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디수첩의 취재자료 상당부분의 내용을 아는 입장에서 보면 15일 해명방송은 전혀 핵심적인 반박이 되지 못한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다음 세 가지를 주장하기 위해서이다.
1. 내가 제기하는 문제들이 결코 사소한 단어 몇 가지의 오역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
2. 미국 취재자료의 상당부분 내용을 알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왜곡을 논할 수 있다는 점,
3. 피디수첩이 정말 왜곡을 반증하고 싶다면, 자료제출을 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점.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피디수첩이 왜곡여부를 밝히기 위해서는 취재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수사 중인 문제에 대해 방송까지 하면서 또 편집한 것에 불과한 내용들을 보도하는 것은 전혀 왜곡에 대한 해명이 되지 못한다.
피디수첩은 검찰에 자료제출을 안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내가 직접 한 번역 파일조차 주지 않고 있다. 4월 말의 방송 직후 내가 한 파일을 보관해두려는 생각으로 요청했는데, 일부만 보내주었고 나머지는 무슨 이유인지 주지 않았다. 나 역시 그 당시엔 방송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곧 잊어버렸었다.
최근에 내가 한 번역 파일들을 보조작가에게 다시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지 않았다. 며칠 전 유출된 회의록 내용을 보니 당연히 줄 리가 없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나는 현재 갖고 있는 일부 자료 그리고 취재자료에 대한 기억만을 갖고도 아래 주장들을 펼칠 수 있다. 만일 취재자료에 대한 내 기억이 사실과 다르다면, 피디수첩은 필히 방송이 아닌 취재자료로 반증해야 할 것이다. 그럼 총 7가지로 내 주장을 정리해보겠다.
I. 로빈 빈슨의 인터뷰, 문제의 부분은 맥락상 CJD였다.
나는 아레사 빈슨 어머니 로빈 빈슨이 CJD와 vCJD를 확연히 구분하고 있었음을 알고 있다. 피디수첩은 줄곧 그녀가 두 가지를 구분하지 못했기에 문제의 부분에서 vCJD를 의미했다고 “해명” 해왔다.
나는 로빈 빈슨 인터뷰 중 그가 두 가지를 구분해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발언을 묘사할 것이다. 반복하지만 만일 그녀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원 자료를 제출해서 당당하게 입증하길 바란다. 그렇다면 로빈 빈슨 인터뷰 중 MRI를 거론하는 부분의 맥락을 살펴보겠다. (그 앞의 인터뷰 내용은 CJD 배제 문제를 다루는 다음 부분에서 묘사하도록 하겠다.)
로빈 빈슨 인터뷰의 MRI-CJD 맥락을 4단계로 살펴보겠다 (찬찬히 잘 읽어보시기 바람)
1. 로빈 빈슨, 병원에 있던 남편의 전화를 받았던 상황 묘사:
'MRI가 나왔고, 딸이 무슨 인간광우병 같은 것일 수도 있다고 한다'는 전화 내용. 거기서 더 듣지 않고 바로 곧 갈테니 끊으라고 했다고 한다.
위의 1단계만으로는 빈슨의 남편이 CJD와 vCJD 이야기를 둘 다 들었는데 후자만 전화로 얘기한 것인지, 하나만 듣고 했는지, 또는 둘 다 이야기했는데 로빈 빈슨이 “인간광우병” 만 기억하는지 알 수 없다.
특별히 한 쪽으로 보고 싶어하지 않는 이상, 이 부분만으로는 MRI-vCJD였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다. 만일 15일 방송에서 이 부분을 발췌, 방영하여 MRI 진단이 vCJD였다고 주장 한다면, 시청자를 다시금 우롱하는 것으로밖에는 볼 수 없다.
2. 로빈 빈슨, 직접 병원에 간 것 묘사:
로빈 빈슨에 의한 문제의 CJD발언: 'MRI결과에 따르면 CJD일 수 있다고 했다. 치료법이 없다고 했다'
위의 1, 2까지만 보면 로빈 빈슨이 정말 CJD와 vCJD를 혼용한 것이 아닐까 의아해질 수도 있다. 특히 그렇게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전화상으로 vCJD도 아니고 기억하기도 좋은 쇼킹한 명칭 '인간광우병'으로 듣고 뛰어간 로빈 빈슨이, 위 대목부터는 CJD라는 명칭을 인지하고 있었음이 드러난다.
그렇다면 전체 맥락을 더 보아야 과연 그녀가 CJD라는 표현을 하면서 실상 vCJD를 의미한 것인지, 혼용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3. 로빈 빈슨의 또 다른 발언: '우리는 CJD에 대해서, 그리고 vCJD에 대해서 (짧은 시간 내에) 알아보아야 했다(We/I had to find out about CJD and about the variant.).'
위 발언만 보아도 로빈 빈슨은 두 가지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딸이 죽어가는데 의학적 지식 부재가 문제인가? 로빈 빈슨은 두 가지에 대해 듣고, 또 알아보았다는 것이다. 즉 두 가지를 결코 혼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We had to find out about CJD, the variant(“우리는 CJD 즉 변이형에 대해 알아보아야 했다”)'도 아니고, 'We had to find out about CJD and its/the variant(우리는 CJD와 그 변이형에 대해 알아봐야 했다')도 아니고, 두 개를 명확히 구분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표현, 'We had to find out about CJD and about the variant'를 썼다.
이것을 무시하고 로빈 빈슨이 무조건 vCJD만 알고 있었다는 피디수첩의 말은 근거 없는 주장이다. 정말 맥락을 그렇게도 중시한다면 그렇게 해석할 수가 없는 것이다. 로빈 빈슨은 두 가지를 분명 구분했다. 로빈 빈슨은 매번 똑똑하게 CJD라고 말했으며, “두 가지를 구분했지만 공교롭게도 종종 말실수를 했다”고 볼 수도 없다.
또한, 만일 로빈 빈슨이 두 가지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왜 유독 MRI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CJD라고 발음할까? 이전에도 썼듯이 피디수첩에서 제출하지 않고 있는 취재자료에는 로빈 빈슨의 MRI-CJD 발언이 또 있었다.
(이 자료는 번역 직후 보조작가가 내게 보내준 일부 파일 중에 있으며, 보조작가가 보낸 이메일 그대로 아직 갖고 있다.)
4. 한 명의 의사가 빈슨 부부와 이야기했다는 내용:
한 의사가 만일 아레사 빈슨이 vCJD일 경우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야기해 주었다고 한다. (그 의사는 만일 vCJD일 경우, 미국 최초의 인간 광우병 케이스가 될 수 있으며 이때까지 있었던 환자들은 전부 외국에서 병에 걸렸던 케이스라고 말해주었음.)
로빈 빈슨은 당연히 이 부분을 묘사하면서 'the human form of mad cow disease'라든가 이것과 흡사한 표현들을 여러 번 쓴다- 그 의사로부터 vCJD에 관해 들었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설사 그녀가 100번 그런 표현을 썼다고 치자. 그것이 MRI-CJD발언 자막을 수정해서 내보낼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맥락상 vCJD로 볼 수 밖에 없었다는 근거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또한 CJD를 완전히 배제해도 좋을 정도로 크게 의심되는 사인이었다고 주장할 근거도 없다. 아니, 근거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맥락을 고려했다면, 그래서는 안 되었다고 본다.
의사는 둘 다 의심되는 상황에서 vCJD일 가능성에 대해서만 이야기한 것이다. (그렇다면 둘 중 어떤 것이 더 큰 가능성을 가졌는지의 문제가 중요해지는데, 다음 CJD배제 부분에서 다루겠다.) 따라서 맥락을 정말 이해하고자 했던 사람이라면, 로빈 빈슨이나 의사들이 무조건 vCJD만을 이야기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피디수첩이 자행한 자막 수정은 CJD라는 것에 대해 전혀 정보를 받지 못한 시청자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니, 그럴 수 밖에 없는 입장으로 만들어 놓고, '빈슨 엄마가 인간광우병이라는 말을 (많이) 썼으니까 뭐라고 하건 무조건 vCJD를 의미한 것'이라고 주입 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양적으로 얼마나 vCJD나 동의어를 자주 사용했느냐에 치중하는 것이 '맥락'을 중시하는 행위인가? vCJD나 동의어가 인터뷰 전체에 걸쳐 자주 등장했다고 해서, CJD도 무조건 동의어로 봐야 하는 것인가? 또는 로빈 빈슨이 의학지식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조건 그렇게 보아야 하는 것인가?
의학지식 말이 나와서 말인데 교육수준이나 전문지식 유무를 떠나서, 그 정도 용어 구분이 과연 미국인에게 어려울까? 병리학적인 정의를 자세히는 몰라도, CJD계열 내에서 서로 다른 원인을 갖는 두 뇌 질환이라는 것만 인지해도 되는데?
로빈 빈슨은 두 가지에 대해 (짧은 시간 내에) 분명히 알아냈다고 말했으며, 로빈 빈슨이 CJD 유인물과 CJD의 사전적 정의를 벽에 붙여두고 있었음은 화면을 본 많은 사람들이 이미 지적한 내용이다.
따라서 일부 보도에서 인용하는 피디수첩의 주장, 즉 '(빈슨 모가) CJD와 variant CJD를 혼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다. 혼용이 아니라 둘 다 알고 있고, 그 차이를 알고 있으며, 둘 다 이야기하는 것이다. 둘 다 거론한다고 해서 '혼용'인가?
나는 애초부터 로빈 빈슨이 두 가지 다 이야기했다고 말하였다. 그것이 '혼용'인가? CJD도 이야기했고 vCJD도 이야기했다고 해서, 후자밖에 몰랐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런데 로빈 빈슨이 의사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 vCJD나 인간광우병이라는 표현도 쓰기 때문에, 만일 그런 부분을 발췌해서 방송했으면 자막을 바꿀 이유도 전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디수첩에서는 굳이 자막을 바꾸어야만 하는 MRI 부분을 발췌하길 원했다. vCJD를 거론하는 부분, 특히 그 한 명의 의사 이야기를 묘사하는 부분은 죄다 충분히 강한 표현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원본 자료 제출을 해서 반증해야 할 것이다.
또한 빈슨 부부에게 이야기한 그 의사가 CJD 이야기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로빈 빈슨의 인터뷰만을 통해서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의사가 '만일 vCJD일 경우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해서, MRI-CJD를 MRI-vCJD로 바꿀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사실인데, 로빈 빈슨이 두 가지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했다는 것만 밝혀져도 피디수첩의 '맥락상 vCJD'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나아가, CJD를 방송내용에서 아예 배제해버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이 날까지도 CJD 역시 인간광우병인 것으로 오인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양산하는 방송을 할 근거는 없었다. 얼마나 CJD일 가능성을 철저하게 배제했으면 그렇겠는가? 그것도 엄연히 두 가지를 구분해서 알고 있는 여성이 MRI와 관련해 언급한 CJD를.
피디수첩은 15일 방송을 통해 빈슨 어머니 인터뷰 맥락을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만일 15일 방송에서 피디수첩이 내가 위에 묘사한 맥락 중 1, 4번을 편집, 이용하여 빈슨 어머니가 줄곧 vCJD만을 사인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거짓이 될 것이다.
또한 일부 뉴스보도에서 빈슨 어머니가 MRI를 본 후 의사가 vCJD이야길 했다고 말하더라도, 위에서 내가 묘사한 인터뷰 맥락에 비추어보면 4번 단계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II. CJD를 배제한 것은 굉장히 큰 문제이다.
피디수첩은 15일 방송을 통해 vCJD를 거론한 일부 미국 뉴스를 방영하는 것이 왜곡논란의 '진실'을 밝히는 방법처럼 생각하는 듯 하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여러 사람들이 CJD와 vCJD를 논할 때, 어떤 사람이 더 권위가 있는지 당연히 따져봐야 하지 않겠는가? 피디수첩은 몇몇 뉴스자료 이외에도 버지니아 보건당국의 보도내용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또한 그 보도의 제목을 완전히 왜곡하여 방송분에 내보냈다.)
이 버지니아 보건당국의 보도내용은 피디수첩이 애당초 내게 번역을 의뢰하려고 이메일로 보내준 것이고, 피디수첩에서 스캔하여 보내준 파일 그대로 이 카페글에 첨부한다.
이 기사의 내용을 보면, vCJD의 경우 '일부 언론들의 보도내용'으로 언급하였고, CJD와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묘사하였다. 기사의 결론은 'vCJD일 가능성에 대한 일반인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공보건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여러 가지 뇌질환의 가능성이 있어 조사중이라고 했다.
다른 말로 하면, 정말 맥락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공공보건과는 아무 상관 없는 CJD쪽으로 전문인 의견이 기운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피디수첩은 이 내용을 보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피디수첩은 아예 CJD는 빼도 좋을 정도로 사인으로서 근거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사실 일부러 미국까지 가서 취재한 사람들이, 그냥 인터넷만 뒤져봐도 볼 수 있는 미국 일부 뉴스를 근거 삼아 “모든 사람들이 CJD를 배제하고 vCJD만 언급했다”고 변명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다른 언론사 기사를 그대로 인용해 쓰는 것은 직접 취재를 미처 하지 못했을 때만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직접 취재까지 다녀온 피디수첩이, 미국 일부 뉴스보도에서 vCJD를 언급했고 따라서 그걸 그대로 반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것이 무슨 왜곡 반증의 의미를 갖는가? 만일 피디수첩이 진정으로 그런 뉴스 보도에만 의존한 것이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면, 애당초 미국에 직접 갈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면 뉴스들은 어떤 맥락에서 vCJD를 언급한 것인가? 또한 그런 뉴스들이 과연 CJD를 배제했을까? 버지니아 뉴스보도를 하나 예로 들어 살펴보자.
http://hamptonroads.com/2008/04/woman-who-may-have-had-rare-brain-disease-dies-portsmouth
위 기사는 역시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끄는 vCJD를 먼저 논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여러 뇌질환의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히며 CJD도 언급한다. 위 뉴스를 보아도, 결국 사인을 확실히 하기 위해 부검을 한 것이고 vCJD 가능성이 커서 부검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대체 어떤 뉴스보도를 참조하면 사인을 vCJD로만 보아도 좋다는 결론이 도달하게 되는가? 심지어 4월 8일자 버지니아의 한 기사에는 vCJD의 언급조차 없다.
물론 뉴스나 신문에 따라서는 vCJD에 중점을 두고 보도한 것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일차적으로 보건당국의 공식의견을 채택하고, 그 다음에 뉴스보도들을 균형감각을 갖고 정리해야 하지 않는가? 그 누가 vCJD만 사인으로 몰아가라는 허가를 내줬는가?
지금 나는 실제 사인이 vCJD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는 결론주의적인 시각을 완전히 배제하고도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다. 당시 무엇이 사인인지 몰랐던 상황에서도 누가 vCJD에 그렇게 중점을 뒀는가?
일부 미국 뉴스에는 CJD와 vCJD의 차이를 없는 것처럼 해서 쓴 것도 있다. 다음은 피디수첩에서 인용한 WAVY TV의 보도를 몇 가지 정리한 링크다.
http://www.wavy.com/Global/story.asp?S=8132511
위 링크의 기사들 중 가장 먼저 작성된 것에 이런 내용이 있다.
Doctors believe in she has Creutzfeldt-Jakob disease or CJD. Doctors say there are only about 200 cases of CJD in the United States every year. They say it's passed through surgeries and in rare situations by eating meat.”
위 구절에서는 CJD이야기만 하다가, 마지막 문장에 가서 vCJD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CJD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앞 부분에서 매년 200건의 사례가 발생한다고 한 것은 CJD에만 해당하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이 뉴스보도 자체는 vCJD를 그냥 CJD의 일부로 넣고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어느 뉴스가 더 정확했느냐를 따지는 것보다는, 피디수첩이 미국의 뉴스나 기사들만 보고 반영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겠는가? 기사들마다 다 말이 오락가락한데, 취재까지 하러 갔다 와서 그냥 검색해본 사람하고 무엇이 다른가? 다른 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기사들과는 달리 CJD는 아예 일말의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빼버렸다는 점이다.
피디수첩은 15일 방송에서 vCJD를 언급한 미국 방송을 찾아서 보여준다고 하는데, 전혀 제대로 된 반박이 아니다. 검찰에게 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vCJD를 거론한 미국 방송이 없었다고 했다”는 이유로 물고 늘어지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다. 단 하나의 방송에서만 CJD를 언급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피디수첩이 아니던가. 단 하나는 무슨.
또 15일에 보여주려는 뉴스가 취재자료에 있었는지도 의심스럽다. 적어도 나는 번역과정 동안 취재자료에서 vCJD만 거론하는 뉴스를 보지 못했다. 추가 취재자료로는 지난 방송의 왜곡을 반증할 수 없다. 제작 당시에 사용했던 자료가 아니라면 더더욱 왜곡 반증에 있어 쓸모가 없는 자료이다. 피디수첩은 그러한 뉴스 자료가 제작 당시에 사용했던 취재자료에 포함되어 있었는지를 보이기 위해서 자료제출을 필히 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런 뉴스가 취재자료에 있었고, 추가로 백 개 있다 해도, 피디수첩의 왜곡 반증에는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는다. 피디수첩에서 CJD를 완전히 배제하고 vCJD만 거론하는 미국 뉴스를 아무리 찾아와도, 미국 뉴스 중 극히 편파적인 일부만 보고 그대로 베꼈고, 보건당국의 입장보다 중시했다는 것 밖에는 입증되지 않는다.
이 카페글에 첨부한 버지니아 보건당국의 보도내용과 함께 위와 같은 기사들 내용을 생각해보면 과연 CJD를 아예 배제해도 좋을 근거가 있는가? 빈슨이 CJD 발병 가능성이 희박한 젊은 여성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면 vCJD일 가능성은 안 희박했는가? vCJD의 가능성을 많이 과장한 언론이 미국에도 일부 있었지만 현장 취재를 한 피디수첩이라면 보건당국을 포함한 여러 측의 말을 종합해 결론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
아울러, 빈슨의 사인을 검토할 때, 위장우회시술 내용까지 빼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vCJD로 심증이 굳어졌던 전문가가 있었는가?
또한 부검을 실시했다는 사실 자체를 무슨 vCJD만 의심되었던 증거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부검은 어떤 언론을 보아도, 구체적으로 vCJD여부를 밝히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무슨 질환인지 정확히 밝히기 위해서 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었다.
그리고 굳이 가능성을 따지자면 여러 가능성들 중 vCJD만 강조한 일부 뉴스보도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vCJD를 유일한 사인으로도, 가장 큰 가능성을 갖는 사인으로도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직접 번역한 부분은 아니지만 확실히 취재자료에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 휴메인 소사이어티 관계자들의 빈슨 관련 발언들 역시 극히 조심스럽고 가정적인 것뿐이었다.
설령 vCJD만 집중적으로 강조한 뉴스보도(가령 Fox News)에서 “의사들은 vCJD로 생각한다”라고 했다고 해도, 실상 그 의미는 “의사들은 아직 조사 중이고 여러 가능성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vCJD이다” 정도이다. 이것은 번역을 맡았던 자료를 비롯해 조금만 알아보아도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그런 뉴스는 왜곡까지는 아니어도 집중 과장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피디수첩에서 이런 뉴스를 인용해서 마치 vCJD가 가장 큰 가능성을 가졌던 것으로 보도하거나, 오는 15일 방송을 통해 그런 뉴스를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전혀 의미 없는 일이다.
III. 과연 전문가 의견을 청취, 반영했는가?
위의 내용과 연관되는 것으로서, 피디수첩의 취재내용 중에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vCJD로 크게 의심할만한 근거가 일부 뉴스보도 말고 과연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버지니아 보건당국 보도 내용을 무시한 것까지는 좋다. 거기 가서 정식 의견을 듣긴 했는가? 몰래카메라로 찍으면서 일반적인 의미로 “아직 알 수 없다”고 한 관계자에게 무슨 질문을 했길래 괄호 안에 “지금 (인간광우병으로) 결론이 나온 게 아니기 때문에 따로 계획은 없다”고 자막 표기를 한 것인가? 아레사 주치의에게 가서 김보슬 피디가 물어본 질문들은 편집해서 빼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뒀지 않은가? 왜 버지니아 보건당국 관계자에게 물어본 질문은 빼버렸는가? 잡음 때문에?
자막에 관계자가 명시적으로 발언하지도 않은 “인간광우병”이란 단어를 집어넣었다면 최소한 어떻게 질문을 한 것인지는 자료제출을 통해 밝힐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관계자의 답 자체가 이것도 저것도 지칭하지 않기 때문에 별 의미 없지만, 정말 인간광우병 관련한 질문을 해서 끌어낸 답인지도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원본 자료를 공개해야만 그 관계자가 말한 맥락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피디수첩에서 “아레사에게 인간광우병으로 의심진단을 내렸던 의사”라고 나레이션을 통해 소개하고, 김보슬 피디가 직접 MRI에 대한 원론적인 내용을 문의한 바롯은 어떤 의사인가? 그는 동네 가정의가 아닌가?
그 사람은 보건당국 관계자도, 위장우회시술을 한 메리뷰 병원 관계자도 아니지 않은가?
아레사 빈슨이 비만문제 해결을 위해 위장우회시술을 받도록 병원에 알선해준 역할을 한 사설진료소의 1차 진료의 아닌가? 참고로 이 사람으로 강하게 추정되는 바롯의 소속을 검색해보면 Tidewater Consultants인데 여기서 컨설턴트란 무슨 전문의가 아니라, 사설진료소의 1차 진료의를 뜻한다.
나는 바롯 인터뷰 전문을 번역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했고, 방송분에 나간 부분을 감수했다. 아니면 바롯 인터뷰가 너무 짧아서 내가 번역했지만 한 것으로도 생각 안 드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내 입장에서도 바롯이 2차 진료의 이상의 전문가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 사람이 메리뷰 병원의 2차 진료 전문의라도 되는가? 사설진료소에 속한 주치의가 우연찮게 CJD/vCJD전문가였나? 그 사람이 CJD와 vCJD MRI 소견이 항상 확연히 다른지에 대해서 물어볼 만한 사람이었는가?
내 기억으로는 바롯은 분명 메리뷰 병원 관계자도, 버지니아 보건당국 관계자도 아니었다. 그리고 로빈 빈슨이 인터뷰(4단계)에서 언급한 전문의도 아니었다.
바롯은 아레사 빈슨의 주치의라고 소개되었을 뿐인데, 그것만이 정확한 묘사인 것 같다. CJD/vCJD를 진단하고, 권위를 갖고 거론할만한 사람을 주치의로 둔 사람이 미국에 몇이나 되는가?
지금 취재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나는 기억에 의존해서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인데, 내 기억이 사실과 다르다면 취재자료를 제출해서 반증해야 할 것이다.
왜 굳이 맥락상 CJD인 부분을 vCJD로 자막처리하고, MRI상 소견이 확연히 구분 가능하다는 발언을 뒤에 넣었는가? 정말 소견이 확연히 구분 가능한가? 이 부분은 수사를 통한 전문가 의뢰로 쉽게 밝혀질 부분이다. 만일 (내가 종종 들어온 바대로) 그 의사의 발언이 맞지 않다면 피디수첩은 무슨 의도로 그 의사의 말을 공신력 있는 발언처럼 내세우고 보건당국 관계자의 말을 애매한 의미로 처리했는지 답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바롯이라는 이 의사가 아레사 빈슨과 관련해 무슨 vCJD언급을 했거나 진단을 했다고 해도, 이 의사가 정말 내 기억대로 사설진료소 1차 진료의에 불과했고 CJD/vCJD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면, 피디수첩이 그 말에 의존해서 사인을 vCJD로 몰아도 좋다고 생각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왜냐하면 피디수첩은 그 사람의 현업과 역할에 대해서 잘 아는 상태에서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만일 그 사람이 2차 진료 전문의조차 아니었다면, 그 사람이 설사 인터뷰 중에 vCJD를 언급했더라도, 직접 조사 중이었던 버지니아 보건당국 보도내용보다 절대적으로 공신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만일 피디수첩이 15일 방송을 통해 바롯이 vCJD를 논했다고 보도할 생각이라면 그 의사가 버지니아 보건당국보다 CJD/vCJD 문제에 있어 더 공신력 있다고 주장해야 아귀가 맞을 것이다.
바빠서 사전 취재요청을 하지 않고 급한 대로 취재를 했다면, 이런 큰 파장을 일으킨 방송을 만들면서 그렇게 취재했다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누구의 발언을 취사선택해야 사실에 충실한 보도가 될지 잘 알면서도 모르는 체 했다는 것이 문제다.
IV. 아레사 빈슨의 점진적 증상들을 제외시킨 이유는 취재자료만 보아도 드러난다.
피디수첩은 당시 모든 사람들이 CJD를 배제해도 좋을 만큼 가능성 없는 사인으로 생각했던 것마냥 주장하였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로빈 빈슨의 인터뷰만 보아도 그는 결코 vCJD를 유일한 사인으로 생각지 않았으며, 전문가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로빈 빈슨의 인터뷰 맥락뿐 아니라 피디수첩이 취재한 자료의 상당부분을 본 내 입장에서 알 수 있는 문제다.
따라서 나는 이 부분에서는 피디수첩이 CJD와 vCJD에 대해 어떤 식으로 알고 있었는지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아울러 CJD를 배제한 것은 특별한 의도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음을 밝힐 것이다.
피디수첩은 거의 아무도 배제하지 않은 CJD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위장우회시술 부분과 점진적 증상들을 누락했다. 이런 내용들을 누락시킨 것은 결코 편집의 재량 문제가 아니다. 피디수첩은 CJD가 수술 중 감염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기에, 수술과 그 이후 후유증들에 대한 내용을 아예 빼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피디수첩에서 이해한 vCJD 증상은 어떤 것이었는지 보겠다.
피디수첩의 취재자료 중, 휴메인 소사이어티 관계자에 의한 vCJD 증상 묘사가 있었다. 거기에 따르면 vCJD 환자는 시력이 흐려지고, 걷지 못하게 되며, 이런 증상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이 묘사가 의학적으로 얼마나 정확한지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피디수첩이 이 내용을 알고 있었고, 따라서 아레사 빈슨을 vCJD 환자로 최대한 비추기 위해, 그녀가 잘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눈이 안 보이고, 걷지 못하게 되었다고 보도한 것이다. 그 해설 부분을 정확히 다시 보자.
*피디수첩 나레이션: 2주 전만 해도 아레사는 올해 진학한 대학원 수업을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눈앞의 사물이 흐려지고 걷는 것도 부자연스러웠다고 한다.
*로빈 빈슨(고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 아레사가 걷는데 갑자기 다리가 이렇게 풀리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평소와 달리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죠. 정상이 아니었어요.
…이것조차 방송제작이나 편집의 재량으로 설명하여 넘기려고 한다면 정말 할 말이 없다. 피디수첩은 자신들이 이해하는 대로의 “vCJD 증상들”을 갖고 아레사 빈슨의 죽음을 묘사하려 한 것이다.
“빈슨 어머니를 직접 취재해와야 언론인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투의 발언을 피디수첩 누군가가 했다고 어디선가 읽었는데(솔직히 그 어투나 표현들의 어떠함 때문에 실제로 그것이 피디의 인터뷰인지는 심히 의심스럽지만), 위에서 내가 지적했듯이 전문가 견해를 제대로 반영도 안 한 입장에서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빈슨 어머니 말만 갖고 제작했는가? (물론 빈슨 어머니도 CJD를 확실히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빈슨 어머니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지만.) 아니면 뉴스보도만 갖고 제작했는가? (뉴스 보도 역시 CJD를 거론했기에 그것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지만.) 찍어만 오면 뭐 하나? 반영을 안 하고 vCJD로 최대한 보일 수 있도록 편집하고 자막까지 바꿨는데.
빈슨 어머니가 딸의 증상들을 묘사하면서 매번 '갑자기'라는 말을 쓴 것, 그러니까 개인적인 버릇이 이렇게 악용된 것을 알고 있는가? 현재 빈슨 어머니는 외부와 딸의 죽음에 대해 더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했다는데, 피디수첩이 해명을 통해 자신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고 계신가? 언론인 되고 싶지도 않은 나도 그 분한테 상세히 알려드리고 싶을 정도다. 어려운 일도 아니고.
V. 아레사 빈슨을 실상 vCJD환자로 단정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피디수첩은 아레사 빈슨을 vCJD 환자로 단정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여러 번 단정적 표현들이 있었다. 대본을 대충 쓴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몇 가지만 정리해봐도,
1. '우리 딸이 걸렸던 병에 다른 수많은 사람들도 걸릴 수 있다...'
(로빈 빈슨 인터뷰 자막 中)
2. '아레사 씨인가요? 죽음도 아주 충격적인데 광우병이 그렇게 무서운 병이라면서요?' (문제의 생방송 '실수' 中)
3. 의사들에 따르면 아레사가 vCJD라는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에 걸렸다고 합니다 (미국 뉴스 자막)
4. <버지니아 보건당국 vCJD 사망자 조사> (신문기사 제목 왜곡)
5. '아레사가 어떻게 인간광우병에 걸렸는지 모르겠어요'
(로빈 빈슨 인터뷰 자막 中)
이렇게 하면서, 단정적이지 않은 표현들도 중간중간 끼워 넣었다. 그 중 하나가 몰래카메라를 쓴 “모르겠어요” 부분인데, 괄호 안에 말하지도 않은 ‘인간광우병”을 넣었기에 그것 역시 위 목록에 포함시켜도 무방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정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거짓과 사실을 대충 섞으면 결국 거짓 아닌가?
VI. 지금 논란이 되는 것은 결코 번역/오역의 문제가 아니다.
IV에서 언급한 내용들은 결코 번역/의역/오역의 문제가 아니다. 오역이란 문장이나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몰라서 발생하는, 대개 사소한 실수이다. 가령 gastric bypass를 의학전문이 아닌 내가 기자와의 통화 중 보다 간단한 개념인 '위절제'로 표현한 것은 일종의 오역이다.
그러나 이미 번역이 된 상태에서, 그 의미를 알면서 내용을 완전히 바꾸어 내보내는 것은 오역의 문제가 아니라 의미 왜곡의 문제다. 이때까지 여러 언론에서 피디수첩의 번역 문제를 꼬집었는데, 그것은 사실 피디수첩의 전략에 걸려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피디수첩에서도 계속 “사소한 번역 문제만 갖고 걸고 넘어진다”고 어필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건 결코 번역, 오역의 문제가 아니다. 의역은 더더욱 아니다.
피디수첩은 이미 언론을 통해, 번역가가 번역/감수를 한 후에 중요한 부분을 수정해서 내보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의역이라는 표현 대신에 수정이라고 해야 옳다고 본다. 말이 좋아 수정이지, 의미 왜곡이라고 해야겠지만.
현재 오역으로 거론되고 있는 부분들이 어떻게 의역일 수가 있는가?
맥락을 고려하다 보면 직역이 희생되거나 의역이 탄생한다. 맥락을 잘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오역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맥락을 잘 알고 있었던 피디수첩이 한 것은 의역도 오역도 아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 중 어떤 게 의역일 수가 있는가? 그 어느 것이 “또박또박 번역(직역)”하지 않아서 빚어진 표현인가? 직역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직역하지 않은 부분들이 공교롭게도 다 한 쪽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의역/오역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번역/오역 논란이 아니라 (의미) 왜곡 논란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VIII. 위의 내용들은 전부 방송제작에 대한 이해 없이도 지적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어떤 텍스트(말이건, 글이건)를 해석할 때에는 기본적으로 용어들의 사용법과 세부적, 전체적 내용을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굉장히 기본적인 능력과 의지만 있으면 된다.
방송제작에 대한 지식 운운할 필요 전혀 없다. 피디수첩 측이 아마 작성했을 법한 소위 작가들의 성명서에서, 내가 방송제작에 대해 몰라서 맥락상 로빈 빈슨이 vCJD를 의미했음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봤다.
내가 똑같이 유치하게 대응하자면, 텔레비젼 제작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주로 공부한 홍보, 영상학이나 문학, 기호학, 언어학 등의 분야에서 공부하는 이론은 非언어계열 인문학도의 입장에서는 이미 걸음마 시절에 완전히 다른 차원의 깊이로 다루고 지나간 것임을 모르는가?
언론이나 방송이라는 분야 자체를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중과 직접 맞닿거나 소통하는 일을 거의 하지 않기에 방송인과는 역할이 완전히 다르다. 내가 내 분야의 문제에 대해 뭐라고 해도, 앞으로 무슨 책을 써도, 일반 대중에겐 영향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방송은 다르다. 그렇다면 대중에게 직접 정보를 전달하는 일을 하는 방송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런 특권을 소중히 여기면서 더더욱 텍스트 해석, 맥락 파악에 신중을 기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런 걸 다 떠나서, 위의 인터뷰의 기본적인 맥락을 해석하는 데 무슨 방송제작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가? 무슨 기계라도 만질 줄 알아야 직접 내가 번역까지 한 텍스트(인터뷰)의 맥락 파악을 할 수 있나?
만일 15일 방송에서도 나와 관련해 비슷한 발언을 한다면, 부득이 지금까지와 다른 대처 방식도 고려해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정부 명예훼손 사건이라 전체 취재내용을 제출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문제를 바꿔서 번역과 방송자막/해설이 어떻게 다르게 이루어졌는지 보려면 공개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국민의 알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단계까지 갈 필요 없이, 지금처럼 그나마 일부 사람들에게 언론탄압을 호소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제출을 하는 게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출처] 7/15 '해명방송' 앞두고- CJD 관련 (정지민)
http://cafe.naver.com/karamasova/124
MBC의 예상되는 변명에 대한 쐐기
- 정지민(PD수첩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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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7-15, 10: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