再협상? 한국수출 치명적 타격 입을 것

美國産쇠고기 수입규제는 WTO 위반
◎ 6월11일 뉴라이트전국연합 주최 시국대토론회, 류병운 홍익대교수(국제통상법) 발제 정리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을 수 있는 근거는 별로 없다.

지금 세계는 「예외 없는 관세화」를 목표로 국제무역자유화를 한층 더 강화한 WTO 체제 속에서 살아간다. WTO 체제 아래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규제한다는 것은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제11조(수량제한의 철폐) 위반이고, 호주산 쇠고기 등과의 차별은 GATT 제1조(최혜국대우) 위반이다.

<과학적 기준 제시 못하면 OIE기준 따라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GATT와 WTO를 통해 이미 오래 전 개방돼 있었다. 다만 한국은 예외적 규범을 동원해 이를 막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미국이 2007년 5월 「광우병위험통제국가」로 인정받으면서, 한국은 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제한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편집자 주])

현재 가능한 예외적 규범은 GATT 제20조의 「무역자유화에 대한 일반적 예외조항」이다.
이는 『인간·동물·식물의 생명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채택·실시하는 회원국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 조치는 『자의적(恣意的) 조치나 위장(僞裝)된 무역장벽으로 남용되는 것이 금지』된다. WTO는 또한 위생검역조치가 수입규제수단으로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위생 및 식물위생 협정(SPS)』까지 두고 있다.

SPS협정에 의하면 위생검역조치는 『과학적 증거』에 근거해야 하고, 『투명한 위험성 평가 절차』에 뒷받침돼야 한다. 이 같은 「과학적 국내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라면 국제기준을 따를 것이 요구되는데, 動物과 動物제품에 관한 국제기준은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규정한다.

요컨대 한국이 독자적 쇠고기 위생기준, 즉 과학적 증거에 근거하고 투명한 위험성 평가 절차에 뒷받침되는 「과학적 국내기준」이 없다면 OIE의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의 궁여지책, 또 다른 국제법 위반>

야당은 「재협상」을 요구한다. OIE기준은 권고적 효력을 가질 뿐이라는 게 근거이다.

물론 OIE기준은 권고적이다. 그러나 OIE기준은 WTO의 SPS협정에 의해 『국제기준으로 편입돼(incorporated by reference)』 있다. OIE기준은 우리가 「과학적 국내기준」을 갖고 있지 않을 경우 그 채택이 의무적인 것이다.

한국은 쇠고기 위생에 관한 「과학적 국내기준」을 갖고 있지 않았고, OIE의 기준을 토대로 미국과 협상을 맺었으니, 이 협상을 수용해야 한다.

만일 한국이 이를 끝내 거부한다면 韓美FTA 출범의 부정적 효과는 물론 미국 등으로부터 WTO에 제소(提訴)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

WTO에 제소당하면 우리가 먹고 사는 원천인 반도체·자동차·선박 수출은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된다. 한국은 對外의존도가 70.3%이고, 무역이 국내총소득(GAI)의 85%선에 이른다. 소위 「국민건강」을 위해 치명적 무역 손실을 보아도 무방하다는 말인가?

정부는 여론에 떠밀려 궁여지책(窮餘之策)을 모색하고 있다.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한 미국 측의 「자발적수출규제(VER)」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회색지대조치(grey area measures)」를 취하지 못하게 한 국제규범(긴급수입제한조치에 관한 협정. Agreement on Safeguards)에 의해 또 다시 국제법 위반이 된다.

<미국과 재협상 국제법상 불가능>

미국과의 재협상은 국제법적으로 불가능하고, 현재의 WTO 규범 틀에서는 재협상을 해도 결과적으로 달라질 것이 거의 없다. 특히 미국과 쇠고기 협상은 「약식조약(略式條約)」 방식으로 이른바 서명만으로 「조약에 구속된다는 동의」를 표시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은 이미 국제법적으로 효력을 발생했고, 재협상은 조약파기 이후의 절차이다.

흔히 「검역주권」을 말하지만, 이는 WTO규범에 의해 제약된다는 명확한 인식을 가지고 냉철히 국익을 고려해야 한다.

정리 김성욱 [gurkhan@empal.com]

[참고 : 일본과 한국은 다르다]

일본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117개 국 가운데 20개월 미만 소만 수입하는 유일한 나라이다. 이는 2001년 이후 일본에서 33마리의 광우병 소가 발견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일본산 쇠고기도 20개월 미만만 유통시키도록 법을 바꿨다.

일본은 上記의 독자적 쇠고기 위생기준을 제시해 OIE의 기준을 적용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2007년 5월 「광우병위험통제국가」로 인정받으면서, 미국은 일본에 대해서도 수입조건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의 case를 적용할 수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처럼 자국(自國)과 타국(他國) 모두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치 않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국도 20개월 미만만 유통시키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대해서도 20개월 미만만 수출할 것을 요구할 수 있었다.

한국은 다르다. 우리는 국내산 쇠고기 38%가 40개월 이상이며, 나머지도 24~32개월 사이에 도축된다. 많게는 60개월 이상인 젖소고기의 유통율도 12%에 달한다. 자국은 30개월 넘는 소들을 소비하면서, 미국에 대해선 30개월 미만만 수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WTO 규범 틀을 일탈할 아무런 정당성을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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