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언론의 한국 비판

美 퍼시픽 포럼의 랠프 코사 회장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다고 죽는 일은 없지만 현대 차를 타면 죽을 수 있다"

최현묵 기자 seanch@chosun.com

'시위사태가 한국의 '불도저' 대통령을 초라하게(humble) 만들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4일자에 1개 면 전면을 할애한 '분석(Analysis)'기사를 통해 '이명박 정부가 집권 몇 달 만에 비틀거리고 있으며, 정치적 불안정이 아시아 4위의 경제 대국인 한국에 대한 투자 심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최근 시위사태의 원인으로 주로 이 대통령의 리더십을 지적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adviser)는 '이 대통령이 평생 동안 일에만 몰두하던 사람이라 한국 사회가 지난 10년간 얼마나 변했는지를 미처 깨닫지 못한 것 같다'고 했고,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너무(철학적이고 전략적인) 비전이 많았던 데 비해 이 대통령은 너무 없다'고 말했다고 FT는 보도했다.

FT는 쇠고기문제가 한·미관계를 '신저점(新低點·new low)'으로 추락시켰다고 분석했다. 미국 하와이의 싱크탱크인 퍼시픽 포럼의 랠프 코사(Cossa) 회장은 FT에 '최근의 시위는 (미국인들에게) 모욕적(insulting)'이라며 '한국 내 잔존하고 있는 반미(反美) 감정이 쇠고기문제를 이 대통령에 대한 공격에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사 회장은 또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죽는 일은 없지만 현대 차를 타면 죽을 수 있다'며 '미국인들이 오히려 한국 차의 수입을 중단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이 신문은 '폭도들(rioters)'의 모습이 전 세계에 방영되면서 일부 미국 기업인들이 한국 방문을 미루고 있고,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나타난 불투명한 규제 시스템이 외국인들의 한국 투자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이 한국 경제를 급격히 추격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당초의 공약에서 후퇴해 여론 수용에만 집중하다간 미래의 번영에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3일 한국 시위사태와 관련, '최근의 시위는 쇠고기에서 촉발됐지만 이제는 더 광범위한 경제적 비판으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좌파(左派)운동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으며, '부의 집중' 등 좌파의 구호가 지난 10여년간 빈부 격차 확대 등으로 불만을 가진 일반인들의 시위 참여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 방문은 일정 잡는 것조차 예민하다(delicate)'란 제목의 3일자 기사에서 조지 W 부시(Bush) 미 대통령의 방한일정을 둘러싼 한·미 양국 간 혼선을 시위사태와 관련지어 보도했다.

백악관이 1일(현지 시각) 방한일정을 언론에 흘리자 한국 정부가 불만을 표시했는데, 이는 같은 날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판매가 재개되기 때문이었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WP는 백악관이 2일 '이례적으로 (한국 정부에) 사과(contrition)했다'며 '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곤경에 처한 친미(親美) 성향의 이명박 대통령과의 민감한 관계를 잘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지난 1일 ''신체 접촉만으로도 광우병에 감염된다', '미국에서 먹지 않는 고기만 수출한다'는 등 근거가 불확실한 '광우병 괴담'이 혼란을 확대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촛불집회도 이처럼 잘못된 정보를 진실인 것처럼 오도한 인터넷 여론이 빚어낸 '인터넷 강국'의 그림자'라고 지적하고,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선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메시지로 순식간에 대규모 집회를 연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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