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9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새문안 교회 옆 금호아시아나빌딩 골목으로 진출한 시위대 500여 명은 차도를 불법점령하고 신문로빌딩 앞 3거리로 진출했다. 신문로빌딩 주차장 부근에 바리케이트를 친 300여 명의 경찰이 시위대에 밀리자 '경희궁의 아침' 빌딩쪽에서 대기하던 전경 200여명이 방석복을 입고 함성을 외치며 달려왔다. 목소리는 우렁찼지만 전경들은 긴장된 모습이었다. 경찰 저지선을 뚫으려는 시위대는 전경들을 앞뒤에서 위협하며 압박했다.
파리바게트와 '樂호프'란 생맥주집 앞에서 戰線이 형성됐다. 경찰 호송차인 봉고차에 방금 전 잡혀온 한 젊은 남자가 차량 맨 뒤 유리문을 열고 그대로 점프해 밖으로 탈출해 인근 지하 스포츠센터 건물로 도망쳤다. 가까이에서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은 말을 잊었고 차 안의 호송경찰이 혀를 차며 차안의 창문을 걸어잠갔다.
그때 시위대 뒷편 '경희궁의 아침' 건물 앞 도로에 경찰 포클레인 한 대와 민간 포클레인 한 대가 와서 경찰버스 뒤에 섰다. 앞쪽의 경찰차량이 시위대에 밀릴 경우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경찰 포클레인이 도로에 정차하자 시위대가 몰려들어 사진을 찍고 욕을 해댔다. 20대 중반의 한 여성이 포클레인의 앞쪽 대형 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경찰이 시민들을 삽으로 찍으려 합니다. 동네사람들 모두 나오세요. 이럴 수는 없습니다."
옆에서 구경하던 나는 마침 동네사람이라 한 마디 했다.
"아가씨, 나도 동네사람이거든요, 선동하지 마세요."
아가씨는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주위를 향해 소리쳤다.
"저도 요 앞이 직장이에요, 명함 있거든요? 아저씨는 경찰이지요?" 하더니 주위의 시위대에게 "이 아저씨, 경찰입니다" 하며 다시 소리를 질렀다. 순간 불안해 하던 집사람이 나를 시위대 밖으로 끌어냈고 그 아가씨는 명함을 보여주겠다고 언성을 높이며 나와 경찰을 비난했다.
이때 50대 중반의 한 남자가 이 아가씨에게 다가가 "아가씨 명함 좀 봅시다"고 하자 그 여자는 주춤했고 주위의 시위대원들이 "아저씨가 뭔데 명함을 달라고 하냐"며 윽박지르고 그 사이 아가씨는 욕설을 퍼부으며 시위대 속으로 들어갔다.
광화문 뒷길을 거쳐 청와대로 가려던 시위대는 경찰차가 앞뒤를 막자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오후 10시쯤엔 경찰들이 앞뒤의 시위대에 포위돼 있었다. 그러나 시위대가 경찰 저지선을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10시 20분 파리바게트 앞 도로에서 "와" 함성을 지르며 시위대가 경찰을 밀어댔다. 10cm 정도 높은 굽을 신은 원피스 차림 20대 여성이 구경하는 시민들을 향해 외쳤다.
"남자분들 도와주세요. 경찰이 우리를 밀어냅니다."
오히려 시위대가 경찰을 밀어내는 상황이었다. 그 여자는 애처로운 목소리로 호소했지만 인도에 있던 구경꾼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바로 옆 공영주차장 쪽에서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정도의 아이에게 엄마로 보이는 이가 말하기를 "경찰이 시민을 때리는 것까지 봤네" 하니까 손에 촛불을 들고 있던 아이는 "나도 오늘부터 오마이 뉴스 기자 될래" 했다. 母子와 같은 장소 같은 상황에서 같은 것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느낀 아내와 나는 씁쓸히 발길을 돌렸다. 우리 내외가 보기엔 오히려 경찰이 약자였다. 시위대쪽은 비디오 카메라와 핸드폰 카메라로 중무장했고 경찰은 그들의 카메라 플래시에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묵묵히 버티고 있었다.
6월25일 밤 11시30분, 내가 사는 동네 앞에서는 아직도 시위가 진행중이다.
"아가씨, 나도 동네사람이거든요, 선동하지 마세요"
- 金東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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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6-26, 0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