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에게 '공소보류'?

국정원 수사과정에서 노동당 입당 사실까지 밝혀진 송두율에게 벌써부터 면죄부를 주려는 듯한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설사 송두율이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고 해도 처벌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하더니, 공안당국은 송두율의 사법처리 여부에 대한 결정에 앞서 전향서 제출과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유감 표명을 포함하는 공개 기자회견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호응이라도 하듯 송두율의 변호사 등을 통해 송두율이 앞으로 한국의 실정법을 존중하며 살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일부 언론에서는 그럴 경우 송두율에게 '공소보류'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친절하게도 '송교수는 '김영환씨와 마찬가지로' 反국가단체 가입, 잠입탈출, 접촉, 자금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는 설명까지 덧붙여 가면서....

'공소보류' 제도란 국가보안법 위반자가 前非를 뉘우칠 경우, 흔히 하는 말로 '전향'을 하면, 검사가 공소(기소)를 보류하고, 공소보류 후 2년이 지나면 기소할 수 없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가보안법 제20조). 이 공소보류제도는 확신범인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을 善導하고, 간첩사범은 공소보류를 조건으로 逆공작에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두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국가보안법에만 있는 제도이다.

간첩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국가보안법 위반사범으로 공소보류제도의 적용을 받은 경우는 김영환 사건 관련자들이 유일하다고 한다.
김영환씨는 한때 '강철'이라는 이름으로, '主思派의 代父'로 널리 알려졌던 인물. 그는 1990년대 중반, 노동당에 가입하고 밀입북해 김일성과 만나기까지 했다. 그러나 북한 체류 기간 중 북한체제에 대해 실망한 그는 공안당국에 체포된 후 전향을 선언하고 '공소보류' 처분을 받았다. 김영환의 동료들 가운데 상당수도 함께 전향했다. 이때 김영환씨와 그 동료들의 통절한 자기반성의 목소리는 월간조선 1999년6월호에 실린 <'시대정신'을 만드는 80년대 주사파 활동가들의 대전환, 한국 지성사의 일대 사건>에 잘 나타나 있다.
그후 김영환씨와 그 동료들은 '북한민주화네트워크'를 만들고 '시대정신'이라는 잡지를 발간하면서 김정일 타도, 북한민주화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송두율에게 '공소보류'처분이 내려지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송두율 본인,일부 법무부 및 공안기관 관계자, 이른바 진보세력과 진보언론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 송두율에게 '공소보류' 처분이 내려지기를 희망하는가? 그것은 다시 말해 송두율이 '전향'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것은 송두율이 김영환 그룹처럼 反김정일, 북한민주화 운동에 나서기를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만일 그런 의지 없이 '공소보류'를 희망하면서, 그런 여론을 조성하는 것은 세상을 속이고, 송두율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행위다. 그리고 검찰이 송두율의 전향 없이 그를 '공소보류'처분한다면, 그것은 직무유기가 될 것이다. 국가보안법 위반사범을 수사하는 자가 직무유기죄를 범할 경우에는 특별히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국가보안법 제11조).

송두율이 진정 前非를 뉘우치고 전향을 하기를, 그래서 그가 '공소보류'처분을 받아 석방되고, 反김정일-북한민주화 운동의 대열에 합류하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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