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국회 때문에 일 못한 적은 없다"

이명박 정부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 이주영 건국대 사학과 명예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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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총선을 앞두고 이명박정부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한나라당 이미지와 함께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에게 거는 국민의 기대가 엷어졌다는 말인가? 더구나 남북경협사무소 직원의 갑작스런 퇴거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남북관계도 냉각되고 있고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공천 후유증은 과반의석 확보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집권 초부터 격랑에 빠진 이명박정부를 우리 국민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모처럼 봄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전, 신문사에서 이주영 명예교수(건국대 사학과·사진)를 만났다. 영국식 롱코트에 헌팅캡을 쓴 이 교수는 교수직을 은퇴했지만 여전히 젊고 활달했다.

그는 2007년 1월 국가비상대책협의회(회장 김상철) 신년토론회에서 중국 중심의 대륙문명세력과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해양문명세력의 대립 속에 해양문명권을 지향하는 문명개화파가 국가주도세력으로 이 나라를 끌어왔다고 주장하여 주목받은 바 있다. 또 이 교수는 지난 26일 성결교회역사연구소 세미나에서 한국의 근대화를 주도한 문명개화파의 중심세력으로서 한국개신교의 역할이 지대했음을 밝히며 현행 역사교과서가 이 사실을 외면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렇다. 정치현실은 역사의 거울에 비쳐볼 때 더 확연해지는 법이다. 오늘의 정치 현실을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이명박정부의 성격과 시대적 역할에 대해 우리 국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현 정부는 주어진 국가적 과제를 어떻게 잘 감당할 수 있을지, 역사학자 이주영 교수의 견해를 들어보았다.


‘경제와 안보’로 개인의 자유와 가치 실현
자유주의 추구하며 문명개화파의 길을 갈 것

-총선의 혼란 속에서 이명박정부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해 명확한 답을 알고 싶어한다. 오늘 대담의 중심개념으로서 이명박정부의 성격에 대한 견해를 먼저 이야기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정부’니 ‘참여정부’니 하는 식의 표현 대신에 ‘이명박정부’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정부의 성격은 이 대통령의 삶이나 발언에 비추어 결정되는데 그 점에서 본다면 결코 좌파가 될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우파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본인의 말대로 실용주의자로 보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실용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가가 중요한데 해답은 국정의 주된 방향을 ‘경제와 안보’에 두겠다는 계속된 발언 속에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자유기업체제를 활성화할 수 밖에 없고 국방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자유주의 국가인 미국과 가까이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명박정부는 ‘자유주의 정권’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파는 아쉬움을 갖겠지만 좌파정권이 들어서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

-자유주의 정권이라는 개념은 새롭게 들린다. 그 주장은 이명박정부의 중도적 성격을 의미하는 것인가?
1948년의 제헌헌법 전문에는 대한민국이 기미년 3·1운동정신을 계승한다고 했지만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1987년의 개정헌법에서는 임시정부를 계승한다고 바뀌었다. 임시정부는 좌우합작 정부였으므로 지금의 정치체제도 좌우합작적이라는 말이 된다.

그러므로 이명박정부는 이 테두리를 크게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다행스럽게 생각해야 할 것은 지난 10여 년의 격동 속에서도 국가보안법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유지되는 한 반공국가로 출발한 대한민국의 기본 골격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정권들이 사실상 좌우합작의 정치체제 아래 좌우의 이념을 공존시켜왔다고 한다면 좌파의 입장에서는 우파에 대해 절반의 승리라고 보아도 좋은가?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 없다. 현재 좌파와 우파는 자기의 의지를 상대방에게 전적으로 강요할 수 없다는 점에서 모두 좌절감에 빠져 있다. 그 힘도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백중세에 놓여 있다고 본다. 그러나 좌파의 고민이 더 크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좌파는 진보의 깃발을 내세우면서도 후진국인 중국과 문명적인 결합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고 민족주의의 깃발을 내세움으로써 문제가 많은 북한과 보조를 맞추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국민은 이제는 평화통일이니 민주화니 하는 거창한 구호보다는 개인의 자유니 인권이니 지역발전이니 하는 자신과 직접 관련된 구체적인 현실문제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하고 있다. 그것은 좌파도 개인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자유주의 이념을 무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그러한 점에서 우파는 좌파 보다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보수 세력이 분열하고 있는데도 우파가 유리한 입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당선 직후에는 인기가 높다가 시간이 가면서 떨어졌기 때문에 지지도 변화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좌파가 우파에 비해 더 불리해진다는 것은 그들의 관념적이고 부정확한 현실 인식의 방법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해방 60주년을 맞는 2005년 광복절에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들은 경축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그 안에는 짧은 기간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우리 민족의 위대성을 찬양하는 내용이 있다. ‘민족’에는 북한 사람들도 포함되는데 실제로 북한이 우리의 경제발전에 기여한 것은 없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것이다. 그와 같은 부정확한 진단으로부터는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현재 국정상황은 어렵다. 그러나 이념적 혼란과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여 이명박 대통령이 역사상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면 어떤 과제에 집중해야 하는가?
70년대 서독 사회민주당 정부의 총리였던 슈미트는 “야당 시절에는 정권을 잡기만 하면 많은 일을 할 줄 알았는데, 막상 정권을 잡아 보니 하나도 바꿀 힘이 없더라”고 고백한 적이 있었다. 이것은 통치자는 한, 두 가지 일에만 집중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만 어느 정도만 해내면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앞의 두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는 국민복지의 확충이었다. 경제성장에 대한 몰두로 소외되었던 사회의 그늘진 부분에 햇빛을 쏘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두 정부는 북한에 햇빛을 쏘이는 일에 힘을 쏟았다. 그것은 애당초 실패할 운명이었다. 왜냐하면 우리 힘으로 북한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기 자식도 못 바꾸는 판에 다른 나라를 바꾼다는 것은 실현성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이명박정부의 실용주의가 이념의 원칙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치인들은 권력을 잡고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원칙의 제약을 받는 이념가가 될 수 없다. 그것과는 달리 국민은 대부분 이념가들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처럼 주자학적 명분론을 존중하는 국민에게 이념과 원칙은 아주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좌파적 민족주의, 민중주의가 인기를 끌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명분 싸움이 벌어진 상태에서 사대보다는 자주, 분단보다는 통일, 엘리트 보다는 민중이 우세할 것은 너무나 당연했던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회의 수많은 다양한 세력들을 상대해야 하는 현실주의적인 정치가이다. 그러나 실용성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그는 국정의 우선 과제로 내세운 ‘경제와 안보’ 때문에 결국은 이념과 원칙의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왜냐하면 그 두 가지 목표는 기업가들과 미국과의 협력 관계에서만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은 기본적으로는 자유주의의 테두리 안에서 행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명박정부는 차기의 강력한 보수 정부를 만들기 위한 과도정부라는 견해가 있는데…
모든 정부가 자기 나름대로 역사적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과도기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적합지 않다. 이명박정부의 어정쩡한 성격 때문에 우파 진영에서 불만을 터뜨릴 수는 있겠지만 대한민국의 역대 정권들 가운데서 이승만 정권을 제외하고는 순수하게 우파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정권은 없다. 어느 정권에서나 좌파 성향의 사람들이 적지 않게 발탁되었고 따라서 모든 정부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좌파적 성향을 많이 지니기도 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명박정부를 평가할 기준이 되는 관점은 그것이 얼마나 보수적이고 우파적인가 하는가 보다는 그것이 얼마나 자유주의적인가 하는 관점이다. 따라서 이명박정부는 ‘경제와 안보’라는 기본 목표만 잃지 않으면 자유주의적인 성격을 강하게 가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 다음에 나타날 정권을 보다 더 자유주의적으로 만들 토대를 마련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세우는 데 기독교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여기에 머물지 않고 이명박정부에 대해 기독교는 나름의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지난 한 세기 이상 동안 기독교는 한국 사회의 근대화에 아주 큰 공헌을 했다. 그것은 개화파적·문명개화파적 전통의 중심축으로서 문맹을 퇴치하고 인재를 양성했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유주의 이념을 확산시킨 것이다. 왜냐하면 기독교는 루터의 종교개혁 당시부터 개인과 하나님 사이의 개별적인 관계를 중요시하는 종교적 개인주의를 강하게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기독교는 공동체주의를 강조하는 천주교, 유교와 구별되었다. 그 점은 최초의 기독교도인 윤치호와 이승만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간 구한말 민족의 자주성을 강조했던 민족주의적인 위정척사파의 전통이 강조되면서 기독교는 미국적인 종교로 배척당하고 한국사 관련 교과서에서도 그 역사적 업적이 무시되거나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게다가 민족의 개념 속에 북한사람들을 포함되면서 사회주의 요소까지 받아 들이는 좌경화 현상도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기독교 안에서도 그러한 경향에 동조하는 세력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 결과로 기독교는 민족주의의 구호 밑에서 뿌리를 알 수 없는 토착적이고 ‘위정척사파적인’ 민족종교가 되어 가면서 그 정체성을 잃어 가는 경향도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 기독교는 대한민국 수호 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기독교의 본질인 개인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전통을 회복해 가고 있다. 그러므로 이명박정부에 대한 지지나 반대 입장은 그것이 자유주의적인 요소들을 얼마나 확대시키거나 위축시키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을 선택하는 국민들이 4·9총선에 임하는 자세는?
우리 국민은 최근에 평화통일이니 민주화니 하는 거창한 추상적 구호보다는 지역발전이니 교육개선이니 하는 좀 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는 것 같다. 여기서 한 가지 강조할 것은 우리의 자유선거제도가 미국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미국제도의 몇 가지 중요한 본질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는 국회의원은 일차적으로 자기 선거구민의 구체적인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도입된 현행 대통령 중심제는 양당제도를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권력은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국회도 대통령을 중심으로 재편성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과 대한민국의 지난 역사에서 언제나 나타난 현상이었다.

그러므로 대통령이 일을 안 해서 문제이지 국회의 반대 때문에 대통령이 일을 못한 적은 없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남북이 대치하는 역사적 혼란기에 우리 국민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온갖 산적한 문제를 앞에 놓고 우리 국민이 가져야 할 기본자세는 자유주의의 태도이다. 정부가 ‘경제와 안보’라는 기본 업무에 전념하는 동안 나머지 복잡한 문제들은 ‘자율’과 ‘자유방임’의 원칙에 맡겨져야 한다. 왜냐하면 어느 누구도 그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능력을 가진 초인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유주의라는 이념의 깃발에서 한시라도 눈을 떼서는 안 된다. 자유주의에 대한 비전과 희망을 가져야 한다. 또한 이명박정부의 성격을 이해한다면 자유주의를 향한 국가적 이상을 실현하는 일에 기여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문명개화파의 나라이고 이명박정부는 자유주의 정권으로서 그 역할을 잘 감당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교수는 자신이 이명박정부를 바라보는 주요한 키워드는 자유주의라고 거듭 강조한다.
그리고 경제를 다시 부흥시키고 한미동맹 강화로 안보를 든든히 지켜갈 현 정부를 바라볼 때 대한민국은 난국과 격랑 속에서도 역사의 길을 잘 헤쳐 갈 것이라고 예견했다. 마치 차가운 봄비 속에도 새싹이 돋듯이.

김창범 편집위원 cbkim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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