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와 함께 밤을 지새우고싶은 격정

<1963년7월 하순. 폭우가 쏟아지는 夜半 영시. 그때 나는 서재의 一隅에 앉아 붓을 멈추고, 멍하니 비에 젖어가는 밤의 가로를 내다보고 있었다. 문득 저 거리로 뛰어나가, 내 재주로 저 비를 막거나, 아니면 저 비 때문에 수없이 울고 있을 동포와 더불어, 이 밤을 지새워보고싶은 격정을 느꼈다. 5천년을 하루같이 시달려온, 이 피곤한 민족이 모처럼 일어서려는 비장한 마당에, 다시금 하늘은 시련을 내리다니-. 그러나, 우리는 일어서야 하고, 이 고비를 싸워넘어서야 했다. 민족의 시련과 내일의 영광을 위하여 하늘은 시험을 우리에게 주고 있는 것이다>

1963년 朴正熙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쓴 [국가와 혁명과 나]의 머리글에 나오는 문장이다. 유달리 수해가 심했고 식량난이 극심했던 그해 여름의 풍경을 담고 있다. 민족과 고통을 함께 하는 지도자의 심성이 솔직하게 드러나 있다. 박정희의 말과 글에서는 이 사람이 '나'와 '민족'을 동일체로 만든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민족 전체의 애환을 자신의 애환으로 받아들인 사람이란 것이다. 그는 국민들이 슬퍼하면 같이 슬퍼하고 국민들이 기뻐할 때 같이 기뻐하는 심리구조를 갖고 있었다. 이것이 진정한 민족주의자의 思考일 것이다.

김유신, 이승만, 박정희, 이순신 이런 분들의 말과 글이 심금을 울리는 것도 자신과 민족을 동일 인격으로 생각하는 듯한 대목이 많기 때문이다. 민족이 진 짐을 자신이 지려 하고 민족이 빠진 위기를 자신의 위기로 인식하고 민족이 당하는 욕을 보고 당신이 당한 것처럼 분노하는 심리구조이다. 자기 한 몸 추스리기도 힘든 난세에 민족 전체를 걱정하는 마음이 어떻게 생겼을까.

그들의 생애를 들여다보면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경험이 나온다. 이들은 젊었을 때부터, 또는 어릴 때부터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는 훈련과 교육을 받고 그런 계기가 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이들은 전쟁, 식민지 시대, 개화시대 등 역사의 격변기가 만든 혹독한 시련의 불구덩이를 통과하면서 단련된 영혼들이다.

요사이 대한민국이 북의 김정일과 남한의 그 하수인들로부터 협공당하면서 신음하고 있다. 이 대한민국과 함께 아파하고 분노하며 다짐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마음속에서 키우고 있는 울분과 걱정만큼 그들이 크게 될 것이다. 걱정과 사랑이 큰 만큼 그들의 인물도 커질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조국을 부둥켜안고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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