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경찰에게 "야 이 거지놈아"

"의경복 입고는 지하철도 못 타".. 욕설·조롱에 시달리는 전·의경들
서울경찰청 ○기동대 정태웅(23) 수경은 1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밧줄로 전경버스를 주변 가로수에 묶고 있었다. 시위대가 끌어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정 수경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5월 24일부터 지금까지 하루 3~4시간씩밖에 자지 못했다'며 '아스팔트 위에서 잔 적도 많다'고 했다.

전날 시위대에서 날아온 유리 가루가 눈에 들어가는 바람에 구급차에 실려갔던 정 수경은 이날 아침에야 복귀했다. 정 수경은 '몸보다 마음이 더 지쳐 있다'고 했다. 도를 넘은 시위대의 '분풀이'와 '욕설' '조롱' 때문이다. 그는 '특히 '내가 네 엄마 ○○었다'는 식의 입에 담지 못할 욕을 들으면 앞 뒤 안 가리고 뛰쳐나가 싸우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제대를 일주일 앞둔 그는 '이제 의경복 입고는 지하철도 못 타게 됐다'고 했다.

'전경버스를 못 끌고 가게 하려고 버스 밑에 들어가 누워 있으면 촛불을 그 아래로 던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시위대는 애국자고 경찰은 다 역적입니까?'

촛불시위 현장에서 만난 전·의경들은 시위대와 일부 시민들이 '적(敵)'으로 생각하는 현실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군 복무 대신 경찰을 택했을 뿐인 이 젊은이들은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모욕당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정 수경의 동료인 조남현(23) 수경은 '8일 밤 남자 초등학생들이 가운데 손가락만 펴 보이며 '너희는 사람도 아니다'고 소리쳤다'며 '우리가 왜 그런 욕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유양훈(22) 상경도 '중학생으로 보이는 한 소년은 100원짜리를 던져주면서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거지 새끼들아'라고 하더라'며 허탈해 했다.

조롱과 욕설은 시위 현장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활까지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조 수경은 '대원들의 싸이월드 홈페이지까지 찾아내서는 마구 욕설을 올려놓는 바람에 동료 대부분이 홈페이지를 폐쇄했다'고 말했다. 전화번호가 인터넷에 유포되는 바람에 한동안 '1818', '4444' 같은 문자와 온갖 욕설이 담긴 메시지에 시달린 의경도 있었다.

인터넷에는 전·의경 전체를 매도하는 글들이 무더기로 올라온다. 다음의 토론게시판 아고라에서는 '전투경찰제도 폐지, 전투경찰 차출 반대'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2008년 5월에 전·의경으로 근무한 사람들은 직장에 취직을 못 하도록 하자'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우리가 어떤 주장을 폈나요? 우리가 광우병 쇠고기를 먹자고 했나요? 우리는 단지 군인이 아닌 경찰 신분으로 병역 의무를 다하고 있을 뿐인데, 왜 공격당하고 욕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태웅 수경은 '며칠 전 잘 데가 없어서 아스팔트에 누워서 잠시 눈을 붙이려 하는데 시위대 중 일부가 '냄새 난다'며 침을 뱉고 갔다'며 '우리는 도대체 뭐냐'고 반문했다.

박세미 기자 ru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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