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이끄는 자유선진당이 문국현 대표의 창조한국당과 공동으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데 전격 합의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선명 보수’를 표방하며 한나라당을 탈당해 출마했던 이 전 총재와 좌파 성향 창조한국당의 연대라는 점에서 ‘제 2의 國共(국공)합작’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양당의 연합이 국고보조금을 위한 느슨한 연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전격적인 합당 가능성마저도 거론된다.
그러나 양당의 정체성은 판이하게 다르다. 자유선진당은 창당 이후 한나라당과 유사한 우파 노선을 표방해 왔으나 창조한국당은 통합민주당, 민주노동당 등과 함께 좌파 정당으로 분류된다. 중앙일보가 지난 4월 숭실대학교 강원택 교수 연구팀에 의뢰해 실시한 정당별 이념 노선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창조한국당은 민주당(3.8점)에 가까운 4.0점을 기록, 좌파 노선에 가깝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그러나 자유선진당은 6.0점으로 중도 우파 성향이었다. (0점에 가까울수록 극좌, 10점에 가까울수록 극우)
이같은 격차는 자유선진당이 중점을 두고 있는 대북노선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대북지원에 대한 자유선진당의 입장이 6.0점으로 나타난 반면 창조한국장은 3.3점이었다. 최근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한미FTA에 대해서는 자유선진당 6.7점, 창조한국당 3.3점으로 두배 이상의 격차가 있었다.
결국 양당의 연합은 이념과 노선을 무시한 정치적 야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좌파 언론 한겨레신문은 23일 ‘교섭단체라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 당의 정체성을 버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회창 총재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 총재는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이념적 정체성을 문제삼으며 단독 출마, 정통 우파 유권자들 중 일부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지난 대선 직전에 정동영-문국현 등 좌파진영 후보들과의 단일화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지며 우파들로부터 지탄받은 바 있다. 지난해 12월 12일 한겨레신문은 성한용 선임기자의 칼럼을 통해 ‘이회창 후보 측이 정동영 후보 측에 단일화를 제안한 바 있다’고 공개했고, 인터넷신문 ‘씨앤비뉴스’도 지난 11일 ‘이회창 후보 측은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은 안된다는 전략으로 정동영 등 다른 후보와 교류를 통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당시 이회창 후보 진영에 합류했던 김혁규 전 의원은 “이회창 후보가 문국현-이인제 후보 등과 마지막까지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정동영 후보까지 전부가 합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정 후보와의 단일화도 내심 염두에 뒀던 이회창 진영의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됐다. 김 전 의원은 참여정부 하에서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됐을 뿐 아니라 열린우리당 최고위원도 지낸 친노-좌파 인사다.
뿐만 아니라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국가보안법 적극 폐지론자인 이상민 의원을 영입한 데 대해서도 이회창 총재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었다. 이런 이 총재가 좌파정당과의 연합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아직도 그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일부 우파세력을 더욱 실망시킬 전망이다.
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 전 총재를 도왔던 중앙대학교 이상돈 교수는 23일 <프리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제는 이회창 전 총재가 대선 출마 당시 내걸었던 ‘선명 우파’로서의 명분도 사라진 것이 아니냐”며 “그분이 표방한 우파적 노선은 정계 복귀를 위한 구실에 불과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한 우파 인사는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의 연합 및 합당 논의를 보면 1997년의 DJP 연합과 1940년대 중국 국민당-공산당의 국공합작이 떠오른다”며 “눈앞의 이익 때문에 좌파와 손잡은 우파 정치세력의 결말은 항상 비참했다”고 경고했다.
프리존뉴스 김주년 기자 (daniel@freezonenews.com)
‘鮮明보수’ 이회창, 결말은 좌우합작
- 김주년(프리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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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5-23, 15: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