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舊韓末)로 접어드는가?

북한 급변사태 시 중국의 개입은 필연적(必然的)이다.
압록강 도하연습을 하고 있는 중국군
金正日 이후 어떤 예상 시나리오건, 북한 급변사태 시 중국의 개입은 필연적(必然的)이다.

차이는 급변사태가 「천천히」 벌어질 것인가 아니면 「빠르게」 진행될 것인가? 급변사태 조짐(兆朕) 시 중국이 개입할 것인가 아니면 급변사태가 본격화(本格化)됐을 때 개입할 것인가? 군사적(軍事的) 개입이 이뤄질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政治的) 개입에 국한될 것이냐? 등의 시기(時期)와 강도(强度)의 문제이다.

(1) 중국의 개입 여부(與否)

① 우선 살펴볼 문제는 북한 급변사태 시 중국의 개입(介入) 여부이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군사적 개입」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같은 중국의 입장은 공식(公式)석상은 물론 사석(私席)에서도 일관돼 있다. 실제로 중국의 북한개입은 중국의 기존 원칙(原則)과 관례(慣例)를 벗어난 일이다. 중국이 정치·경제적으로 진출해 온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우려를 심화시킬 것이고, 이는 중국의 국익에 반하는 일이다.

중국 당국자들도 이를 확인해왔다. 탕번위안(湯本淵) 중화전국청년연합회 부비서장은 유사시 중국군이 북한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구상찬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중국은 타국에 대한 내정 불간섭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며 『출병 등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는 절대(絶對) 없을 것』이라고 언명했다(중앙일보, 2008.9.24).

실제로 중국은 북한에 급변사태가 터질 경우, 일정기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사전에 북한사태에 대한「군사적 不개입」원칙을 발표하고 북한의 「자주적(自主的) 해결」을 분명히 할 것이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는 간섭하지 말라는 뜻이다.

② 중국은 「군사적 개입」을 한다 해도 「UN을 통한 개입」에 나설 것이다. 장친성(章沁生·중장) 총참모장 조리는 『한반도에 급변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중국군이 단독으로 개입해 군사작전을 펼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중국군은 단독으로 개입하기보다는 국제조직, 특히 유엔의 힘을 빌려 문제가 해결되기를 원한다...중국군이 개입한다면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가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동아일보, 2006.12.9). 장친성은 중국 총참모부 내 권력서열 3위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인물이다.

중국 당국자들의 발언은 어떤 경우든 북한을 親중국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UN을 통한 개입 역시 마찬가지이다. 중국은 UN안보리 상임(常任)이사국으로서 자신의 국익에 상반되는 UN활동을 거부할 수 있다.

중국은 1988년 11월 유엔 평화유지활동 특별위원회(UN Special Committee on PKO)의 일원으로 가입한 후 PKO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중국은 2008년 3월 기준 13개 지역 국가에 1978명의 평화유지군을 파병, 유엔 상임이사국 5개국 중 최대(最大) 규모 파병국(派兵國)이다.

결국 金正日 유고 시 UN을 통한 개입이 이뤄질 경우, 북한 영향력은 중국이 가장 크게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남북한 UN 가입 등을 이유로 북한문제에 주도권을 포기할 경우,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③ 以上의 내용이 중국의 독자적인「군사 개입」가능성을 배제하진 않는다. UN의 인도적 개입은 어렵고, 한국 등 주변국이 혼란을 막을 의지가 없으며, 극심한 무정부 사태가 만주(滿洲)의 안정을 위협한다고 생각되면, 「어쩔 수 없이(?)」 중국이 나설 것이다. 『북한의 안정을 위해서 질서를 지킬 세력이 없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중국 측 학자들의 일반적 답변이기도 하다.

중국의 군사 개입은 근거는 상당히 명확하다. 1961년 체결된 조중(朝中)우호조약 제2조는 『어느 일방이 제3국의 침공을 당해 전쟁 상태가 발생할 경우 지체 없이 군사적ㆍ기타 원조를 진행한다.』고 규정한다. 북한 급변사태가 제3국 침공은 아니지만, 북한 측 요청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2) 중국의 개입 이후(以後)

① 중국이 군사 개입 이후 북한은 어떻게 될까?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의 지적이다.

『중국은 개입을 원하진 않겠지만, 일단 개입하면 군대주둔은 10년, 50년, 100년이 갈 수 있다. 중국은 스스로 제국주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겨내 경제를 재건한다고 치자. 과연 북한이라는 땅을 남조선에 넘겨줄 것인가? 개입 이후 중국군 철수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② 중국이 개입 이후 쉽게 철수할 수 없는 이유는 한반도의 지정학적(地政學的) 중요성 때문이다.

한반도는 大陸세력(land power)이 海洋을 향해 뻗친 비수 또는 海洋세력(sea power)이 大陸을 향해 겨냥한 방아쇠이다. 중국의 한반도 북반부 장악은 동해(東海)가 열리는 것을 뜻한다. 중국은 지금까지 한국·일본·대만과 美태평양함대에 의해 차단돼 있던 소위 「포위전략」을 파기하고 大洋으로 가는 길을 얻게 된다.

중국에 東海가 열리면, 중국의 무력(武力)이 「일본」과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게 된다. 또 해로(海路)를 통해 「유럽」과 「미주(美洲)」를 압박할 수 있게 된다.

존 미어샤이머 美시카고대 교수는 『2025~2030년에 중국의 GNP가 지금보다 더 높아지고 이를 통해 군사력 확장에 나선다면, 중국은 아시아에서 미국을 몰아내고 지역패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으며 대만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개입을 시도할 것』이라며 북한이 바로 그 연결고리임을 지적한다.

중국에게 북한이란 단순한 군사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의 사례를 들어보자. 중국은 동북3성의 경제개발과 東海와 太平洋 진출을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북한의 「나진항」에 눈독을 들여왔다. 특히 길림성의 최대 공업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훈춘은 해양진출의 출구로서 「나진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국은 최근 「나진항」 제3부두와 제4부두를 향후 50년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50년 독점운영권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중국은 한국의 속초·부산, 러시아의 자루비노·포시에트, 일본으로 이어지는 무역항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중국에 東海가 열리면 경제적 차원에서 남한은 더 이상 중국의 對外무역 중개거점으로서의 위치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이 북한에 들어가면, 막대한 정치적 이권은 물론 경제적 이권을 포함한 말 그대로 동아시아 패권(覇權)을 장악하게 된다. 즉 「동북아 세력균형(勢力均衡)의 파괴」이다.

③ 60년 만에 한반도 현상(現狀)이 타파되고 있다. 북한이라는 힘의 진공상태를 한국, 미국, 일본 쪽이 차지하느냐, 중국, 러시아 쪽이 차지하느냐의 게임이다. 후자의 승리로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 아래 편입해 들어가면, 분단은 고착될 것이다. 이는 한반도 문제가 남북(南北)문제인 동시에 국제(國際)문제라는데 기인한다.

중국의 북한개입은 중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중국과 미국·일본·호주 등 해양세력과의 대결가능성을 증대시킬 것이다. 실제 東海 나진·선봉에 인민해방군 주도의 「태평양 함대」가 세워질 경우를 상정해보자. 유사시 탈출로가 없는 섬나라 일본은 중국의 해양진출을 저지키 위해 군비확장과 核개발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는 대륙세력의 최전방이자 해양세력의 교두보로서 舊한말과 같은 격변에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④ 문제는 북한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남한 내 친북좌파는 金正日 이후 북한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을 젖줄로 삼아 제2의 세력 확장을 시도할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선동하며 反美·反日감정을 자극할 것이다.

80만 민노총, 8만 전교조, 7만 민노당 소속원들은 또 다시 시청 앞을 메울지 모른다. 『美日제국주의자들과의 대결하는 우리 민족』, 정확히는 중국 공산당을 업은 북한 노동당의 승리와 이에 대한 지원을 외치며 한국정부의 결단을 촉구할 것이다. 좌파의 깽판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날 것이다.

⑤ 북한이 중국의 통제력(統制力) 하에 들어가면, 한국도 중국의 영향력(影響力)에서 자유롭기가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그 중국은 「정상적 민주국가」가 아닌 공산당 一黨독재국가이다. 海洋문명에서 大陸문명으로의 문명사적 전환, 역사의 퇴행을 의미한다.

급변사태 시 북한개입과 自由統一의 기회를 놓친 한국은 장기적으로 친중화(親中化), 좌경화(左傾化), 남미화(南美化), 소위 적화(赤化)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일본의 닛케이신문 편집위원 스즈오키 다카시氏의 지적처럼 『金正日 이후 북한은 중국의 컨트롤 하에 들어 갈 것이며, 중국은 휴전선을 개방하여 북한 난민만 한국에 떠맡길』지도 모른다.

북한은 중국의 속국(屬國)으로, 한국은 중국의 변방(邊方)으로 쇠락하는 영구분단 상황. 말 그대로 민족공멸인 셈이다.

⑥ 미국은 이 같은 미래를 방관할 것인가? 결정적 변수는 한국의 「의지(意志)」에 달려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한국 주도 自由統一 원칙에 동의해 왔으나, 左派정권을 거치며 변화를 보여 왔다. 保守정권 등장 이후에도 한국 내 反美세력 영향력이 사라지지 않고, 급변사태 시 북한에 대한 혼란스런 입장이 계속되면, 美中타협 소위 빅딜(Big Deal)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WMD(대량살상무기) 문제해결이라는 미국의 단기적(短期的) 이익과 金正日 이후 북한을 자국의 영향력 하에 놓으려는 중국의 중·장기적(中·長期的) 이익이 합치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自由統一 의지, 좀 더 구체적으로 급변사태 시 북한개입 의지가 박약하면, 소위 「제2의 카쓰라·태프트 밀약」이 맺어질 것이다.

제국주의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평가 받고 있는 닐 퍼거슨(Niall Ferguson) 하버드대 교수(역사학)는 『미국은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나라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이라크的 해법, 즉 무력사용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북은 어쨌든 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중국이라는 플러그를 뽑는 형태로 북한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⑥ 중국의 「군사적 개입」도 남북통일을 막진 못할 것이란 반론도 있다. 단기적 통일은 남북, 중국 모두 원치 않지만, 장기적으론 중국 역시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민족주의(民族主義) 성향」과 「反중국적 성향」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언어적 유사성은 대단히 중요하다. 광동성 체류 시 경험이다. 50개 TV채널이 나오는데 45개가 중국어, 5개가 광동어를 쓰는 홍콩 TV였다. 길거리를 돌아다녀보면 80%정도는 홍콩 TV를 보고 있었다. 북한이 중국의 영향 하에 있어도 남북한 주민의 강력한 민족주주의적 성향, 기질로 볼 때 장기적으로 정치적 영향을 미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군대도 장기간 주둔시키기 어려울 것이다.(북한민주화네트워크 김영환 선생)』

물론 위에서 언급된 「종국적 남북통일」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지는 누구도 예측키 어렵다. 무엇보다 장밋빛 전망은 국제정치의 역학관계를 무시한 낭만적 발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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