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에 勝者는 없다!

대한민국이 패배한 4.9 총선
2008년도 4월 9일 국회의원 총선거는, 작게는 낙선한 국회의원에서부터 대통령, 제 정당, 심지어 대한민국 국민까지 승자는 없고 사람과 정당 모두가 패배한 선거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정당과 그 조직에 속한 정치인들은, 오로지 자신의 당선과 이익의 추구에 집착한 나머지 갖가지 추문과 폭로, 비리 연루, 이전투구에 몰두하여 국민들을 식상하게 하고 국민들에게 정치 혐오증을 유발하게 하여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소의 투표 참가율을 기록하도록 하는 데 원인을 제공함으로써 성공하지도 명예롭지도 못한 선거를 만들고 말았다.

각 정당으로 들어가 보자. 17대까지 제 1 당의 지위를 구가하던 통합민주당은, 좌익 정권 10년에 대한 엄중한 심판을 받아서 81석으로 쪼그라드는 패배를 감수해야 했다. 지난 12월 대선 결과에 비추어 당초 압도적인 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한나라당 후보들중 상당수가 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에서 이탈한 국민들이 대척관계에 있는 민주당으로 그 지지가 옮겨가지 않았다는 점만 봐도 국민은 민주당의 과오에 대하여 엄중히 책임을 묻고 있음이 입증되었다. 노무현 정권의 업보에 대한 국민의 저주가 투사된 실패라고 봐야 할 것이다.

당초 170석 이상을 획득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기대에 못 미치는153석이라는 성적표를 얻음으로써 절반의 실패를 하여 향후 이명박 정권의 주도적 국정 운영에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주류 세력을 교체하여 당내 주도권을 장악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주도면밀하지 못한 아마추어적인 일처리가 초래한 실패이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대통령 선거 후보자 결정 당내 경선 과정에서 부터 갈등을 빚어온 그 때까지 당내 주류 세력의 중심에 있던 정적(政敵) 박근혜 의원에 대한 제거라는 불순한 의도가 심판받은 실패로 박근혜의 저주라고 부르고자 한다.

국민들은 이러한 한나라당의 집안 싸움에 넌덜머리를 내고 집권당의 오만에 대하여 준엄한 경고를 보낸 것이 표심으로 나타나 어느 정도 안정적인 과반 의석은 간신히 허용하되 독주하지 못하도록 153석이라는 당초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결과를 선사한 것이다.

언론은 금번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박근혜 의원만이 성공한 총선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조약돌은 박근혜 의원이 당장은 웃을 수 있겠지만 그녀가 성공한 총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그녀에 대한 국민의 지지, 인기, 즉 박근혜의 힘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확인된 것은 분명하지만 이 것이 곧 그녀의 성공이라고 평가받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박근혜 의원은 금번 총선 결과, 친박 연대의 화려한 부활이나 언론의 조명에 만족하기에는 야망이 너무 큰 정치인이다.

그녀의 궁극적 야망인 차기 대선에서의 꿈을 실현하고자 한다는 측면에서는 그녀의 측근들의 부활이나 다수 당선이 보탬이 되겠지만 금년 총선 과정을 통하여 그녀는 잃은 것이 너무나 많다.

박근혜 의원의 강력한 흡인력을 확인했기 때문 당장은 뭐라 하지 못하겠지만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벌써 금년 총선에서 실패한 책임의 절반은 이명박 대통령이, 그러나 나머지 절반은 박근혜 의원의 비협조에 기인한다는 수군거림이 들리는 듯하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로 논하기로 한다.

충청권에서 돌풍을 일으킨 자유 선진당은 18석 획득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으면서 당장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선진당의 충청권 선풍에는 충청권 소외론을 한껏 선창한 이회창 총재의 지역 감정론에 힘입은 바가 크다. 노골적으로 지역 감정을 조장하여 일으킨 돌풍은 다른 지역에서는 오히려 경계심을 발동하게 만들고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금년 총선에서 충청권에서는 선전하였지만 자유선진당이 충청권 밖에서 고전하고 단 한 후보도 당선되지 못한 데에는, 충청권 결집론의 부른 저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감정에 기대어 성공한 정당은 그 댓가를 언젠가는 치르게 된다. 앞으로 자유 선진당의 당세를 충청권 밖으로 확장하는 데는 충청도 지역당이라는 한계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으며 자유 선진당의 미래가 소리 없이 공중 분해된 자민련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선진당도 실패했다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진보 세력들에게도 타격이 큰 실패한 총선이었다.

진보를 표방한 민노당이 친북 주사 추종 세력임을 알아버린 국민들은, 민노당에 예전처럼 뜨거운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이는 민노당에 대한 정당 지지도 추락에서도 엿볼 수 있다.

좌파는 좌파이면서도 김정일 추종 세력이 아님을 확실하게 증명해 보인 진보 신당에도 국민들은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이는 국민들에게 아직은 민노당과의 차이점을 충분히 인식시키지 못한 측면이 없지 않으며 이는 진보 신당이 민노당에서 갈라져 나온지가 오래되지 않은 데 기인한 측면이 크지만, 핵심은 우리 국민들이 좌파 정당에 그리 관대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 증거이기도하다.

문국현 후보가 당선된 창조한국당에서 문후보가 천하를 얻은 것처럼 희색이 만연했지만 1인 정당은 존재가치를 발휘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창조한국당이 어떤 이념 성향의 정당인지가 뚜렷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창조한국당 역시 창조와는 거리가 먼 좌파 정당을 ' 창조 ' 란 단어로 교묘하게 염색한 것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순간 국민들은 곧 그런 정당이 있었는지 조차 기억어서 사라지는 정당이 되지 않을까 싶다.

민심은 천심이고 국민은 위대하며 국민은 현명하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가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고 정치인들은 부패한 쓰러기라고 정치 혐오증을 드러내거나 정치에 도통 무관심한 국민들이야 말로 이번 총선이 낳은 가장 큰 실패자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들은 자신이 참여하지 않고 위탁하지 않은 정치 대리인들에 의하여 자신의 이해관계나 운명이 결정될 수 있으며 더우기 자신이 위임하지 않은 대리인들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해도 뭐라고 항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투표권을 표기하면 그에 수반하는 권리도 주장할 자격이 없다.' 는 프랭클린 대통령의 표현을 이 대목에서 인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지만 대다수 국민의 정치 무관심이나 투표장에 나서지 않음으로써 선거라는 축제의 장에서 국민 일체감을 저해하고 이 땅에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측면에서 보면 금번 총선은 분명 국민들도 패배한 선거였다고 아니 할 수 없다. 그래서 결론은 금번 4.9 총선은 대한민국이 총체적으로 패배한 정치 사건으로 기록되어야 할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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