毒說: 놈들의 변천사

五賊(오적)은 六孔(육공)으로 피 토했고, 십적들은 십공문전(十孔門前) 풀밭으로 기어들 날 멀지 않다.
영화 '놈놈놈'이 뜨고 있다.

1930년대 만주벌판, 일본군이 남기고 간 괴지도 한 장을 놓고 조선의 풍운아 세 사나이가 운명처럼 마주친다. 현상금 사냥꾼 박도원, 그놈은 좋은 놈. 마적단 두목 박창이, 이상한 놈. 열차털이 특공대 윤태주, 나쁜 놈.

시대는 바뀌어 1970년, 5월. 시인 김지하가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다섯 도둑, '오적'의 부정부패를 질타한 것이다. 재벌,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 장성, 장·차관, 권력과 금력의 상징적 다섯 부류를 개 견(犬)자를 붙인 신조어로 풍자했다.

베이징 올림픽에도 등장한 세 놈이 있다. 육상 100M의 우승자 '우사인 볼트' 그는 무서운 놈 뒤처진 '아사파 파월' 심약한 놈 결승에도 오르지도 못한 '타이슨 게이' 불쌍한 놈. 네티즌들이 붙여 준 '놈놈놈'이다.

촛불시위 난장판, 광화문 네거리에도 놈들이 나타났다. 식칼들고 망치들고 난동부린 폭도들, '개념없는 놈' '신월동 헬멧' 'OO사람' 때려라, 부셔라, 밤만되면 설쳐대는 박쥐족 파괴자들.

한국판 카쇠르(Casseur·파괴자).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도 놈들은 등장한다. 그러나 놈들에 대한 평가는 항상 민초들의 몫이다. 그래서 민초들의 시선이 겁나는 것이다. 민초들의 눈에는 강도도 보이고 산적도 보인다. 의적도 보이고 비적도 보인다. 대도(大盜)도 있고 좀도둑도 있다. 홍길동도 있고 장길산도 있었다. 탐관오리도 있고 변사또도 있었다.

요즘 세상도 마찬가지다. 온갖 잡놈들이 우글거린다. 참새떼 날아들어 나락논 작살내듯 나라의 근본을 송두리째 흔들어댄다. 새로운 놈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다.

첫째놈, 수상한 놈.'훈도시, 게다족'. 앞잡이는 미워할 줄 알면서도 이웃 사촌 총질해댄 날강도 같은 밀엽꾼은 극진히 사랑하고 존경하는 영변의 약산 진달래족들.

둘째놈, 괴상한 놈. 남쪽바다 파란물은 오염됐다 흉보면서 설한풍 '툰드라'는 따뜻하다 헛소리 지껄이는 삐딱한 놈, 빼딱한 놈.

셋째놈, 음흉한 놈. 젊은이의 머리와 가슴에다 빨간 물감 뿌려대고 반성할 줄 모르는 분필가루 홍도족들. 어린것들 가르치며 왼쪽 골목 숨어들어 앵벌이 시켜먹는 어린이 헌장 무시족들.

넷째놈, 지저분한 놈. 돈되는 것만 쫓아다니며 날이면 날마다 먹이감 찾아나서는 사냥꾼들, 빗나간 직업 운동가, 권문세족 행세하는 알량한 나부랭이들.

다섯째 놈, 구질구질한 놈. 충신은 불사이군, 한 임금에게 아부하고 한 자리 얻어 먹은 놈들이 다른 임금 앞에서도 임기 운운, 자리 지키려고 발버둥치는 낯 두꺼운 철면피들.

여섯째 놈, 사납고 치사한 놈. 언론자유, 공영방송 사수 외치면서도 기자실에 대못치고 편향, 편파, 불공정의 날라리 나팔수들. 입으로 먹고사는 헤르페스, 헤르페스. 맹견에다 광견이라 물리면 큰일 난다. 짖어대는 그 소리가 가소롭고 치사하다.

일곱째 놈, 교활한 놈. 위장 평화, 거짓화해, 허수아비 앞세우고 무슨 일꾼, 무슨 일꾼 큰소리치며 민족 희롱, 민주 농간, 간사하고 뻔뻔스런 여우족들.

여덟째 놈, 고약한 놈. 존경받는 독립운동가의 손자로 태어나서 공기업의 사장된 뒤 1억 뇌물 삼키다가 쇠고랑 철창행, 조상망신 집안망신. 할머니의 전남편이 독립운동 했다면서 정탐 애비 숨겨놓고 제 놈도 독립운동가 후손이라고 우겨대던 못난 후손, 선열을 모독한 어둠의 자식들.

아홉째 놈, 한심한 놈. 인간구원 외면하고 특수 임무 앞장서는 믿지 못할 선동가들. 부끄러운 위선자들, 성현 말씀 잘 들어라, 한심한 작자들아.

열째 놈이 나온다. ‘놀고 먹자. 배부르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일은 않고 잘도 논다. 베짱이 놈, 놀새족들. 큰 도둑놈, 좀도둑들. 우글우글 들끓는다. 오적은 부정부패. 십적은 날가얌이 떼거리들, 기둥뿌리 다 갉는다.

오적에다 십적이라, 십오야 밝은 달밤 승냥이들 활개 친다. 장구치고 북치고, 풍악소리 드높다만 서울역 노숙자들 돌아갈 날 기약없다. 간 큰 놈들 너무 많다. 때 끼인 놈들 너무 많다. 아니꼬워 못 살겠다. 더러워서 못 살겠다. 오적은 육공으로 피 토했고, 십적들은 십공문전(十孔門前) 풀밭으로 기어들 날 멀지 않다.

에구 에구, 우둔하고 미련한 놈. 눈치없이 버티다가 비류직하 삼천척(飛流直下 三千尺), 기절초풍 혼쭐날 놈. 세월 따라 달라지고 시대 따라 변해가는 약삭빠른 온갖 놈들. 사라져라, 사라져라. 고수레, 고수레.

기는 놈 위에 나는 놈, 놈들도 가지가지. '놈'은 사내를 이르는 말이다.
놈은 사물이나 동물을 홀대해서 이르는 말이다. 놈은 싸움터에서 서로가 적군을 보고 놈이라 부른다. 놈은 남자아이를 귀엽게 부를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놈은 대체로 나쁜 인상만 남기고 째려보며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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