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10)/베를린에서

우리 여행단은 27일 오후 베를린에 도착해서 중심부를 둘러보았습니다. 베를린 장벽은 다 철거되고 역사의 유물로서 일부를 남겨놓았습니다. 거기에다가 예술가들이 여러 가지 그림, 글, 만화를 남겨놓았습니다. 현장예술이라고 할까요. 그중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동독 공산당 서기장 호네커가 남녀처럼 진하게 입맞춤하는 사진입니다. 동성연애자도 아닌데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느냐 하는 역한 느낌이 드는 사진입니다.

우리 여행단의 愼鏞碩단장은 서울올림픽 유치에도 관계한 적이 있는데 그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 등 공산권의 민주화에는 88올림픽이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12년만에 온전하게 열린 올림픽에 스포츠 강국인 공산권 선수들이 많이 출전하자 이들 나라는 집중적으로 중계방송을 했다고 합니다.

텔레비전을 통해서 소개된 한국의 모습에 동구 사람들은 경악하고 분노했다고 합니다. 美帝의 착취로 거지 천국이 되었다는 북한의 선전을 믿고 있었는데 자신들보다도 더 잘 사니 우리는 무엇인가 하는 자각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저도 96년에 동구권을 취재할 때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좌절과 분노가 공산정권으로 향하고 이런 민심을 소련 서기장 고르바초프가 방치하면서 공산권 붕괴는 시작되었습니다. 88, 89년에 폴란드, 항가리, 체코, 동독, 루마미아 등이 차례로 민주화되는 데 서울 올림픽은 큰 심리적 동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내각제인 독일의 정치권력이 나오는 本山인 거대한 연방의회 건물은 최근에 새로 단장하여 인기가 있습니다. 히틀러 시대인1933년 이 건물이 불탔는데 히틀러는 이 화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반대파를 탄압하고 독재권을 잡았습니다. 이 건물의 정면에는 Dem Deutschen Volke(독일민족을 위하여)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이 건물의 가운데에 있는 돔은 유리半球처럼 투명하게 만들어놓았습니다. 이 유리돔에는 나선형으로 통로를 만들어 사람들이 등산하듯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국회의원들이 일하는 모습이 내려다보입니다. 國事의 비밀이 새어나간다고 걱정도 했지만 의회는 이 유리 돔을 통해서 국민들이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정치를 하기로 결정한 셈입니다.

베를린은 공습으로 시가지의 85%가 파괴되었다고 합니다. 폭격받은 상태로 그대로 서 있는 유명한 건물이 카이저 빌헤름 추모 교회 건물입니다. 교회가 폭탄을 맞고 무너졌는데 부서진 조각들을 치우고 교회의 前面 탑만을 폭격받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밤에 그 앞에 서면 청동색으로 조명받고 있는 거대한 탑이 절벽처럼, 장엄한 성곽처럼, 전쟁처럼, 신앙처럼, 기괴한 짐승처럼 아래를 내려다 봅니다. 저는 이번 여행중 이 건물 아래 서서 위를 올려다 볼 때 가장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온전한 교회에서 느낄 수 없는 역사의 드라마, 인간의 악마성과 위대성, 그리고 절대자를 갈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폭격의 현장예술에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날 저녁 愼鏞碩 단장이 재미 있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국내여행사들이 여행객들에게 제공하는 엉터리 정보 때문에 國富 유출이 수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지적이었습니다.

여행사는 유럽 여행객들에게 호텔에서 자거나 음식을 먹을 때 팁을 얼마씩 주라고 권유하고 따라오는 가이드는 '팁을 놓고 왔지요'라고 문책하듯히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통상적인 봉사 이상의 서비스를 받았다든지 호텔 직원에게 과외의 일을 시켰다든지 하여 마음에서 우러나올 때 팁을 주면 됩니다. 보통의 경우는 팁을 줄 필요가 없습니다. 유럽에는 물이 나쁘니 반드시 생수를 사먹으라고 당부하는 안내자나 안내문이 있는데 이것도 말이 아닙니다. 유럽의 수도물은 안전합니다. 한국보다 안전합니다. 물 좋은 코모나 바덴바덴 같은 데서 나오는 수도물은 우리 기준으로는 약수인데 왜 생수를 사먹습니까.'

심심풀이로 그동안 이렇게 낭비된 팁과 물값을 계산해보았더니 적어도 5억 달러는 될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정보는 정말 돈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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