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보 수집 능력' 문제있다

국정원 중심으로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해서 '베스트 팀'으로 對北 정보 업무에 임하도록 해야.
이병호 前안기부 차장

북한 정보는 늘 부족하고 미흡하다. 북한의 핵실험, 김정일 중병설과 같은 사변적(事變的) 대형 사건이 터져도 그 진상을 제때에 파악하는 정보는 늘 미흡하기만 하다. 자연히 국정원의 대북 정보 능력을 질타하는 비판이 높아진다. 그러나 국정원만 북한 정보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막강한 대북 인공위성망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도, 이에 버금가는 인공위성과 조총련 여건을 활용하고 있는 일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접근이 되지 않는 지역을 정보 용어로 '거부된 지역' (Denied Area)이라고 부른다. 북한은 세계 첩보 사상 가장 지독한 '거부된 지역'이다. 물리적 접근도 어렵지만 심리적 장벽도 높다. 북한 사람은 만나기도 어렵지만 이들의 협조를 확보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미국은 9·11 사태 이후 오사마 빈 라덴을 잡으려고 전 국가 역량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아직도 그는 오리무중이다. 북한 지도부의 동정을 파악하는 것은 이보다 훨씬 더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어려운 대북 정보 능력을 개선해나갈 수 있는 것인가? 특별한 왕도는 없다. 오직 정보 운영의 '베이직'(basic)에 보다 충실하는 방법뿐이다. 우선 대북 정보 업무를 국정원 중심 업무로 복원시키고 전문 인력 육성과 확충을 충실히 해야 한다. 국정원법을 우리 안보 현실에 대입해 보면 국정원이 할 일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활동이다. 그러나 그간 북한 업무의 중요성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대통령이 경제를 말하고 자원의 중요성을 말하면 어느새 국정원은 이를 위한 정보 업무에 활동 초점을 맞추었다. 그렇게 국정원 업무의 정체성은 시류에 따라 흔들리고 헷갈려 왔다. 이래서는 안 된다. 국정원의 존재 이유가 북한 때문이라는 인식 하에서 대북정보 활동의 의지를 다시 세우고 이를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해서 '베스트 팀'으로 대북 정보 업무에 임하도록 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현 국정원의 인사 시스템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핵심 간부인 국장급은 불과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계급정년을 단축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다른 정부 부처와 똑같이 기수별로 일괄 사직하는 관료주의적 인사 조치가 횡행하고, 전문가를 아끼고 이를 오래 활용하는 정보기관의 특성이 사라져 버렸다.

정보 업무는 각박한 정보 현실과의 투쟁이지 007식으로 하루 아침에 뚝딱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정보는 긴 세월 정보 자산을 공들여 가꾸는 정보 '프로세스'의 결과로 얻어진다. 정치권도 이 '프로세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정원이 시스템을 재정비하도록 성원해 주어야 한다. 정치논리로 국정원을 몰아세우는 관행도 자제되어야 한다. 그간 국정원의 정치 간여가 늘 문제시되었지만 이제는 국정원을 정치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정치권의 풍토도 바뀌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그 후보들에 대한 CIA의 정세 브리핑이 비공개리에 시작된다. 트루먼 대통령이 만든 오랜 관행이다. 당시 브리핑 받기를 주저하던 야당(공화당) 후보 아이젠하워에게 트루먼은 이런 요지로 설득했다. '미국 안위 문제에 정당정치적 시각은 유감이다.' 아이젠하워는 결국 브리핑을 받아들였고, 그래서 그게 전통이 됐다. 이처럼 국정원도, 북한 문제도 이제는 정치의 영역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최근 북한 내부 정세가 심상치 않다. 돌출 사태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 북한 정보 수집 시스템의 재정비는 그래서 늦출 수 없는 국가 안보의 사활이 걸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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