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어제 광화문공원에서 열렸던 대구테러규탄집회에서 인공기 소각을 저지하려던 사복경찰관을 폭행한 시민들을 집단폭행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한다.
경찰의 이러한 방침은 어제 집회 현장의 상황이나 경찰법, 경찰관직무집행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에 비추어 볼 때 '賊反荷杖'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어제 불법행위를 자행한 것은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아니라 바로 경찰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사건 현장의 상황을 보자.
기자가 목격한 바로는 어제 오후 5시경 이준호 민주참여네티즌연대 대표가 단상에 올라 연설을 하던 중 갑자기 단상에서 흰 연기 같은 것이 치솟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인공기가 등장하자 인공기 소각으로 단정한 사복경찰이 단상에 뛰어들어 소화기를 분사한 것이었다). 기자들이 단상으로 몰려들었고, 단상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행사장 뒤쪽에 있었던 기자도 단상으로 달려가려 했으나, 어느 사이에 전경들이 단상과 집회참석자들 사이를 차단하고 있었다. 단상 쪽에서는 '한총련 프락치다! 잡아라!'는 외침이 들렸다. 누군가가 행사장 밖으로 달아났고 일단의 시민들이 그의 뒤를 쫓았다.
기자도 단상과 집회참석자들을 차단한 전경들을 우회해 행사장 밖으로 달려나갔다. 광화문 공원과 문화관광부 청사 사이의 도로는 전경들과 시민들로 뒤엉켜 있었다. '빨갱이다. 죽여라!'라는 함성이 들렸고, 누군가가 군중들에 의해 이리저리 떠밀리는 것을 보았지만,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한 순간, 기자의 눈 앞에 이마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중년으로 보이는 사내가 나타났다. 그의 얼굴은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고, 옷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전경들이 군중들을 가로막는 사이에 그는 광화문 공원과 문화관광부 청사 사이의 길을 건너 달아났다. 군중들은 '빨갱이가 달아난다! 잡아라!'라고 외쳐댔다. 어떤 아줌마는 전경을 붙들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저기 빨갱이가 달아나는데 경찰이 뭐 하는 거예요? 어서 잡아요!'라고 소리치며 발을 동동 굴렀다.
광화문 공원으로 돌아온 기자는 단상 가까이에 있었던 사람으로부터 '인공기가 단상으로 던져지자 사복경찰관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단상으로 뛰어들었다'는 말을 들었다. 기자는 그제서야 그가 '빨갱이'가 아니라 '사복경찰관'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찌됐건 폭행을 당한 경찰관이 있는 이상, 설사 집회참석자들의 오인에 의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쉽게 위법성이 阻却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문제의 시민들을 굳이 사법처리 하겠다면, 사복경찰관이 시민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원인은 경찰이 제공했다는 점을 지적함과 아울러 집회장에 사복경찰관 및 전경들을 투입한 것이 정당한 공무집행인가를 먼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경찰법 제3조는 '경찰은 국민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의 보호와 犯罪의 예방ㆍ진압 및 수사, 치안정보의 수집, 교통의 단속 기타 公共의 安寧과 질서유지를 그 임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도 경찰관의 직무범위로 犯罪의 예방·진압 및 수사, 경비·요인경호 및 對간첩작전수행 ,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 , 교통의 단속과 危害의 방지, 기타 公共의 安寧과 질서유지를 들고 있다.
또 경찰관은 '인명 또는 신체에 危害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위험'이나 범죄행위를 예방, 제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5조, 6조).
어제 집회장소였던 광화문 공원은 광화문 앞 삼거리 한 구석에 위치해 있으며, 전경들에 의해 외부와 삼엄하게 차단되어 있었다. 사복경찰관이 단상에 뛰어들기 전까지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에 저해되는 어떠한 일도 발생하지 않았고, 발생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인공기 소각(주최측은 인공기를 찢어버리려 했으며, 라이터 등 소각 도구도 소지하지 않고 있었다고 주장)을 막는답시고 느닷없이 사복경찰관이 뛰어든 것이다.
도대체 사복경찰관이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집회장소에 뛰어드는 것이 경찰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이 규정하고 있는 경찰관의 직무 가운데 어디에 해당된다는 말인가?
인공기를 소각 내지 훼손하는 것이 경찰관직무집행법이 규정하고 있는 위험이나 범죄행위란 말인가?
인공기 소각이나 훼손은 전혀 위험한 행위도 아니었고, 범죄행위는 더더욱 아니었다. 만에 하나 인공기 소각이나 훼손을 '범죄'로 보는 경찰공무원이 있다면 그는 대한민국 경찰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보안원'일 것이다.
경찰법 제4조는 '경찰은 그 職務를 수행함에 있어서 憲法과 法律에 따라 국민의 自由와 權利를 존중하고, 國民全體에 대한 奉仕者로서 公正中立을 지켜야 하며, 부여된 權限을 濫用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조 1항도 '이 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호 및 社會公共의 질서유지를 위한 경찰관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同條 제2항은 '이 法에 규정된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수행에 필요한 最小限度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이를 濫用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제 집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진행된 합법적인 집회였다. 그 집회장에 인공기 소각을 막기 위해 사복 경찰관과 전경들을 투입한 것이 과연 위 법조문에 합당한 조치였는지 경찰당국자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기 바란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4항은 경찰관이 '수상한 거동 기타 주위의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어떠한 罪를 犯하였거나 犯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者'를 불심검문하거나 경찰관서로 동행하려 할 경우에는 '當該人에게 自身의 身分을 표시하는 證票를 제시하면서 소속과 姓名을 밝히고 그 目的과 이유를 說明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법학자들은 이는 해당 경찰관이 정복을 착용하고 있거나, 사복일 경우에는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 조항은 불심검문과 경찰관서로의 동행에 관한 것이지만, 경찰관이 직무를 집행할 경우 당연히 準用되어야 할 규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제 단상으로 뛰어들어 인공기 소각을 방해한 경찰관은 정복을 착용하고 있지도 않았고, 신분증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건전한 상식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 누군들 합법적인 집회장에 느닷없이 뛰어들어 인공기 소각을 방해하고 달아나는 사내를 대한민국 경찰관이라고 생각하겠는가? 그를 '한총련 프락치','빨갱이'로 본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제 시민들은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집회를 방해한 현행범을 잡아 경찰에 넘기려 했던 것 뿐이다. 그랬기에 그들은 문제의 사복경찰관을 위해 시민들을 가로막는 전경들을 붙들고 '저기 빨갱이가 달아나는데 경찰이 뭐 하는 거예요? 어서 잡아요!'라고 호소했던 것이다.
경찰은 反국가집단의 상징물인 인공기 소각을 방해하기 위해 경찰력을 투입한 것으로도 모자라, 시민들은 사법 처리하려 듦으로써 그들에 대한 시민들의 소박한 기대를 거듭 배신했다.
어제 집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에 따라 신고를 畢한 합법적인 집회였다. 집시법 제1조는 '이 法은 適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違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의 보장과 公共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同法은 '누구든지 폭행·협박 기타의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거나 질서를 문란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3조1항). 여기서 말하는 '누구든지'에는 경찰, 검찰, 軍 등 공권력도 포함된다.
거듭 말하거니와 어제 인공기 소각을 막기 위해 느닷없이 사복경찰관이 단상으로 뛰어들고, 그를 엄호하기 위해 전경들이 집회장에 투입되기 전까지는 집회장소에서는 어떠한 질서교란행위도 없었다. 경찰이 '평화적인 집회를 방해하고 질서를 문란'케 한 것이다.
물론 경찰관은 집회 또는 시위 장소에 출입할 수 있다. 단, 이 경우에도 '주최자에게 통보'하고 '正服을 착용'할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제17조). 인공기 소각 저지를 위해 투입된 사복경찰관과 전경들 말고도 어제 집회장에서는 무전기와 카메라를 소지한 사복 경찰관들이 참석자들을 촬영하는 등 사찰활동을 벌였다.
집회주최자인 신혜식 국민대회 청년본부장은 '어제 사복경찰관이나 전경들의 집회장 內 투입에 대해 경찰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인공기 소각을 저지하기 위해 집회장에 들어온 사복경찰관과 전경들, 참석자들을 사찰하기 위해 집회장에 들어온 사복경찰관들, 그리고 그들의 투입을 명령한 경찰당국자들은 모두 집시법을 위반한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경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경찰관직무집행법과 집시법, 형법은 엄격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2조는 '이 法에 규정된 경찰관의 義務에 위반하거나 職權을 濫用하여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 者는 1年이하의 懲役이나 禁錮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집시법 제3조 1항에 반하여 평화적인 집회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 집시법 제19조는 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데, 군인이나 검사, 경찰관의 경우는 특별히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인 집회 시위 방해행위의 경우는 3年이하의 懲役 또는 300만원이하의 罰金에 처하도록 되어 있지만, 군인·검사 또는 경찰관의 경우는 5年이하의 懲役에 처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職權을 濫用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年 以下의 懲役, 10年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이하의 罰金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제 인공기 소각을 방해하기 위해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집회장에 사복경찰관과 전경들이 들어온 행위는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라 불법행위였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인공기 소각을 방해하려 한 사복경찰관이 경찰관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설사 그가 경찰관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더라도 불법적으로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집회를 방해한 경찰관을 제재한데 불과하다. 시민들의 행위는 '自己 또는 他人의 法益에 對한 現在의 不當한 侵害를 防衛하기 爲한 行爲', 즉 정당방위(형법 제21조)로 볼 수 있으며, 문제의 사복경찰관을 '빨갱이'로 볼 만한 '相當한 理由'가 있으므로 罰하지 아니하거나 刑을 감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오히려 처벌을 받아야 할 자들은 어제 집회장에 불법 출입한 사복경찰관과 전경들, 그들의 투입을 명령한 경찰당국자들이다.
아울러 사복경찰관과 전경들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이 마치 시민들이 정당한 공무를 집행하고 있는 경찰관을 폭행한 것처럼 왜곡보도한 KBS와 일부 언론들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원회에 訂定보도를 신청하고, 더 나아가 訂定보도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광화문집회에 경찰투입은 집시법 등 위반
- 배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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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8-30, 02: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