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이해하는 몇개의 시각들이 있다. 휴전선을 기준하여 김정일 편이냐, 대한민국 편이냐가 있다. 이는 애국과 반역으로 나누는 것이다. 이념을 기준으로 하여 사회주의적이냐 자본주의적이냐로 나눌 수도 있다. 左右 구분법이다. 순수하게 정책만 놓고서는 보수적이냐 개혁적이냐로 나눌 수 있다. 保革이라 불러도 좋다. 민족사적 정통성을 놓고 정통인가 이단인가로 가를 수도 있다.
여기에 최근 중요한 패러다임 하나가 필요하게 되었다. 인간됨을 기준으로 하여 저질과 교양으로 가르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예절과 언동이란 것이 있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존대하고 弱者를 보호하며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이를 순화하여 표현하고 不義를 보면 행동하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대신 자신의 사생활도 단호하게 지켜내며 예술이나 문학을 즐기고 관용과 여유를 잃지 않으려는 자세가 교양이 아닌가 한다.
知識이란 한자를 풀면 교양인이 뭔지 알 수 있다. 矢는 화살로서 원거리용이므로 전략무기라고 볼 수 있다. 口는 인간의 먹는 문제 즉 경제이다. 言은 인간의 말과 글 즉 인문적 지식이다. 音은 예술을 상징한다. 戈는 창과 비슷한 찌르는 무기로서 전술이다. 이 개념을 합치면 전략 전술도 알고 경제에도 밝고 인문적 깊이와 예술을 이해하는 여유도 가진 이가 지식인, 즉 교양인이란 얘기이다.
全人교육을 받은 우리 선배들 가운데 이런 분들이 많았다. 이런 분들은 싸워도 항상 막가지 않으려 노력했다. 경쟁하더라도 우정을 다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요사이 한국 사회의 득세파들이 주로 보여주는 성향은 교양과 정반대이다. 선동, 거짓, 무례, 비방, 폭언, 폭행, 패거리, 음해. 대화와 관용과 이해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동물적 본능이나 적대감에 꽉찬 이들의 무기는 기성질서에 대한 증오심이다. 이들에게는 좌파라는 분류가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무능과 무모성을 좌파적 이념으로 포장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저질성의 원인을 캐고 들면 몇개의 뿌리와 만난다. 사회를 계급투쟁적 시각으로 보는 좌파적 세계관, 한글전용의 확산에 따라 생각하는 인간이 아니라 느끼고 반응하는 인간으로 만들어진 젊은 세대, 자기 절제를 모르고 애국심도 없는 부유층, 집단의 저질성을 선동하고 이용하는 정치세력의 존재 등.
한 사회의 교양 부분이 저질을 통제하고 순화하는 사명을 포기하고 저질에 굴복하고 영합할 때 위기가 찾아온다. 저질은 인간의 본능, 감정, 증오심, 악한 면을 자극하여 이를 폭발시키는 특징이 있다. 한국 사회의 저질화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크나큰 숙제이다.
새로운 분류기준: 저질 對 교양
- 조갑제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03-09-03, 0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