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과 아인슈타인, 영어를 세계어로 만들다

영어가 세계어가 된 것은 과학기술 덕분이다.
하나님께서 이르시되, '뉴턴 있으라!' 이에 세상이 밝아졌도다. (God said, 'Let Newton be!' and all was light.)--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

천 년 동안 지중해 우물 안에 갇혀 있던 개구리 유럽이 기세등등 악마의 자식 황소를 물리친다며 우물에서 뛰쳐나와 아랍의 빛나는 문명과 마주쳤을 때, 뭔지 폭삭 속았다는 생각이 가슴 한 구석에서 물밀 듯이 밀려왔다. 맹목적 기독교 신앙은 아랍이 고이 간직했다가 전해 준 헬레니즘의 이성과 맞부딪쳐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했다. --이런 개구리가 왕자로 변신할 줄이야!

이 때부터 유럽의 천 년 거인 라틴어는 저마다 괴발개발 문자로 기록되기 시작한 여러 난쟁이 민족어으로부터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되었다. 유사이래 문자언어 세계에서 철권을 휘두르던 라틴어는 우군이 하나둘 빠져나감에 시간의 문제일 뿐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을 계속했다. 이태리어, 스페인어, 불어, 영어, 독어가 차례로 유럽의 만년 세계어에게 도전했다. 한때 불어가, 서유럽과는 달리 동로마의 문화권에 속한 러시아의 귀족사회까지 파고들면서 라틴어에 이어 당당히 세계어로 등장하는 듯했지만, 결국 영어에게 그 왕관을 빼앗기고 말았다.

영국에 아이작 뉴턴(1642~1727)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로부터 약 250년 후 앨버트 아인슈타인(1879~1955)이 미국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던 것이다.

이성(reason)은 되찾았지만, 이번에는 신학을 대신한 철학이 과학을 압도했다. 코페르니쿠스도 갈릴레이도 여러 자연 현상은 발견했지만, 그 뒤에 숨은 원리는 알아낼 수 없었다. 멀리 희미하게 진리의 별이 가물가물했지만, 그들은 그 별을 딸 수 없었다. 세상은 여전히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신학자든 철학자든 이런 과학자와 맞붙은 말싸움에서 논리가 전혀 밀리지 않았다. 논리에 궁한 과학자는 하는 수 없이 '그래도 지구는 도는데...'라고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뉴턴이 한 손으로 진리의 태양을 받쳐들고 나타났다. 1687년, 수학 교수 뉴턴은 라틴어로 쓴 한 권의 책을 발간했다. 가로 15cm, 세로 20cm, 쪽수 512, 무게 1360g, 이 책이 인간이 출현한 이래 수백만 년 동안 미신의 어둠에 싸여 있던 지구를 환히 밝힌 진리의 태양이다.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Philasophiae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

고마우신 하나님이 (바보같이) 주무시지도 않고 졸지도 않고 쉬지도 않고 태양과 달과 별을 움직이고 번개와 천둥과 지진과 비와 눈을 일으키고 내리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자연 속에 숨겨둔 수학적 원리 곧 기계적 원리에 의해 삼라만상의 모든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흑사병 창궐로 케임브리지 대학이 문을 닫는 바람에 시골에서 혼자 미친 듯이 놀던 23살의 뉴턴이 수백만 년 만에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책은 약 20년 후에 발간했다.) 지구가 둥근 것도,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도, 물이 아래로 흘러가는 것도,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도, 높은 나무에서 떨어지면 개구리든 사람이든 예외 없이 죽거나 병신되는 것도, 하늘의 구름이 비가 되어 떨어지는 것도, 하늘의 별이 떨어지지 않는 것도,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것도, 빙글빙글 돌아가는 지구의 바닷물이 우주 바깥으로 쏟아지지 않는 것도, 날아가는 새가 영원히 날 수 없는 것도, 사람이 공중을 날지 못하는 것도, 그는 너무도 간단하고 아름다운 수학 공식으로 알려 주었다. 그것이 바로 만유인력 이론이다.

그 때부터 인간은 누구든 신학의 왕관을 벗고 철학의 망토를 벗고 미신의 동굴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 숨은 원리를 찾아서 그것을 응용하여 새로운 창조로 연결할 수 있었다. 자연의 원리 곧 과학을 새로운 기술로 응용하기만 하면, 인간은 제2의 자연을 만들 수 있었다. 인기도 없고 사회적 지위도 형편없던 수학자와 과학자와 기술자가 그로부터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농업기술이 1만 년 전에 인간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듯이 산업기술이 다시 한 번 인간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2천 년 동안 두 지역을 합하면 세계 부(富)의 30% 이상을 차지하던 중국과 인도도 뉴턴의 나라, 유럽의 한 작은 섬, 영국에 맥도 못 추고 넘어졌다. 과학기술은 탐스런 제품을 대량생산했을 뿐만 아니라 첨단 무기도 속속 개발했기 때문에, 숫제 무역이든 전쟁이든 인도와 중국은 영국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들로서는 신과의 싸움이었고, 외계인과의 싸움이었던 것이다.

마침내 영국의 언어, 영어가 르네상스와 더불어 시작된 세계어 경쟁에서 스페인어와 불어와 이태리어와 독어를 모조리 물리치고 세계어로 입지를 굳혔다. 영국의 셰익스피어와 흠정역 성서가 단테와 루터 번역 성서와 세르반테스와 몰리에르와 루소와 괴테에 완승을 거두었다. 아무리 불란서가 노벨 문학상에서 영국·미국에 밀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불어로 쓰여진 책은 영어로 쓰여진 책에 비해 어림도 없이 안 팔린다. 뉴턴은 영어가 아닌 라틴어로 책을 발간했지만, 뉴턴의 나라가 영어를 썼기 때문에 영어가 세계어로 자리를 굳힌 것이다.

독일은 이태리가 그러했듯이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지도상의 나라였다. 수백 개의 나라로 갈라져 있었다. 유럽의 후진국 독일이 나폴레옹이 휘두르는 회초리 맛을 본 후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폭발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1871년 독일통일을 계기로 영국을 제외하고는 유럽에서 더 이상 독일을 당할 나라가 없었다. 독일은 뒤떨어진 과학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세계최초로 박사 학위를 신설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에선 여전히 석사가 최고 학위였을 때, 독일은 박사를 속속 배출하면서 바싹 영국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습게 여기다가 결국 영국도 박사 과정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자동문, 디지털 카메라, 광통신, 레이저, 화재경보기, 도난방지기, 원자력 발전소, 원자탄--이들 중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21세기는 20세기 전반의 제국주의 시대로 뒷걸음칠 것이다. 이처럼 아인슈타인의 혜택은 이제 전 인류가 누리고 있다. 지구가 한 마을이 된 것은 실로 아인슈타인 덕분이다.

1905년은 과학계에서 흔히 기적의 해(Annus Mirabillis/ Miracle Year/ Wunderjahr)라고 한다. 뉴턴의 절대주의가 무너지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주의가 솟아난 해다. 스위스 특허청에 근무하던 26살의 아인슈타인은 1905년 독일 물리학회지(Annalen der Physik)에 4편의 논문을 실었다. 당연히 그것은 독일어로 쓰여졌다. 거기에 당시로선 응용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 같았던 아인슈타인 이론의 대부분이 들어 있었다. 그 무렵 영국에 이어 독일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던 과학 천재들이 그들의 조국을 세계최강으로 만들 수 있는 기초를 다지고 있었다. 그 때 뭇 천재 위에서 태양처럼 빛난 천재의 천재가 아인슈타인이었다.

영국이 뉴턴을 응용하여 산업혁명을 일으켰듯이, 독일이 화학혁명에 이어 아인슈타인을 응용하여 광학혁명, 에너지혁명을 일으켰다면, 아마 오늘날 세계어는 영어가 아니라 독일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독일은 너무 조급했다. 미쳤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두 번이나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것이다. 게르만의 세계를 꿈꾸던 미치광이는 종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당시 천재 과학자를 가장 많이 배출하던 유태인에게 철퇴를 가했다. 그리하여 실험실과 강의실을 찾아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유럽의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대서양을 속속 건넜다. 그 너머에서 링컨의 나라, 인권의 나라, 아메리카 합중국이 그들을 대대적으로 환영했던 것이다. 뉴턴 이후의 최고 천재 아인슈타인도 피난 행렬에 끼어 들었다. 그들은 전원 독일어, 헝가리어, 체코어 등 모국어를 버리고 영어를 사용했다.

미국은 이들 덕분에 2차대전 후 영국마저 가볍게 제치고 세계1위로 올라섰다. 그게 그것이지만, 미국 영어가 영국 영어보다 더 친숙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은 라틴어로 책을 쓴 뉴턴에 의해 영어가 세계어의 경쟁에서 선두로 올라섰고, 다음은 독일어를 쓰던 아인슈타인에 의해 영어가 세계어로서의 입지를 완전히 굳혔다.

라틴어처럼 문자언어로서 한문은 2천 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세계어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과학기술로 무장한 유럽의 소국들과 아시아의 한 섬나라 앞에 중국은 병든 사자였다. 인도와는 달리 여러 나라가 서로 견제해서 그렇지 어느 한 나라만 공격했더라면, 중국은 오늘날 일어를 쓸지도 모르고, 영어를 쓸지도 모르고, 불어를 쓸지도 모르고, 독어를 쓸지도 모른다. 20세기 중반에 한때 일본은 대동아 공영권 운운하면서 문자언어만이 아니라 음성언어마저 일본어를 인도와 중동을 제외한 전 아시아에서 세계어로 만들려고 했다. 나아가 태평양전쟁에서 승리하면 영어를 물리치고 일본어를 진정한 세계어로 만들 야심까지 품었었다.

세월의 강은 흐르고 세상의 인심은 바뀐다. 중국이 과학기술을 본격적으로 우대하고 발전시키자 불과 30년 만에 천문학적인 무역흑자를 달성하게 이르렀고, 더불어 중국 내에서도 모국어로서는 18%밖에 안 쓰이는 만다린어가 잠재적 세계어로 떠오르고 있다. 심지어 세계 최고의 투자가 중 한 사람은 자녀에게 가르칠 게 하나 있다면, 그것은 중국어라고 단언한다. 2007년 중국의 연구개발비는 1400억 달러로 1300억 달러의 일본을 제치고 세계2위로 올라섰다. 연구개발비가 고작 320억 달러인 한국과 과학기술 격차가 3.8년밖에 안 되는 중국이 계속해서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면, 50년 후에는 중국어가 영어를 대신하여 세계어로 떠오를지 모른다.

중동의 세계어는 아랍어다. 예언자 마호메트 덕분이다. 유럽의 우물 안 개구리들에게 문화충격을 주었을 때, 아랍은 과학기술도 세계1위였다. 그러나 그것은 산업혁명과는 거리가 멀었다. 따라서 지금은 아랍어가 그저 코란 덕분에 중동의 세계어로 군림하고 있다. 제일 좋기는 영국이나 미국처럼 세계종교(기독교)와 과학기술을 함께 발전시키는 것이다. 중국도 서구가 몰려오기 전에는 세계종교(유교)와 과학기술 모두 아시아 최고였다. 과학기술은 계속 발전할 가능성이 크지만, 종교는 더 이상 중국이 내세울 게 없다. 제2의 공자가 나오면 모르겠지만, 그들은 아직 세계가 버린 마교(마르크스)를 종교로 삼고 있다. 한심한 족속이다.

한국어가 세계어가 될 가능성도 있다. 종교와 과학 둘 다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고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최고로 치는 한글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년간 과학기술자를 종이 비행기에만 태웠을 뿐 그들을 홀대하고 무시하고 차별하여 두뇌유출이 극심해졌지만, 과학기술부와 정통부를 폐지하는, 과학기술계로 보면, 사상 최악의 이명박 정부가 물러나면, 틀림없이 과학기술을 중국 이상으로 우대하는 국가 지도자가 등장할 것이다. 나라가 멸망의 위기에 처해 봐야 세계적인 지도자가 나오는 법이니까! 6·25를 겪은 후에야 150개 개도국이 너도나도 따르는 세계적인 지도자 박정희가 나왔듯이! 세종대왕 시절 한국의 과학기술은 세계최고 수준이었다. 1960년대 이래 약 30년간 세계적으로 과학기술 발전 속도가 가장 빨랐던 나라가 한국이었다. 한국인은 유태인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과학적 유전자가 있다는 말이다. 또한 산업화와 기독교화는 정반대의 길을 가는 게 상식인데, 이런 상식을 깬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 교회지만, 바울을 능가하는 종교 지도자가 나오면, 한국이 세계 종교의 신시(神市)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미 과학기술계(특허)에서 세계 10대 언어로 떠오른 한국어를 영어 이상으로 열심히 배우고 갈다듬어야 한다. 영어에 앞서 국어를 열심히, 제대로, 맞춤법도 정확하게! 배워야 한다. 모름지기 국어를 잘해야 영어도 잘한다. 고급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 엉터리 배짱 영어로는 한두 번 웃음거리로 족하다. 한자도 2천자 정도는 누구나 익혀야 한다. 그래야 국어를 더 잘할 수 있으니까! 한국인이여, 야망을 갖자!
(2008. 4. 22.) --과학의 날 다음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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