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 첫기사에 등장한 서울 광우병 촛불시위

자기의 나라와 정부, 그리고 동맹국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
뉴욕타임즈 인터넷판에 실린 진지한 촛불시위자들의 모습
오늘아침 출근길에 집어든 뉴욕타임즈에 대서특필된 첫 기사는 서울의 광우병 촛불시위였다. 세종로를 뒤덮은 촛불시위대의 컬러 사진이 '장관(?)'이었다. 시위대가 촛불을 일제히 치켜드는 사진도 실렸다(사진속에 나이키 상표 모자를 쓰고 있는 시위자의 모습이 유난히 잘 보였다). 뉴욕타임즈 인터넷판에는 더 여러장의 사진이 실렸는데, 그중 하나가 유난히 내 주목을 끌었다.

중년 아주머니와 딸 같기도 한 소녀가 촛불을 키는 장면인데, 어찌나 진지한지 '숭고'해 보이기 까지 했다. 그런데, 도데체 무슨 이유로 이렇게 진지하고 숭고하게 촛불을 켜나 하는데까지 생각이 미치니 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도데체 무었때문에 촛불을 들었다는 말인가?

썩고 상한 음식조차 먹지 못해 굶어 죽은 300만 북한동포를 위로하는 촛불인가?
북한 동포들이 굶어죽는 소식을 이제는 더이상 듣고 싶지 않으니 제발 김정일과 그 일당은 공산독재를 버리고 대한민국의 자유체제로 전환하라는 항의의 촛불인가?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는 불안해서 살수 없으니, 김정일에게 핵을 포기하라는 항의의 시위인가?
탈북자들을 북송하지 말고 서울에서 선량한 시민과 경찰을 구타한 중국시위대는 사죄하라는 중국정부를 향한 항의의 촛불인가?
대한민국의 건국 60주년을 기념하는 촛불인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장을 축하하고 되새기는 감사와 긍지의 촛불인가?
대한민국을 지키다 목숨을 다한 한국군, 미국군 그리고 유엔군등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촛불인가?
동맹국 미국과 함께 월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다치거나 전사한 한국군을 추모하는 촛불인가?
서해교전에서 전사한 해군들을 추모하는 촛불인가?
탈북자들을 되도록이면 한국으로 많이 데려오고 그들을 돕자는 촛불시위인가?
이웃나라 중국의 사천성대지진으로 숨진사람들을 추도하는 촛불인가?
이웃나라 일본에서 묻지마 살인으로 숨진 무고한 국민들을 추도하는 촛불인가?

위의 이유중 그 어느 하나만이라도 이와 같이 많은 한국인들을 거리로 나오게 하고 촛불을 들게 하였다면, 세계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평하였을 것이다. '참으로 한국인들은 위대하며, 감사함을 알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아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번에 그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든 이유가 결국 무엇이었단 말인가? 아직 수입을 시작하지도 않은 미국 쇠고기, 그것도 수입이 시작되고 먹기 시작하면 혹 (확률을 낼 수도 없을 정도로 가능성이 적게) 광우병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방송한 텔레비젼 프로그램 하나 때문이 아닌가? 다른것도 아니고 이 때문에 이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밤을 지새며 촛불시위를 했다고 하면 미국쇠고기만 먹는 미국국민들은 물론이요 세계 사람들이 다 무어라고 하겠는가? '아니, 바로 삼팔선 넘어서는 굶어 죽어 나가는 동포가 길에 널리는 판에, 완벽하지 않아 보이는 먹거리를 수입하기 싫다고 저렇게 소란스럽게 구니 좀 사치스럽지 않은가?'라고 하지 않겠는가? '한국이 독재국가도 아니고 투표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대의민주주의 국가인데, 각자 먹고 살기도 바쁘고, 따듯한 초여름밤 친구들과 가족들과 재미있게 여가를 즐기며 할 일도 많을텐데, 다들 얼마나 한가하고 여가를 즐길곳이 없길래, 한군데로 저렇게 몰려나와 밤을 지새며 집단 촛불시위를 한단 말인가?'라고 하지 않겠는가?

미국에서도 몇 년전에 광우병 어쩌고 하면서 몇 몇 소비자 단체가 들고 일어나서, 농무부와 과학자들이 나서서 일을 수습한 적이 있다. 나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미국시민들은 '위험하니 먹지 마십시요'라고 나라에서 공고한 적이 없으니, 그저 정부를 믿고 식생활을 바꾸지 않았다. 내 생명이 덜 소중해서가 아니다. 열심히 일하고 벌어서 세금내고 투표하는 바쁜 삶을 사는 일반시민으로서, 일일히 정부가 하는 일에 딴지를 걸면서 촛불을 들 시간과 기운이 없는 것이 하나의 이유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그저 '적어도 미국이니까, 적어도 미국의 민주 정부가 하는 일이니까, 시중에서 유통되는 국민들의 먹거리의 안전 정도는 책임지겠지. 내가 세금을 얼마나 내는데, 그 비싼 국민세금 거둬서 그정도는 책임지겠지' 하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쇠고기 먹는 것을 그만두지 않은 것이다. 미국인들은 거의 '미국산', '미국식약청등록', '미국농림부인정'하면 그 무엇보다 안전하다고 믿고 먹는 버릇이 있다. 콧대높고 무식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자신의 나라와 정부와 과학기술을 '신뢰'한다는 뜻일 수도 있다.

난 솔직히 광우병이니 뭐니 공부할 시간도 없다. 그저 바쁘게 살면서 나라에서 금하지 않은 음식이라면 그냥 믿고 고루고루 다 먹는다. 내가 사는 나라, 내가 뽑은 정부를 그저 믿고, 평범히 먹고 사는 것 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할때, 미국정부가, 6.25때 자국의 청년들을 보내서 피를 뿌리면서 지켜낸 동맹국의 국민들한테 '우리가 못먹는 병든 고기만 골라서 팔테니, 먹고 병에 걸리던 말던 우리가 알바 아니요'라는 식의 악의를 가지고 수출협상을 했겠는가? 이익만 생각하는 장돌뱅이라도 돈을 받고 물건을 팔 때에는 그 물건의 품질을 보증한다. 하물며 미국은 피로 맺어진 동맹국이 아닌가.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국민이 선출한 대한민국정부가 아무려면 국민들의 생명을 생각치도 않고 일부러 위험한 먹거리인줄 알면서도 미국 고기중에서 나쁜것만 수입하자고 협상을 했겠는가?

또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동물이던 사람이던 생명이라는 것은 수치로 정확히 계산할 수 없는것인데, 29개월 29일까지 산 소는 안전하고 30개월이 되는 순간부터 안전치 않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런식으로 걱정하기 시작한다면,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중국에서 들어오는 야채와 생선, 약재는 어떻게 먹고 북한산 술과 오가피는 왜 먹는 다는 말인가?

만약 촛불시위대가 조금이라도 상식적, 과학적으로 생각하고, 대한민국과 미국에대해 조그마한 믿음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어마어마한 집단 선동과 집단 행동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몇 년전에 뉴욕의 동포들이 다니는 한 사찰에서, 그곳에 계시던 법사님이 하신 말씀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산다. '인간으로서 자신의 복을 깎아 내리는데 가장 빠른 지름길은, 정성스레 마련된 음식을 보면 감사히 잘먹지 못하고, 이것은 이래서 안되고, 저것은 저래서 않좋고 하면서 가리고 따지면서 먹는 것이다.' 나는 참 좋은 말씀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체질와 식습성을 전혀 고려치 않을 수는 없겠지만, 될 수 있으면 음식을 마련한 사람의 정성을 생각해서, 고기건 야채건 나를 위해 스스로의 생명을 내어 준 그 공덕에 감사하면서, 그리고 내가 지금 먹는 음식도 없어서 못먹는 굶주린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고루고루 여러 음식을 다 잘 먹는 사람이 복된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쇠고기가 아니었다면 또 무슨 이유에서건 촛불이 세종로를 뒤덮었을지 모른다. 서울의 사대문안은 화기가 많은 곳이라 광화문과 숭례문이 다 서울의 화기를 제압하기 위해 세운 건물이라던데, 숭례문이 타 없어진 탓인지 더욱 촛불바다가 기승을 부리니 불길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그 많은 좋은 이유를 다 놔두고, 멀쩡한 먹을 것을 가지고 시위를 한단 말인가? 배고팠던 우리 부모님 세대와 지금도 굶고 있는 이북동포들을 잊었단 말인가? 아무리 소가 인간을 비판할 수 없다지만, 모두 '미친소'취급을 당하는 미국소들이 얼마나 한국인들이 원망스러울 것인가? 또한 이 소들을 정성스레 키워서, 내다 팔고 음식거리로 삼는 미국의 축산업자/도축업자들의 기분은 어떻겠는가? 미국인, 중국인, 혹은 일본인들이 단체로 거리로 몰려나와 한국소는 다 '미친소'라 했다면 그 소를 키우는 한우 축산업자들의 기분은 어떨것인가?

광우병기사가 아니라 뉴욕타임즈의 기사가 다음과 같았다면 어땠을까?

'수만명의 한국인들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고 자유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을 기념하다'

'자유민주국가 건설을 기념하며, 북한동포를 구하고 자유통일과 선진국가 확립을 이루어내자는 한국인들의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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