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권 전 육군참모총장
그러나 북진통일론 때문에 이승만을 오해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 시각을 북한의 김일성에게 돌려 그가 북한의 학생과 청년들에게 무엇이라 가르치며 어떻게 명령했는가를 들어봐야 할 것이다.
북한의 김일성·김정일은 “남한이 북으로 먼저 쳐들어 왔기에 우리가 도리어 통일을 시키려고 남으로 내려갔노라”고 지난 58년 동안 앵무새처럼 떠들어 왔다.
이들은 또 이승만 대통령의 휴전협정 반대 역시 호전성의 발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 장병들이 휴전 순간에 눈물을 흘리면서 통분한 일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다음은 정일권(丁一權) 전 육군참모총장이 밝힌 이승만 대통령과의 휴전당시에 있었던 실화로 그의 저서인 ‘전쟁과 휴전’(정일권 저, 동아일보사, 1986, pp. 152~359)의 한 부분이다.
《38선 돌파에 대해 이승만 대통령과 맥아더 원수는 같은 의견이었다. 맥아더 원수의 북진론은 6.25 발발 초기 그가 한강 전선을 시찰할 때부터 구상된 것이었다. 맥아더 원수는 이승만 대통령의 북진통일 주장과는 발상이 달랐다. 군사적인 면을 고려한 것이었다.
맥아더 원수의 주장은 이러했다.
(1) 반격 중인 한국군과 UN군을 38선이라는 제한선에서 실제로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인가? 특히 북진통일의 사명을 짊어진 한국군을 정지시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2) 38선에서 추격을 멈춘다면 북한군에게 숨 돌릴 사이를 스스로 주는 결과다. 이것은 도둑을 쫓다가 울타리에 있으니 그만두는 격이다. 북한군은 또 다시 소련의 지원으로 재무장할 것이다.
(3) 38선이 이미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군이 먼저 유린했다. 저쪽에서 넘어온 38선을 이쪽에서 되받아쳐 넘어간다는 것이 안 될 이유는 무엇인가?
(4) 38선을 넘지 않는다면 자유세계는 이 선을 영구 합법적인 국경선으로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 (이하 생략)
이승만 대통령이 제2군단 사령부로 왔다.
「정 장군 수고가 많았어. 정말 이만하기가 다행이야. 나는 공산군의 뱃속을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그들은 이번 화천까치 쳐 내려와서 휴전선을 긋자는 것이었으니, 그렇게 되었더라면 어찌 되었겠는가. 우리 용감한 2군단 용사들이 목숨 바쳐 싸워서 나라를 구해준 것입니다. 나의 이 간곡한 뜻을 모든 용사들에게 전해 주기 바라는 바입니다.」
이 대통령은 이 한마디를 전해주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전선에 온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군 지휘관의 한 사람으로서 소임을 다하지 못한 자책감이 눈물을 짓눌러 왔다.
그러나 역사의 수레바퀴는 우리들의 눈앞에 ‘휴전’ 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불쑥 내밀어 놓고 말았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어쩌면 전쟁 3년간 보다 더 큰 시련을 강요할지도 모른다.
나는 회상을 걷어치우고 각 사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후 1시를 기해 전 부대의 사격중지를 명령해야 했다.
휴전협정 쌍방 간에 합의 본 작전의 시한이었다.
수화기 속에 울리는 각 사단장의 목소리는 침통하기만 했다. 하나 같이 비분에 떠는 목소리였다.
-제8사단장 송요찬(宋堯讚) 장군은 이렇게 말했다.
“사단 장병들에게 면목이 없습니다.”
-제4사단장 임선하(林善河) 장군의 반응은 이러했다.
“생각 좀 해봐야겠습니다. 모두 울고 있습니다.”
-제5사단장 장도영(張都暎) 장군의 대답도 격렬했다.
“군단장 각하! 마지막으로 한번 만 기회를 주십시오. 이대로는 사격 중지를 시킬 수 없습니다.”
-제6사단장 김점곤(金點坤), 제11사단장 임부택(林富澤)장군, 제7사단장 김용배(金容培) 장군 모두가 장병들에게 면목 없다고 했다.
나 역시 면목 없었다. 지휘관으로서 겪어야 하는 고충과 실의를 삼키고 또 삼켜야 했다.
정전시한인 1953년 7월27일 10시 정각. 나는 군단장실의 불을 끄고 홀로 묵념을 올렸다.
조국의 산하에 호국의 피를 뿌린 수많은 영령들, 전후의 아픔을 병상에서 달래고 있는 부상 장병들, 전란 속에서 가산을 잃고 육친마저 잃어야 했던 수많은 전쟁동포들, 붉은 마수에 무고하게 참변을 당해야 했던 수많은 반공인사들, 이들과 끝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말없이 마음으로 주고받는 나만의 대화였다. 그리고 명복을 빌었다. 》
정리/프리존뉴스 김필재 기자 (spooner1@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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