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15일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환갑을 맞는다. 1948년 8월15일 전 세계에 탄생을 알린 대한민국의 60회 생일날이다. 정부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22일 '건국 60년 기념사업위원회'를 띄웠다. 김진현(金鎭炫) 전 과기처장관이 위원회 업무를 총괄하는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김 위원장을 만나 건국 60년의 의미와 위원회 운영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23일 저녁 본사에서 이뤄졌다.
―위원회 발족 취지는.
'대한민국 60년은 연력(年歷)적인 60년을 넘어 건국과 근대화의 한 변곡점을 넘는 의미가 있다. 정치사적으로 보수와 진보, 좌·우의 정치 사이클을 한 번 거쳤고, 경제·문화적으로 한국의 모든 내용을 바깥 일류 세계와 일치시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다. 이런 점에서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은 단순한 연령상의 회갑을 넘어 일종의 변곡점에 처한 (대한민국이) 과거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미래에 갈 길을 실체적으로 추구하고 조명하는 의미가 있다.'
―8월15일이 석 달도 남지 않았다. 준비가 부족하지 않을까.
'제대로 된 리더십이었다면, 차마 정부라고는 못하겠지만, 늦어도 2년 전에는 거국적인 60주년 평가, 기념 또는 미래 투시 작업을 준비했어야 한다. 정치뿐 아니라 지성을 대변하는 대학 언론 기업 문화 예술계의 모든 지도자가 자괴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있는지.
'대한민국 근대화 60년 혁명의 의미를 올바로 평가하는 작업이 제일 중요하다. 인구, 소득, 학생수의 변화처럼 단편적이고 미시적인 궤적을 좇는 일도 충실히 해야 하지만 동시에 45년 이후 독립한 140여개 비(非)서양 국가들과의 비교도 해 봐야 한다. 위원회가 이제 발족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업을 물으면 우리가 창피해진다.'
―작년 8월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 '건국일이 언제인지 안다'는 응답자가 32%였다. 국민 상당수는 8월15일을 광복절로만 알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해방이 주는 감격이 너무나 컸기 때문일 것이다. 건국 아버지들이 해방일에 건국 날짜를 맞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북한은 그렇게 못했는데(북한 정부 수립은 9월9일) 우리는 그렇게 했으니 자랑스러운 것 아니냐. 그런데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건국을 불의(不義)로 보면서 폄하하고 싶은 사람들에 의해 건국의 의미가 추락되면서 그런 여론조사도 나온 거다.'
―1948년 건국의 의미는.
'국제파워게임의 희생양인 동시에 그나마 공산화를 한반도의 절반에서 막은 다행스러운 사건이자 현명한 선택이었다. 대한민국이 건국되지 않았다면 유고슬라비아 폴란드 체코 헝가리처럼 공산화되고,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 복지는 없었을 것이다. 남·북한의 건국 초기 인적 구성을 보면 임시정부의 정통성이 대한민국에 있다는 것도 확연히 드러난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은 임정 초대 대통령이었고, 부통령 이시영, 국무총리 이범석, 국회의장 신익희, 대법원장 김병로, 감찰원장 정인보가 모두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다.'
―일부 학자들은 건국을 '분단의 시작이며 단순한 남한 정부 수립일 뿐'이라고 한다. 전직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시기'라고 했다.
'대한민국 건국 때문에 분단이 됐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역사 자료를 보면 소련은 한반도에 진주할 때부터 분단 계획이 있었다. 그나마 남쪽에 미군이 존재하고 이승만처럼 20세기 냉전의 큰 정치 주류를 내다보는, 혜안이 있는 인재가 있어 건국이 가능했던 것이다. 다만 그러한 사실 아닌 주장, 단편적 사실에 근거해 전체 진실을 왜곡하는 경향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주류가 많이 자성해야 한다. 대한민국 주류는 한국의 모든 분야에 역사성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너무 좁은 의미의 발전과 성장에만 집착하고 몰입했다. 민주화 과정에서 엉뚱한 사람들이 진실이 아닌 것을 갖고 그 (역사의 빈) 틈바구니를 파고드는 것을 방치한 대학·총장·교수·정부가 반성해야 한다.'
―위원회 발제문에서 대한민국 건국을 '혁명'이라고 평가했는데.
'근대화의 잣대는 민주주의, 소득, 사회문화의 다양성, 고등교육 등이다. 45년 이후 독립한 나라들 가운데 이를 완벽하게 충족시킨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아직은 한국의 근대화 혁명이 세계로 나가지 못하고 한국 안에 머물러 있기는 하지만 45년 이후 독립한 140개국을 기준으로 보면 대한민국 건국은 확실히 혁명이다. 일본부터 요르단 시리아를 아우르는 유라시아 지역권에서 자유롭고 책임 있는 '시민'의 개념이 존재하는 나라가 몇이나 되는가.'
―위원 50여명 대부분이 현 정부와 가까운 사람들이던데.
'좌·우, 진보·보수를 떠나 오늘의 한국을 구성하는 모든 분야의 리더십을 대표하는 분들이 다 참여하는 게 좋았을 텐데 시간이 너무 없었다. 또 아무래도 진보쪽 분들은 요즘 정부와 대화하는데 다소 주춤하고, 정부도 그렇다.'
―얼마 전 이승만 초대 대통령 동상이 서울 가정집에 버려진 채로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건국 인물들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는가.
'기념위원회가 직접 하는 건 좀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좌·우를 떠나 건국을 총체적으로 평가하고 그런 평가를 지금보다 훨씬 넓고 깊게 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이승만만 해도 3·15 부정선거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해외로 추방됐다는 과(過)가 있다. 그러나 해방 후 국제정치에서 소련을 막지 않는 한 한반도가 공산화된다는 걸 정확히 파악한 사람은 이승만뿐이다.'
―60주년 이후 대한민국의 미래와 비전은.
'두 가지다. 하나는 대한민국 60년 혁명의 결실을 보편적인 '글로벌 코리아 모델'로 만들어 후진국, 중진국의 가치·이념·제도 교육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초(超)근대화·탈(脫)근대화의 맏이로서의 과제다. (초근대의 대표적 현안들인) 환경·자원 문제는 구름 위에 뜬 세계적 문제가 아니라 우리에게 가장 아쉬운, 우리의 문제다. 예를 들어 중국의 에너지·물·환경 문제를 내 문제라고 생각하고 해결하려 한다면 중국 시장을 확보할 뿐 아니라 세계 문제, 내 문제를 해결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우리에게 기회가 온다. 이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과 과학 혁신이 필요하고 우리가 만들어내야 한다.'
―건국 60년에 이것만은 이뤄졌으면 하는 일이 있다면.
'건국과 항일독립운동의 정통성은 확실히 대한민국에 있다. 다만 건국에 참여했던 독립운동세력이 6·25때 대부분 납북되면서 6·25 이후 근대화, 부흥, 반공호국의 과정에서 (건국세력과 독립운동세력 사이에) 불행하게 단절이 있었다.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 사이에도 마찰이 있었다. 5·16, 5·18 등이다.
이런 부분을 있는 사실대로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마음의 상처를 보듬는 게 필요하다. 성공했든 실패했든, 대통령이든 총리든 중요 정책을 세운 각계 리더십들이 왜 그 당시에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객관화하고 타자화(他者化)하는 자평록(自評錄)이나 회고록 같은 걸 내야 한다. 반론이 나올 것을 각오하고 '난 그때 이래서 이런 판단을 했다' '그때 솔직히 대통령이 시켜서 그랬는데 잘못된 것이었다'는 식의 자기 평가가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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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현 위원장은
'언론인, 장관, 대학총장, 신문발행인.' 조선일보 인물 DB에 있는 김 위원장 이력서의 '업무/전문분야'란 내용이다. 이만큼 그의 경력은 한 마디로 요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고 화려하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와 동아일보 논설주간, 문화일보와 한국경제신문 회장을 지낸 언론인이면서, 노태우 정부에선 2년 넘게 과학기술처 장관으로 일했고 서울시립대 총장도 역임했다.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시민운동가이기도 하다. 72세인 현재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자유지성 300인회 이사 등 공식 직함만 20여개가 넘는다. 최근에는 중국 문제를 천착하고 있다고 한다. 고 김영기(金英基) 제헌의원의 아들이다.
" 절반이나마 공산화 막은 것은 현명한 선택"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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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5-26, 06: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