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밤부터 27일 새벽까지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80회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는 그야말로 무법천지의 해방구를 다시 한 번 재현했다.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기자를 폭행하고, 도로를 점거하는 바람에 일대 교통이 완전히 마비됐는가 하면, 만취한 운전차량이 시위대를 향해 돌진해 6명이 부상하는 일도 벌어졌다.
26일 오후 8시20분쯤 종로1가 영풍문고 앞에서 시위대 80여명이 시위현장을 취재하던 조선일보 주완중 기자를 50여분 동안 억류 폭행하면서 카메라렌즈와 메모리카드를 빼앗았다. 비슷한 시각 종로 서린 로터리 부근에서도 비슷한 숫자의 시위대가 종로경찰서 교통과장과 의경 1명을 둘러싸고 무전기 3대를 빼앗았으며, 삼성타워 앞에서는 시위대가 경찰버스 창문을 깨고 타이어 바람을 빼는 등 차량을 파손시켰다.
27일 새벽 촛불시위를 막던 경찰 중 2명이 서울 종로 보신각으로 끌려와 웃통이 발가벗겨진 채로 20여 분간 몰매를 맞다 시위대에 의해 경찰에 되돌려 보내지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는 보신각 펜스를 넘어 들어가 담배를 피우는 등 반문화적이고 반역사적인 작태를 연출하기도 했다.
공권력과 적대적 언론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가해진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테러에다 반문화적이고 반역사적인 이러한 행위에 대해 아무리 우호적으로 해석하려 해도 도저히 우발적이라고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치명적인 범죄행위로 현행범 차원에서 대처했어야 함에도 경찰은 매 맞는 동료경찰조차 구해내지 못하는 무기력증을 보였다.
경찰은 27일 새벽 3시10분쯤 시위대가 200여명으로 줄어들자 색소를 첨가한 물대포를 쏘면서 해산에 나섰고, 서울 도심 도로를 점거한 혐의로 시위대 42명을 연행했지만,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처'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곳곳이 무법지대로 변하고 난 뒤였다.
지난 22일 한진희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불법 촛불시위에 엄정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질된 지 불과 나흘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날 집회에 동원된 경찰병력은 1만1000여명(124개 중대)으로 시위대(경찰추산 1,500명)보다 7배 가까이 많았으니 6.10.시위 때처럼 시위대가 수십만이 되어 통제 불능이었던 것도 아니고 시위의 폭력성을 한껏 부각시키려는 불순한(?) 의도가 아니었다면 과격시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서울 도심이 무법천지가 된 것에 대해 정부와 공권력은 아마 유구무언일 것이다.
한편 26일 서울 청계광장 집회는 민주노동당·진보신당·전교조 등 170여 개 진보단체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국민대책회의'가 주도했는데, '광우병 위험 쇠고기 반대·0교시 반대·우열반 반대' 등을 구호로 내세움으로써 쇠고기 문제 외에도 교육문제가 이슈로 내걸렸다.
그런데 문제는 교육문제가 현안으로 내걸린 집회에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주경복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한 것과 관련, 서울시선관위 직원들과 촛불 집회에 모인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쯤 선관위 직원 10여 명이 청계광장 앞에 쌓인 인쇄물 뭉치를 보고 선거 운동과 관련이 있는지를 확인하려다가 주 후보 지지층으로 보이는 집회 참가자 70~80명에게 둘러싸여 20여 분간 몸싸움만 벌인 채 인쇄물 내용을 확인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현재 선관위가 정확한 사안을 조사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선관위는 “이날 발생한 시비가 선거 감시 단원 폭행을 금지하는 선거법 244조와 공무집행방해에 해당된다”고 밝히고 있어 주 후보의 선거법 위반 여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27일 선관위는 26일 오전 서울 모 대학 구내식당에서 “7월 30일 서울시 교육감 선거 촛불의 정신, 투표로 잇자!”라는 제목의 민주노총 조합원 교육용 불법인쇄물 2장이 발견됐으며, 시선관가 불법선거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 선관위는 서울시내 25개 구 선관위에 불법유인물이 배포되고 있는지를 조사하도록 긴급 지시했으며 서울경찰청에 협조도 요청했다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불법 선거운동에 대해선 철저하게 조사해 위법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런 선관위 발표의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같은 날 시위현장에 주 후보가 직접 참여하여 불법인쇄물을 돌리려 했고, 그것을 조사하려는 선관위 업무까지 방해했다면 치명적인 범죄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주 후보는 지난 달 민노당 임시당대회에 참석해 정당을 이용한 사전선거운동을 벌였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고, 경쟁 후보인 공정택 후보가 27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의 결론 여하에 따라서는 치명적이 될 전망이다. 더욱이 그 시위 과정 곳곳에서 우발적으로 볼 수 없는 불법 테러와 반문화적.반역사적 작태가 연출된 것을 생각한다면 교육적이지도 못한 행사였으니 교육감 후보가 그런 자리에서 지지성명을 발표하고 있었다는 것은 선거법 위반 여부를 떠나 교육감 후보로서의 이미지에 더욱 치명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주 후보 측은 이날 보도 자료를 내고 “당시 예비후보로서 명함을 돌리고 인사를 나누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선관위 의견까지 듣고 갔었다. 단지 사전행사에서 인사를 나눈 것으로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동시에 “현 교육감인 공 후보 측과 일부 교육청 공무원이 관권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공 후보 측이 교육청을 통해 학부모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등 사전선거운동을 벌였고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장이 교사와 행정실 직원에게 10명 이상에게 전화하도록 한 뒤 번호 제출을 요구했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공 후보를 역으로 고발하면서 맞불작전으로 물타기를 시도했다.
또한 주 후보 측은 서울시선관위에 대해서도, “교육청이 학부모에게 선거홍보 문자를 발송하는 것을 수용해 관권선거를 차단하지 못했다”며 우려를 표명하는 등 화살을 돌리는 모습을 연출하지는 했지만, 정작 선관위가 발표한 불법 선거자료 배포 혐의와 선관위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반응조차 보이지 못함으로써 대체로 시인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긴 교육감 선거에는 개입할 수 없는 민노당과 전교조의 대리인으로서 민주노총이 나서서 주경복 후보의 선거유인물을 각 노동조합에 배달해온 사례 등을 감안할 때 민노당-민노총-전교조의 연계성을 분명히 차단할 수 없다면 주 후보가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해 못할 바는 아닐 듯하다.
無法천지 대한민국
- 투데이포커스(펌)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08-07-28, 09: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