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건국60주년 특집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에서
굴절된 헌정사 강조, 촛불시위 미화
어제 밤 이리 저리 TV채널을 돌려 보다가 KBS 1TV에서 손이 멈췄다.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KBS가 왠일이지? 건국 60주년이라고 이승만 대통령을 조명하는 방송을 하나?’
1905년 청년 이승만이 민영환의 주선으로 고종의 밀명을 받아 도미(渡美),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을 만나 한국의 독립 보존을 호소했지만, 결국 결실을 보지 못한 얘기가 나왔다. 미국의 한 여류 역사학자가 나와서 카쓰라-태프트 밀약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한 마디로 미국의 배신 때문에 대한제국이 국권을 잃었다는 얘기였다.
굴절된 헌정사 강조, 촛불시위 미화
광복 63주년, 건국 60년을 맞아 미국의 도움을 얘기하기보다는 미국의 배신을 얘기한다?
어째 냄새가 이상했다. 프로의 이름을 보니, <대한민국 60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1부)>였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목부터 좀 찜찜했다. 대한민국헌법 제1조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선언하고 있기는 하지만, 왠지 촛불사태 기간 중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울려 퍼지던 윤민석의 노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의 멜로디가 귓가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대한민국60년-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한 마디로 대한민국 60년 동안 굴절된 헌정사를 되돌아보면서, ‘민주공화국’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해 보는 내용의 프로였다.
남산에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이 서는 모습이 나오더니 뜬금없이 이승만 대통령의 총애를 받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 암살된 김창룡 특무대장의 얘기가 나왔다. 김창룡 특무대장의 전횡을 얘기하면서 KBS는 이승만 정권의 권위주의적이고 초법적인 행태, 왕조 시대의 군주처럼 군림했던 이승만을 이야기했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육영수 여사가 국모(國母)로 추앙받았던 것이나, 박태준 포철 회장이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포철을 건설했던 일도 그 시절 박대통령의 ‘제왕적’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됐다.
이어서 전두환 대통령에 대한 개인숭배(?)를 보여주는 ‘땡전뉴스’등 당시의 자료 화면들이 나왔다. 당시 KBS나 정부홍보기관들에서 제작한 영상물들을 보노라면, 마치 5공 시절 대한민국이 아니라 김정일에 대한 개인숭배로 가득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보는 것 같았다. KBS는 당시의 영상물들을 어린 대학생들에게 보여주면서 비판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어이가 없었다. 자신들이 저질렀던 권력에 대한 아부를 마치 당시 우리 사회 전체의 모습이었던 것처럼 왜곡하다니.....
방송에 나와 멘트를 하는 인사들도 얄궃었다. 남민전 사건의 좌빨 홍세화가 나와 “당시의 대한민국은 공화국이라고 할 수 없었다”는 식의 멘트를 날렸고, 전남대 철학과 교수인가가 나와서 “‘잘 살아 보자’는 것은 국정철학이 될 수 없었다”는 식으로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성취를 깎아내렸다.
반면에 노무현은 “김대중 시절까지도 남아 있었던 권위주의를 타파한 대통령”으로 그려졌다.
더욱 어이가 없었던 것은 프로그램 마지막에 이르러서였다. “지난 60년간 굴절된 헌정사를 극복하고 민주화를 이룩했지만, 이제 ‘공화국’의 의미를 심화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얘기를 하면서 KBS가 배경으로 깐 것은 촛불시위 장면이었다.
경건한 표정으로 촛불을 들고 간절히 무엇인가를 바라는 듯한 촛불시위대의 모습, 눈물을 떨구는 촛불소녀......
마치 촛불시위가 대한민국을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업그레이드시키고, 지난 60년간 굴절됐던 대한민국의 헌정사를 바로세울 수 있는 새로운 대안임을 시사하는 듯 했다.
그 화면 뒤로 흐르는 배경음악은 촛불사태 기간 동안 수없이 들었던 노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였다. 김일성 찬양가 등을 수없이 작곡했던 '진짜 빨갱이' 윤민석의 노래가 자칭 ‘한국인의 대표 채널’이자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이라는 KBS에서 만든 ‘대한민국 건국 60주년’특집 방송의 배경음악으로 나온 것이다.
KBS는 변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한 마디로 대한민국 60년의 성취에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건국 60년이라는 잔칫상에 교묘하게 고춧가루를 뿌리는 프로였다.
정연주는 쫓겨났지만 KBS는 변한 것이 없었다. '그 프로는 정연주가 쫓겨나기 전에 만든 것'이라고 해도 그건 변명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지난 몇 달 동안 정연주의 위상은 흔들렸지만, KBS는 ‘흔들림 없이’ 그런 프로를 만들어 내왔다는 점이다.
정연주는 단지 상징이었을 뿐이다. 이제는 KBS를 수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후임 사장은 현 정권과의 관계나 도덕성에서 논란이 없는 인물, 그래서 정치적-도덕적 정당성을 가지고 강철 같은 의지로 KBS를 수술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