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北 권력기관의 복무자들

심양에서 만난 北의 친구는 "만약에 정권이 바뀐다면 우리들의 처지는 어떻게 되는가" 물었다.
나는 얼마 전에 사업차로 중국을 다녀왔다. 2004년 탈북하여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처음으로 중국땅을 다시 밟은 것이다. 심양비행장에 내려 택시를 타고 시내로 가는 나의 마음은 어떻게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호텔에 집을 풀어 놓고 시내구경을 나갔다. 가는 곳마다 한국식, 북한식, 간판들이 즐비해 있다. 남과 북이 어우르는 풍경이다. 문득 나의 눈에는 ‘류경식당’이라는 간판이 띄었다. 무작정 호기심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조선치마저고리 차림의 평양 아가씨가 김일성 배지를 달고 머리 숙여 나를 맞아 준다. 나는 식탁에 앉아 메뉴를 쭉 훑어보았다. 평양냉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었다. 고향맛을 느껴보려고 평양냉면을 청했다.

아가씨는 “선생님, 평양냉면 정말 맛있습니다. 그리고 감로주도 좋습니다.”하면서 거들었다. 몇 년 만에 먹어보는 감칠맛에 나는 게 눈 감추듯 한 그릇을 비웠다. 그리고는 대방과 선약이 있어 식당문을 나섰다.

몇 발짝 움직였을 때 누군가 나를 주시하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렸다. 나는 깜짝 놀라 굳어져 버렸다. 북한에서 나와 같이 근무하면서 가장 가까웠던 친구가 바로 나의 눈앞에 있는 것이었다. 식당 안에서부터 나를 주시하다가 따라 나온 것이다. “우선 조용한 곳으로 가자.” 그가 앞장섰다. 반가움보다 경계심이 앞섰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는 서로가 친구였지만 이제는 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나의 탈북을 방조해준 친구였다. 그는 먼저 나의 부모님들이 무사하다는 것과 자기를 비롯한 친구들이 힘쓴 결과라고 강조했다. 서로가 술 한 잔 기울이며 지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독재국가에서 권력의 상층에 있는 부류의 한 사람인 그가 가장 궁금해 했던 점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그는 “조선에서 권력기관에서 복무한 너나, 그리고 황비서, 홍순경, 등을 남조선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또 너희들을 믿어주는가? 만약에 정권이 바뀐다면 우리들의 처지는 어떻게 되는가?”등등 질문을 퍼부었다.

그의 말을 분석한다면 요점은 해외에 나오는 사람들의 대부분들은 이미 김정일 정권에 환멸을 느끼고 있으며 국내에 있는 사람들도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외부의 지원이 없이는 그 어떤 행동도 성공을 담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정권이 바뀔 경우 독재기관에서 복무한 사람들에 대한 처리결과가 그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이라고 한다. 지금 북한의 독재기관에 복무하는 사람들중에는 친중파와 친러파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 또한 문제점이라고 한다.

누구에 위한 정권 바꿈인가가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만약에 북한에서 정권이 바뀔 경우 (쿠데타이건 김정일의 사망이던 간에) 독재기관에서 복무한 사람들에 대한 처리를 일괄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담보가 없냐는 것이다.

나로서는 그 어떤 대답도 해주기는 힘들지만 명백한 것은 독재자 김정일에게 충성을 다한 최측근들이나 인민들에게 악질적으로 만행을 한 자들은 용서받지 못할 것이나 독재기관에 복무했다고 해서 다 처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내가 본 남조선은 민주국가이며 그만큼 법도 민주주의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그와 헤어지면서 친구들에게 통일은 멀지 않았으며 김정일 독재정권은 반드시 망한다는 것을 강조해주었다.

나는 친구의 말을 통해 김정일 독재정권은 이미 기울어졌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으며 북한에서 말하는 ‘일심단결’이나 ‘총폭탄’, ‘결사옹위’는 빈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되었다. 김정일 독재정권은 마지막 길을 걷고 있으며 간부들이나 인민들이 더 이상 김정일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탈북자 유용남 (전인민군 총정치국 상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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