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2시, 탈북시인 장진성의 시집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를 읽던 탈북 여성 박OO(54세, 2006년 입국)이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시집을 읽다가 통곡하던 중 정신을 잃은 것이다.
22일 오전, 기자는 전화통화로 병원에 입원 중인 박 씨와 인사를 나눴다. 안정을 취하는 중이며 퇴원 여부는 좀 더 있어봐야 한다고 했다.
며칠 전 광고를 통해 시집을 알게 된 박 씨는 근처 서점에서 책을 구입했다. 박 씨는 시집을 읽으며 북한에서의 하루하루가 생생하게 떠올랐다고 한다. ‘머리속에 흩어져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어쩜 이렇게 모두 모아져 있을까’ 감탄하며 정신없이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우리의 밥은… 산에서 바위를 헤치고 자라서 먹기엔 너무도 아프다(시 ‘우리의 밥은’ 중)’는 부분을 읽을 때는, 풀이라도 뜯기 위해 정처 없이 산과 들을 헤매고 다니는 북한의 아이들과 여자들이 떠올랐다.
평양 출신으로 상류층이었던 박 씨는, 본인이 직접 기아에 허덕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의 형편을 보고 또 당(黨) 사업을 하면서 북한의 처참한 현실을 맞닥뜨리게 됐다. 박 씨가 살던 아파트는 체육인, 예술인, 과학자 등 선택받은 이들이 살던 아파트였다. 그러나 화폐개혁 후 배급이 끊기고 제대로 노임이 나오지 않자 그런 아파트에서도 굶어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게 됐다고 한다. 형편껏 가까운 사람들을 도왔지만 한계가 있었다.
박 씨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평양에서도 거지와 꽃제비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전했다. 외부 보도에 나오는 평양의 모습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 씨는 텔레비전에서는 화려한 고층 아파트, 학교, 소년궁전, 집단체조를 보여주고 있지만, 정작 그 속의 사람들은 극심한 가난과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시집 중 ‘구제미(救濟米)라 말하지 말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평양의 한 구역 민방위부에서 외화벌이로 후방사업을 했다는 박 씨의 주요 임무는, 평양에 들어온 구제미를 달러로 사들인 후 지방에 가져다 팔아 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 돈으로 민방위부 소속 노동자들의 식량 공급을 책임지는 일이다. 박 씨는 구제미 장사가 절반 이상 이윤이 남는 장사라고 했다.
지방 시장이 평양보다 형편없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꽃제비가 득실거리는 지방의 시장은 평양에서 거주하던 박 씨에게 북한의 현주소를 다시한번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김정일 한 사람 때문에 수많은 인민들이 전멸하고 있다”고 말할 때의 박 씨의 목소리는 격양되기도 했다. 체제에 대한 북한 사람들의 불만 정도를 알 수 있냐고 묻자, 2004년 정도부터는 친한 지인들과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보통 사이에는 서로 느낌을 주고받는 정도일 뿐 아직 자유롭게 드러낼 수는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시집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북한의 자세한 실상을 알릴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는 박 씨는, “장진성 씨야말로 ‘영웅 칭호’를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더 많은 남한 분들이 이 시집을 읽고 북한의 제대로 된 실상을 알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일 하나 때문에 인민 전멸중”
- 金秀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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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5-23, 1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