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불교편이다. 하루씩 번갈아 하는 '촛불연명(?)집회' 7월4일의 행사는 참여불교在家연대, 불교환경연대 등이 주최한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의 참회를 위한 시국법회'다. 오후 9시 행사 말미쯤에 서울시청 광장에 들어섰다. 서너 곳에서 목탁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덕수궁쪽서 횡단보도를 건너자 이곳이 촛불집회장인지 벚꽃놀이철 여의도의 장마당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10여개 노점상들이 요지를 차지하고 있었다. 오뎅국물이 펄펄 끓었고 양념 닭꼬치가 시청광장에 연기를 뿜었다. 또 한쪽엔 아이스크림, 커피 장사가 진을 치고 있었다. 제법 큰 오뎅 노점상 아주머니에게 술도 있냐고 물었더니 '차가운 게 있다'며 리어카 밑에서 소주를 꺼내 보여주었다. 분수대 옆 새로 깔아놓은 잔디밭은 끈으로 막아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는데 50대 중년 남자 둘이 자기집 마당처럼 들어가 앉아있었다. 누구도 제지하는 이가 없었다. 그 옆 시청측에서 잔디보호를 해달라고 써놓은 입간판은 온통 비아냥거리는 낙서로 덮여 있었다.
가톨릭과 불교계의 집회는 행사를 진행하는 이들의 말도 느리고 내용도 명료하지 않아 청중을 한 주제로 집중시키지 못하곤 한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한 여성이 읽은 '촛불을 위한 생명과 평화의 108 참회문'을 보면 웬만큼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무슨 의미인지 놓칠 만한 대목이 많다.
'마땅히 감당해야 할 의무를 내버려 둔 채 향락에 빠진 것을 풍류라고 착각한 허물을 참회하며…'
'소리를 없애고 메아리를 구하려 하는 것과 같이 중생의 고통을 껴안지 않고 안심을 얻으려 한 허물을 참회하며…'
'인간은 자연과 우주의 일부로서 자율적으로 존재할 때 비로소 존엄성이 인정된다는 것을 사무치게 깨달아 새기면서…'
시끄러운 야외 행사장에서 집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이다. 행사 참가 인원은 어제 기독교 단체 집회보다 많은 5000-6000여명 정도였지만 행사에 집중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가장자리쪽은 여느 날처럼 취객과 건달들이 어슬렁거렸다. 집회장 외곽쪽, 인권위원회쪽에서는 예비군복을 입은 젊은이 30-40명이 히히덕거리며 행사장 쪽으로 들어왔는데 대부분 상의 옷 단추를 두어 개까지 풀어헤친 모습으로 봐 저녁을 먹으며 술을 한 잔씩 한 모습이었다. 한때 시위질서를 잡겠다며 나온 예비군들도 촛불집회 피로감에 젖은 듯했다.
집회가 끝난 뒤 주최측은 默言(묵언) 이 어떤 행동보다 무서운 거라 강조하며 묵언 행진에 나섰지만 참석자들, 특히 한 판 붙어보고 싶어 나온 젊은이들은 실망하는 눈빛이었다.
7월4일 오후 9시20분, 오십 몇 번째의 소위 '촛불문화제'인 불교계의 시국집회가 끝나가고 있었다. 이날 주최측이 나눠준 A4 용지 여덟쪽짜리 안내문엔 '식탁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정도의 표현은 있었지만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문제는 들어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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