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편향' 탓하기 전에 불교계부터 자성하라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촛불시위 비호하는 속셈은 무엇인가?
언필칭 범불교도대회를 칭하고 있지만, 그 뒤에서 행사를 준비하는 자들은 실천불교 어쩌구 하면서 좌파들과 부화뇌동해 온 불교계 내 좌파 세력들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항복을 요구하나?


오늘 서울시청앞 광장에서는 소위 범불교도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이명박 정권의 종교편향정책을 규탄하는 대회란다.

불교계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보여준 종교편향정책에 대한 대통령 사과, 어청수 경찰청장 등 책임자 문책, 공직자의 종교편향 방지를 위한 입법화-제도화, 촛불시위 수배자에 대한 수배 해제 등이다.


사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언동 가운데는 기독교인으로서는 칭찬받을만한 것인지는 몰라도, 정치가나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부적절한 것이 없지 않았다. 예컨대 서울시장 시절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하겠다”고 한 것이라든지 “청계천 복원은 하나님의 도우심”이라고 했던 것이 그것이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그가 대통령이건, 장관이건, 수석비서관이건, 정부 부처의 과장이건 간에 대한민국의 공직자는 종교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의 공직자이다. 기독교를 믿건 불교를 믿건 그건 개인의 자유지만, 공직을 이용해 자신의 신앙을 위해 봉사하려는 자가 있다면 그는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불교계의 대응이 적절한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우선 정부의 종교편향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 요구를 보자. 이에 대해서는 이미 이명박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했고, 어제는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공직자들은 종교문제와 관련해 국민화합을 해치는 언동과 업무처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했다. 유장관은 공직자의 종교편향행위 방지를 위한 제도화-법제화 및 공무원 교육 등을 약속했다.

불교계는 이에 대해 “정부 발표는 지속적으로 정부를 규탄하는 대회를 해도 좋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반발했다.

대통령과 주무 장관이 그만큼 얘기했으면 됐지, 꼭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것인가? 꼭 대통령의 무릎을 꿇게 만들겠다는 것인가? 대통령의 항복을 반드시 받아내겠다는 것인가? 그게  불교의 ‘대자대비’이고, ‘원융회통’ 정신인가?


촛불수배자 수배해제 요구의 속셈은 무엇인가?


어청수 경찰청장에 대한 문책도 그렇다. 경찰 복음화 관련 행사 포스터에 경찰청장 얼굴이 들어갔다고 그 난린데, 그게 그렇게 난리를 칠 문제인가? 경찰 내 불교도들을 모아 그에 상응하는 행사를 갖고, 거기에 경찰청장이 얼굴 내밀면 될 일 아닌가? 그걸 가지고 꼭 경찰청장을 해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그리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촛불시위 수배자들에 대한 수배해제 요구이다. 이건 이른바 정부의 종교편향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문제이다. 그들은 서울시내 한 복판에서 석 달 넘게 폭동을 일으켰고, 합법적인 정부의 전복을 선동했으며, 경찰을 폭행했다.

그 주동자들을 조계사에서 비호하고 있는 것만 해도 현대법치국가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범법행위이다. 그런데 거기서 더 나아가 촛불시위 수배자들에 대한 수배해제를 요구한다?


이것은 소위 범불교도대회의 본의가 어디 있는지 의심하게 하는 행위다. 언필칭 범불교도대회를 칭하고 있지만, 그 뒤에서 행사를 준비하는 자들은 실천불교 어쩌구 하면서 좌파들과 부화뇌동해 온 불교계 내 좌파 세력들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어제 유인촌 장관의 발표에 대해 <한겨레>에서 ‘진정성이 없다’는 내용의 사설을 내보내며, 불교계를 선동하고 있는 것도 범불교도대회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왜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만 문제 삼나?


말이 나온 김에 한 마디 더 하자면, 불교계가 유독 이명박 정권 들어 종교편향 운운하며 들끓고 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예컨대 기독교 신앙을 지나치게 앞세우는 공직자는 노무현 정권 아래에서도 있었다. 얼마 전 ‘노무현 사람’이라 하여 물러난 주모 대통령경호처 차장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로 독실한 신자였다. 1991년 12명의 청와대 직원들로 선교회를 만든 그는 선교회 회장을 지내는 동안 회원을 200명으로 늘려 ‘청와대의 요셉’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과문의 탓인지는 몰라도 노무현 정권 시절 불교계가 이런 문제에 대해 들고 일어났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왜 노무현 정권 시절 주 차장의 그런 행위에 대해서 불교계는 침묵했는가? 몰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일개 경호실 간부의 행위여서 방치했는가?

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 고위 공직자가 저지른 명백한 ‘종교편향’행위에는 침묵하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지리정보시스템에 사찰표기가 누락된 기술적 실수까지 문제 삼고 나서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오늘 아침 신문에 난 불교계의 광고는 더욱 고약하다. <이명박 장로님, 이래도 기독교공화국을 꿈꾸는 게 아닙니까?>라는 광고에서는 제목에서 보듯 이명박 대통령을 철저히 ‘이명박 장로님’으로 지칭하고 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고 무엇인가?


불교계 먼저 자성해야


불교계에서는 언필칭 1200만 신도를 얘기한다. 그렇다면 불교계에서는 왜 건국 이래 한 명의 대통령도 배출하지 못했는가? 네 명의 기독교인 대통령이 나오는 동안, 불교도 대통령은 왜 못 나왔는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이 불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불교도는 아니었다.)


나는 불교계가 생각이 있다면, 소위 범불교도대회라는 것을 열어 이명박 정부를 향해 투정을 부리기 보다는 왜 1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불교가 이 땅에 들어온 지 100년 남짓한 기독교에게 이토록 밀리게 되었는지를 철저하게 자성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훈련소 시절, 부대 내 법당에 나가다가 속성으로 수계(受戒)와 법명(法名)까지 받은 적이 있었다. 그 시절 나는 기독교인이라면 거의 공산당 수준으로 미워했기에 의식적으로라도 불교를 배워보려 했다.

하지만 결국  나는 불교에 다가가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불교의 교리는 나 같은 중생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쉽게 풀어쓴 불경도 구하기 어려웠다. 법정스님이 쉽게 풀어쓴 법구경이 있어 지금도 가까이 하고 있지만, 사실 법구경은 경전이라기보다는 잠언집에 가까운 책이었다. 


어리석은 중생들이 뭔 소린지 알아들지도 못하는 얘기를 하면서 선승(禪僧), 고승(高僧) 소리를 듣는 스님들은 있어도, 불교 교리를 대중이 알아듣게 설명하는 학승이나 대중적인 스님은 없는 게 불교의 현실이다.


불교계의 부패는 또 어떠한가? 잊혀질만하면 되풀이되는 교권 다툼, 그 뒤에는 ‘돈’문제가 얽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동안거(冬安居)’가 끝난 후 사하촌(寺下村)이 어떻게 흥청거리는지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내친 김에 하나 더 묻겠다. 대한민국의 건국과정에서, 6-25 전쟁의 와중에서, 근대화 과정에서 불교계는 대한민국을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는가?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계층갈등, 동서갈등은 있었어도 종교갈등은 없었다. 모든 갈등 가운데 종교 갈등이 가장 해결하기 어렵고 후과가 크다는 것은 레바논-이라크 등 중동의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제 불교계가 '종교편향'을 이유로 새로운 갈등을 조장하고 나서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 그게  부처님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일일까?


불교계는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을 규탄하기에 앞서,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부터 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의 허물을 먼저 돌아보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에도 부합하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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