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3)/ 車中 대화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체코 등 유럽을 여행중인 저희 月刊朝鮮 역사문화기행의 한 특징은
車中대화입니다. 유럽 여행은 버스 여행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도 버스에서 40명의 여
행객들이 빠짐없이 대화에 참여했습니다. 신변잡기에서부터 외국 여행의 경험, 자신의 직무
와 관련된 이야기, 나라 걱정 등 화제가 다양합니다. 여기 참여하신 분들이 거의가 50대
이상이기 때문에 하고싶은 이야기거리가 많습니다. 이런 이야기 속에서 무서운 명언들이 튀
어나오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명언들을 모아두었다가 여행이 끝날 무렵에 발표하곤 합니다

이번에도 좋은 말들이 많았습니다.
“많이 여행하고 먹고 마시고 즐긴 것은 不渡가 나도 빼앗기지 않는데 내가 가진 것은 다 없
어지더라. 그러니 열심히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나이가 되어 뒤돌아보니 남는 것은 추억이더라. 인생이란 것도 결국은 추억만들기가 아
닐까 한다.”
“한국은 산이 헐벗던 시대가 끝나자 이제는 개울과 강이 헐벗는 시대가 왔다.”
“나는 평생 누구 하고 싸워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싸우면 다 손해이니까. 이겨도 손해고
져도 손해고. 그런데 예외가 하나 있었다. 빨갱이들 하고는 싸우지 않을 수 없었다. 안 싸
우면 내가 죽으니까.”

어제 코모에서 바젤로 오는 차중에서 한 여행객이 인도여행에 대한 소감을 발표했습니다.
그 요지는 인도 사람들은 비록 못살지만 평화롭고 선하며 만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내용
이었습니다. 인도 네팔 티벳 지방을 여행하고 돌아오는 분들이 흔히 그런 인상을 받는 경우
가 많다고 합니다. 가난해도 행복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죠.

이런 시각에 대해서 40대의 기업인이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나는 인도 사람들이 불쌍해서 못 견디겠더라. 이 지구상에 희망이 없는 곳이 있다면 그곳
은 인도일 것이다. 시골에 가보면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여자는 결혼할 때 지참금을 가져
가야 한다. 그 돈이 너무 작다고 시댁에서 구박을 하고 구타하다가 죽이는 경우도 있다. 그
리고는 시체를 불태워버리고. 경찰이 수사도 못한다. 길을 가다가 보면 길가에 앉아 있는
힘 없는 여인들이 보인다. 밀어버리면 그냥 쓰러져 죽을 것 같은 모습이다. 양말 만드는 일
을 시킨 적이 있다. 여인이 하루 종일 일하면 우리 돈으로 몇 원을 번다. 이런 사람들이 행
복하다고 생각하는 관광객들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은 죄를 짓는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여행을 할 수 있으려면 우리의 행복을 위협하는 친북좌익 세력과 싸워야 한
다.”
“서양의 귀족은 전쟁이 터지면 맨 먼저 군대에 나가 싸웠다. 영국의 경우 엘리트를 양성한
명문 고등학교 졸업생의 전사율은 보통학교보다도 훨씬 높다. 귀족들의 이런 노블레스 오브
리제 정신 때문에 평소에 그들이 특권을 누리는 것을 서민들은 용인하고 존경했던 것이다.
우리부터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조국을 떠나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車中 대화는 주로 이렇게 진행되었습니다
인도에 대한 상반된 여행소감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人情은 근대화를 견디어
낼 수 있는가.

1970년대 朴正熙대통령은 새마을 사업을 하면서 농어촌 주택 개량사업을 펼쳤습니다. 한국
농촌의 상징물인 초가집이 없어졌습니다. 사라지는 초가집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워 하는 사
람들은 초가집에 살지 않은 사람들이었습니다. 한 언론사 사장이 朴 대통령에게 “초가집을
보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더니 朴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당신은 초가집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가를 아는가. 구렁이가 지붕에서 떨
어지고 비가 새고... 당신은 초가집이 구경거리로 보이는가. 그렇게 좋다면 당신이 먼저 초
가집에 가서 살아보지 그런가.”

인도 사람들의 그 평화롭고 선하가 보이는 상태가 과연 인류사의 진행방향인 근대화, 즉 산
업화와 민주화를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 페루에서 만나는 인디오 소년의 근 순진무구한 눈
망울은 페루가 발전하면서 일상생활이 과학화되고 합리화될 때까지도 유지될 것인가.
아마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한국은 절대로 미국처럼 이혼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은 20세기 초 미국의 이혼율도 그렇게 높지 않았다는 점을 몰랐습니다. 지금
한국의 이혼율이 미국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혼율이 늘고 있는 것은 근대화 과정의 피할 수 없는 결과일 것입니다. 여자가
독립적으로도 생활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근대화 과정에서 가족의 윤리와 여자의 역할
과 기능이 바뀐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혼율이 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인도 사람과 같은
종류의 마음의 평화가 계속되도록 근대화의 시계를 늦출 수 있을 것인가. 불가능합니다.

더 큰 의문은 과연 지금 인도 사람들은 행복한가라는 사실관계입니다. 인도를 며칠 둘러보
는 여행으로 인도 사람들의 행복을 자신할 수 있는가. 네팔을 여행하고 어떻게 무슨 근거로
그들의 행복도가 우리보다 높다고 하는가. 귀하는 인도 네팔 사람처럼 그렇게 살면서 행복
을 느껴볼 용기가 있는가.

이처럼 여행은 여러 가지 想念을 만드는 자극제인 것 같습니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