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세라 페일린 미 공화당 부통령 후보에 대한 미국 진보 신문의 비판이 도(度)를 넘었다. 뉴욕타임스는 사내 칼럼니스트를 총동원해서 ‘페일린 죽이기’에 나섰다. 뉴욕타임스의 여성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는 9월 10일자, 9월 14일자, 9월 17일자 칼럼을 통해 페일린을 맹폭했다. 모린 다우드는 “페일린이 도무지 지식도 경험도 없는 바보 천치요 바비 인형에 불과하다”고 욕설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다. 9월 16일에는 데이비드 브룩이 ‘경험은 중요하다(Why Experience Matters)’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민주주의란 보통사람이 가장 잘 준비된 지도자를 뽑는 것”이라고 점잖게 훈계했다.
9월 22일자 타임지에는 조 클라인의 칼럼이 또 실렸다. 클라인은 “세라 페일린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미국에 대한 노스탈자를 불러 일으킬 뿐”이라고 페일린 열풍을 깎아 내렸다. 타임지는 권말 에세이로, “페일린의 알래스카 주지사 시절의 재정정책 기록이 보수적이지 않다”는 내용의 마이클 킨슬리의 칼럼을 실었다. 창업자 헨리 루스의 가문이 운영할 때 타임/라이프는 보수적이었지만, CNN의 사주(社主) 테드 터너가 타임지를 인수한 후에 타임지에 실리는 오피니언은 대개 이런 진보 성향이다.
여하튼 뉴욕타임스와 타임지에 실린 칼럼을 보니, 민주당과 진보진영이 세라 페일린에 대해 거의 ‘패닉’ 상태에 있는 것 같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다는 것은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미국 신문 중에 페일린을 옹호하는 글이 실리는 신문은 월스트리트 저널뿐이다. 8월 30일자는 매케인-페일린 티켓을 ‘개혁 티켓(Reform Ticket)’이라고 부르는 사설을 실었고, 9월 4일에는 ‘세라의 특별한 점(What’s So Special About Sarah)’이란 다니엘 헤닝거의 칼럼이, 그리고 9월 5일에는 “세라 페일린이 어떻게 알래스카의 공화당 기존 세력을 개혁했나”라는 제목의 킴벌리 스트라셀의 칼럼이 실렸다. 30대 여성 칼럼니스트 킴벌리 스트라셀도 떠오르는 ‘보수 스타’라고 할 만하다.
9월 12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에는 “매케인-페일린 티켓이 가야할 길이 멀다”고 충고하는 페기 누넌의 칼럼이 실렸다. 페기 누넌의 글은 언제 읽어도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9월 16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에는 페일린이 경험이 없다는 비난을 반박하는 브렛 스티븐의 칼럼이 실렸다. 성공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칼빈 쿨리지도 부통령으로 지명되기 전까지는 별다른 경험이 없었으며, 특히 쿨리지는 노스햄튼이라는 작은 도시의 시장을 지낸 점에서 세라 페일린과 닮았다고 반박했다. 스티븐은 트루만도 대외정책에 관한 경험이 전혀 없이 부통령이 되었고, 부통령이 된 후에도 루스벨트와 깊이 있는 대화를 한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스티븐은 민주당은 대외정책에 경험이 없는 조지 W. 부시가 딕 체니에게 의존해서 국정을 망쳤다고 비난했지만 매케인-페일린 티켓의 경우에는 그런 위험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의 ‘오바마-바이든 티켓’이 오히려 ‘부시-체니 티켓’을 닮았으니 그 점에 대해선 민주당이 할말이 별로 없다.
흥미로운 사실은 브렛 스티븐의 칼럼이 들고 있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칼빈 쿨리지, 그리고 해리 트루만이 별다른 지명도가 없이 부통령으로 지명된 후 대통령에 유고(有故)가 생겨서 대통령을 승계한 경우라는 점이다. 매케인이 만일에 당선되면 임기가 끝나는 2012년에 76세가 된다. 따라서 매케인이 재선에 나선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그렇다면 페일린이 2012년에 대통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에 민주당은 별다른 대항마(對抗馬)가 없는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중고품(中古品)’이 다된 힐러리가 다시 나올 수도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과 뉴욕타임스의 입장에서는, 잘못하면 ‘부시 8년-매케인 4년-페일린 8년’이란 ‘20년 공화당 치세(治世)’에다, ‘첫 여성 대통령’이란 영광을 공화당에 안겨 줄 판국이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뉴욕타임스는 ‘페일린 죽이기’에 철판(鐵板)을 깔고 나선 것이다.
‘매케인-페일린 티켓’은 우리나라의 이른바 ‘보수 진영’을 고무시킬 것인가 ?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세라 페일린은 이명박 정권을 지지하는 한국의 이른바 ‘보수진영’을 ‘너무 늙고 낡은 존재’로 보이게 할 뿐이다. 사실 도덕성도 없고 정책에 일관성도 없는 정권을 ‘보수 정권’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넌센스일 따름이다. 킴벌리 스트라셀, 로라 잉그레이엄, 앤 코울터 등 명문대학을 나온 30-40대 여성 보수논객들의 역할도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다.
독립신문 http://www.independent.co.kr/
세라 페일린을 맹폭(猛爆)한 美 진보 언론
- 이상돈(독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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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9-22, 18: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