들이다. 특히 이인제 의원은 북한 핵실험 이후 원칙적 대응을 주문하는 등 대북-안보 분야에서 중도우파 성향을 나타내기도 했다.

공심위가 ‘한나라당 출신’인 손학규 대표에게는 공천 불가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는 점에도 이념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에 14년간 몸담기는 했으나 ‘국가보안법 완전 폐지’ 입장을 취해 왔으며 지난해 3월 한나라당 탈당 과정에서 한나라당 지지자들과 정통 우파 진영을 향해 ‘반공-수구꼴통’이라고 극언을 퍼부은 바 있는 좌파 인사다. 김경재 전 의원의 주장대로 박재승 공심위의 방침이 ‘중도세력 척결’이라면, 손 대표는 공심위의 ‘숙청’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친노세력 결집’ 신호탄?

박재승 공심위의 이같은 결정이 노무현 전 대통령 및 이해찬-유시민 의원 등의 탈당 이후 민주당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친노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대선 패배 이후 기력을 상실한 범좌파 진영이 퇴임 이후 봉하마을에서의 각종 이벤트로 친노-좌익세력을 결집하는 데 성공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SOS를 요청하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보안법 관련 공방이 한창이던 지난 2004년에 ‘국가보안법을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며 극좌세력의 국보법 폐지 시도에 기름을 부었고, 빨치산을 민주화인사로 승격시킨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를 극찬하기도 했다. 박재승 공심위가 통합민주당 내의 중도세력을 숙청하는데 성공할 경우, 극좌 성향의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노세력의 지지를 이끌어낼 가능성은 높은 셈이다.

민주당이 과거 열린우리당과 같은 ‘선명 좌파’ 노선으로 회귀할 경우, 4월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및 진보신당(가칭) 등 극좌 정치세력과 선거연합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열린우리당 내 친노인사였던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 2006년 5월 지방선거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시도한 바 있다.

올인코리아 조영환 대표는 “국민들의 보수화와 우경화를 거역하는 반민주적, 시대착오적, 수구적 공천을 강행하는 정당은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을 것”이라며 “비록 김홍일과 박지원과 같은 김대중 측근들을 통합민주당의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극적인 제스쳐를 쓰면서 국민들로부터 일시적으로 개혁공천이라는 호평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노무현 세력을 살리기 위한 위장 개혁선동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역시 공심위에 의해 공천 탈락의 쓴잔을 마신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도 “지금 통합민주당의 개혁공천은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하는 비정치적이고, 구시대적인 사법권위주의에 빠져있으며, 도로열린우리당으로 회귀하는 비개혁적이고, 당의 지도력을 무력화시키는 비민주적이며, 사회지도층의 고상한 의무가 요구하는 것이 아닌 일방적 처단을 강요하는 비개혁적 공천”이라고 맹비난했다.

프리존뉴스 김주년 기자 (daniel@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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