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민의 서울통신에서는 남한 입국 후 하나원에서 퇴소한 지 보름, 이제 남한생활 정착에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는 탈북자 김선영씨를 만나봤습니다. 생명력 넘치는 봄, 새로운 남한 땅에서 새로운 삶을 되찾고 싶다는 김선영씨의 포부를 들어봤습니다.
지난 3월6일 108기 수료생으로 하나원을 퇴소해 남한 생활 정착을 시작한 탈북자 김선영씨 올해 나이 스물아홉 살의 젊고 앳된 모습의 김선영씨는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인 남한생활 정착을 위해 부지런히 배우고, 부딪혀가며 하나 둘 익혀가고 있습니다. 밥 그릇 하나, 숟가락 젓가락 한 벌이 가지고 있는 것의 전부일 정도로 남한 생활 새내기인 김선영씨의 꿈이 있는 남한 생활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시죠.
김선영: 한국의 수도 서울이 처음에는 아닌 것 같았는데 요즘 와서 중심부로 다녀보니까 어~~ 꽤나 크고 멋있는데? 이제는 조금씩 아 한국이구나, 서울이구나 실감이 드는 것 느꼈어요.
막 시작한 남한 서울 생활이 어떠냐는 질문에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고 답한 김선영씨는 홀로서기가 보름째인 사람답지 않게 밝고 쾌활한 모습이었습니다. 남한 사람들도 너무 좋아보이고, 자신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모습이 편안하게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김선영: 낯선 느낌은 하나도 없어요, 오직 낯선 느낌이라면 나만이 낯선 사람이고 나만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지 다들 정상적인 사람들이고 평범하고 수수하고 상냥한 사람들이에요, 친절하더라고요.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 굶주림으로 부모님을 여의고 열여덟 살의 나이로 언니와 함께 인신매매로 중국에 끌려갔던 김선영씨. 그 때부터 언니와는 생이별을 하고 10년간 중국에서 성폭행과 중노동, 폭력 등으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시 중국에서 겪은 상처는 지금까지도 김선영씨에게 아픔으로 남아 있습니다.
김선영: 처음 중국에 올 적에 친언니와 같이 왔어요. 그 당시에 저희들은 어느 식당에 일하러 가는 줄 알았지 어디에 팔려가고 시집가는 것은 몰랐거든요. 그 때는 한 마디도 못 알아듣지, 두만강 건너서 부들부들 마음이 떨리지, 그래서 언니는 언니대로 팔아먹고 나도 그랬거든요.
북한과 중국에서 굶주림과 가난, 고통으로 보낸 시간 동안 김선영씨는 남한에 대해 막연히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곳으로만 생각했습니다. 또 남한에 오고 싶었지만 두려움에 용기가 나지 않아 주저했었던 수 년간의 시간도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김선영: 남한 하게 되면 남쪽이고 따뜻한 지방이다. 따뜻한 지방이면 지리학적으로 농사를 두 번 지을 수 있지 않을까…농사를 두 번 지으면 그만큼 수확이 늘어나기 때문에 배는 곯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10년 간 중국에서 살아온 김선영씨는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아 남한행을 결심하고 결국 작년 11월30일 남한에 입국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됐습니다.
요즘 김선영씨의 관심은 4월9일에 치러지는 남한 국회의원 선거. 어릴 때 중국으로 팔려가 공민증조차 없었기에 남한에서 당당히 주민등록증을 갖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새롭습니다.
김선영: 제가 북한에서도 공민증을 못 받아봤는데, 스물아홉 살 먹으면서 처음으로 나의 인권을 증명해 줄 수 있고, 나도 당당한 권리를 가진 사람이다,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주민등록증이 나오잖아요. 이번 선거가 정말 기대됩니다. 선거를 하고 그러면 실감나게 나도 대한민국 국민이 됐구나, 정말 다시 태어난 사람처럼 대한민국에 깊이 뿌리박고 살 수 있겠구나라는 한 이미지라고 느껴질 수 있어요.
남한생활의 모든 것이 아직도 낯선 김선영씨는 작은 꿈이 있습니다. 기술을 배워 직장을 다니고 하루빨리 당당한 사회인으로 서고 싶은 것도 있지만 멀게는 다른 사람의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상담원이 되는 것입니다. 자신이 중국에서 겪었던 여성으로서의 상처, 삶의 고통을 겪은 사람이 있다면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습니다.
김선영: 하나원에서 퇴소한 지 보름 됐거든요. 정착생활에서 우선 첫째 건강한 몸이 돼 가지고 하루라도 빨리 뛰고 싶고, 또 앞으로 진짜 하고 싶다면은 마음이 많이 아픈 사람들을 위해서 상담을 해 줄 수 있는 상담원을 해 보고 싶은 기대가 있어요. 내가 너무 아팠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아픈 것 싫어요. 다른 사람들 아픈 것 보면 마음으로나마 도와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 나처럼 저 사람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식량난 때문에 부모님을 잃어야 했고 인신매매로 중국에 팔려가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야 했던 과거와는 달리 김선영씨의 표정은 따뜻한 햇살처럼 포근하고 밝아보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막 새로운 환경에서 새 인생을 시작하는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가득찬 가슴으로 자신감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낯설지만 조심스럽게 내딛는 힘찬 발걸음…그 안에 큰 꿈과 벅찬 포부를 함께 실어봅니다.
김선영: 한국에 와서 내가 느낀 것도 많고 하지만 제일 많이 느낀 것은 자신이 많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 그래서 이때까지 빼앗긴 시간, 청춘을 되찾고 싶어요. 그래서 이전에는 너무 빼앗기고 너무 아파서 더 이상 아플 것도 없고 빼앗길 것도 없지만 그래도 이때까지 빼앗긴 것 다시 되찾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많이 노력해서 대한민국의 참된 국민답게 살아가고 싶어요. 열심히 살 거에요.
"빼앗긴 시간, 청춘을 되찾고 싶어요"
- 노정민(자유아시아방송)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08-03-22, 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