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란 유라시아 대륙에 자리잡은 작은 나라가 러시아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1921년 모스크바의 식민지가 됐고, 1991년 옛 소련이 붕괴하면서 독립한 인구 400만 명의 소국(小國)이다. 그루지야가 자국으로부터 분리를 추진하는 남 오세티야 공화국을 공격한 게 도화선이 됐으나, 러시아가 대규모 병력을 보내 그루지야 내부 깊숙이까지 진격하면서 사태가 커졌다.
러시아의 진정한 노림수가 무엇인지가 관심이다. 멜릭 케일런(Melik Kaylan)기자가 월스트리트저널에 쓴 칼럼 ‘대 게임으로 돌아온 걸 환영한다’가 큰 그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케일런 기자는 지난해 미하일 샤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과 헬기를 타고, 남 오세티야의 수도 츠힌발리를 공중에서 보러 갔다. 샤카슈빌리 대통령은 1967년생으로 지난 2003년 장미 혁명을 통해 대통령이 된 인물이다. 헬기 소음 속에서 샤카슈빌리 대통령은 그루지야 영토 16킬로미터 안에 있는, 마을이라고 하기는 뭐하고 집들이 흩어져 있는 한 언덕을 가리켰다. 러시아가 지원하는 민병대는 이 지역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그루지야인들을 쫓아내는 인종 청소를 했다고 했다. 지금은 오세티야 농민들과, 오세티야인으로 위장한 러시아 군경이 마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샤카슈빌리 대통령은 말했다.
작년 8월 8일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에서 북쪽으로 8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버스 크기의 미사일이 떨어졌다. 러시아에서 쏜 것이었다. 다행히 폭발하지 않아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보다 몇 달 앞선 3월 러시아 공격 헬기가 한밤중에 그루지야 영공을 침투, 몇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8월에도, 3월에도 서방은 러시아의 도발에 침묵했다. 이번 남 오세티야 전쟁에서도 서방은 뒤늦게 개입하고 있다.
러시아는 오세티야인 보호를 명분으로 왜 그루지야를 계속 압박하는 것일까? 이번 작전은 러시아의 잘 계산된 전략적 움직임이다. 큰 그림은 이렇다. 모스크바 당국은 항상 코카서스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알고 있다. 러시아는 수 천명의 오세티야 인에 대한 사랑 때문에, 혹은 수백만명의 그루지야 인들에 대한 적대감 때문에 냉전 시대를 재점화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코카서스 지역은 동과 서가 만나고, 북과 남이 만나는 곳이다. 코카서스 지역 내 현 사태는 모스크바의 어두운 그림자를 전체 중앙 아시아와, 중동에까지 드리우고 있다.
서방은 그루지야에서 러시아의 움직임으로 크게 도전받고 있다. 러시아와 이란 사이에, 남 코카서스 지역에는 몇 개의 독립 국가들이 있다.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다. 이 두 나라를 통해 엄청나게 중요한 바쿠-트빌리시-세이안 송유관이 지나간다. 이 송유관은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 터키의 지중해변 항구까지 연결되어 있는데 러시아 영토를 지나가지 않는다. 이는 러시아나 이란, 중동으로부터의 간섭을 받지 않고 석유를 운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상징적인 이유면에서도 중요하다. 모스크바의 옛 식민지들이 그들의 제품을 직접 서방에 팔려고 한다면, 그들은 그럴 권리가 있고, 서방은 그 권리를 지원할 것이라고 세상에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루지야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 전투기들은 지난 수일 새 여러 번에 걸쳐 그루지야를 지나가는 이 송유관을 파괴하려고 시도했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노리는 게 무엇인지는 분명해진다.
송유관 말고도 그루지야와 아제르바이잔은 서방과, 중앙아시아의 '스탄'으로 끝나는 국가들(아프가니스탄 포함)을 연결하는 전략적인 통로다. 이 지역은 과거 소련이 통제했던 곳이다. 서방은 중앙아시아가 고립되면 아프가니스탄도 고립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싸고 있는 국가들을 보라. 옛 소련의 식민지들과, 이란, 그리고 파키스탄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천연가스로부터 카자흐스탄의 풍부한 석유에 이르기까지 중앙아시아의 자연자원은 코카서스의 좁은 이 통로가 아니면 러시아나 이란을 경유해야 서방에 도달할 수 있다. 중앙 아시아의 옛 모스크바 식민지들은 아프가니스탄의 가장 바람직한 무역 파트너이다. 그들은 지금 그루지야 사태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 그들은 세계의 자유 시장에 진입하는데, 향후 러시아가 목을 조이려들지 아닐지를 조만간 알게 될 것이다.
러시아가 목을 조이면 그들은 향후 러시아의 경제 식민지나 다름없게 된다. 모스크바는 머지않아 그들에게 아프가니스탄을 어떻게 고립시켜야 할지도 말할 것이다. 모스크바 당국은, 이 지역 내 병의 목(bottleneck)에 해당하는 그루지야의 목을 조이면 이란과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서방의 움직임에 대해 발언권이 높아진다는 점을 완벽하게 알고 있다.
이라크에서도 역시 그루지야를 통해 크레믈린이 힘을 드러내려고 하는 게 곧 느껴질 것이다. 지도를 다시 한번 보라. 러시아가 옛 소련처럼 남쪽으로 코카서스와 이란 국경까지 진출하게 된다면, 모스크바는 서방과의 대결에서 이란을 지원할 수 있다. 이란은 그로 인해 대담해질 것이고, 이라크와 시리아, 그리고 헤즈볼라를 통해 레바논에서도 영향력을 강화하려 들 것이다.
서방은 이번 러시아의 도전에 대해, 사태가 진정되길 희망하면서 개입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러시아인들은 코카서스 남쪽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서방이 취약해진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다. 서방은 러시아에 대해 선을 분명히 긋지 않으면 안된다. 아프가니스탄의 미래와, 이라크의 안정이 위험에 빠질 수 있고 이런 문제들이 모스크바 당국과 테헤란의 이슬람 성직자들의 선의에 의존하게 될지 모른다. 이것이 현재 진행중인 대 전략 게임이다. 서방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뿐 아니라, 소련의 해체로 얻은 걸 지킬 담력과 기운을 갖고 있다는 걸 러시아에 보여줘야 한다.
그루지야가 왜 중요한가?
- 최준석(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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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8-16, 10: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