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 헤드'와 '조 식스팩'

한국의 보수지식인들은 '아스팔트 우파'를 소중히 여겨야
한국의 ‘에그 헤드’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자기들보다 못 배운 자들, 세련되지 못한 자들, 못 가진 자들, 하지만 가슴 깊이 뜨거운 충정을 간직한 ‘조 식스팩’들 - 흔히 ‘아스팔트 우파’라고도 하고 ‘수구꼴통’이라고도 하는-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고. 그들의 소중함을 기억하라고.... 결국 좌파들과의 싸움에서 물러섬 없이 싸울 사람들, 거리에서 피흘려 싸울 사람들은 바로 그들이기에....
 

 

 

 

‘에그 헤드’와 ‘조 식스팩’


어제 아침 조선일보에 재미있는 기사가 났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보수진영이  '에그헤드(egghead)'라고 불리는 ‘배운 자’와  '조 식스팩(Joe Six-Pack·백인 노동자, 서민층)'으로 불리는 ‘못 배운 자’로 분열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에그 헤드(egghead)’는 대머리에 안경을 쓴 지식인의 전형적인 모습이 달걀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조 식스팩(Joe Six-Pack)’은 6개 묶음 캔맥주를 사 들고 퇴근하는 평범한 미국 남자, 혹은 노동자를 의미한다고 한다.


양자의 갈등은 일부 보수 지식인들이 올 대선을 앞두고 매케인-페일린 후보에게 실망해 민주당 후보인 바락 오바마를 지지하면서 시작됐다. 이 대열에는 대표적인 네오콘 지식인이자 <내셔널 리뷰>의 창간자인 윌리엄 버클리의 아들인 칼럼니스트 크리스토퍼 버클리, < 내셔널 리뷰>의 캐슬린 파커, 퓰리처 수상자인 조지 윌,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연설문 담당자였던 데이비드 프럼, 뉴욕타임스(NYT)의 데이비드 브룩스 등이 합류했다. 특히 과거 보수주의의 지적 토대를 마련하는데 선봉에 섰던 <내셔널 리뷰> 계통의 인사들이 이 대열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충격이다.


이들 ‘에그 헤드’들이 현재의 공화당을 비난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공화당이 조 식스팩의 '표심(票心)'을 잡기 위해 포퓰리즘적 정책을 펴면서 낙태나 이민 등 미국 사회의 핵심 쟁점들에 대해서는 극도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시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였던 데이비드 프럼은 '조 식스팩들은 이미 공화당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버리고 '문화 전쟁'만 벌인다'면서 ‘조 식스팩’에 대한 노골적으로 비판한다.


에그 헤드들은 학벌도, 경력도 시원치 않은데다 지적(知的)으로도 부족함을 드러낸 부통령 후보 페일린을 '공화당의 치명적인 암'이라고 비난하면서, 하버드 로스쿨을 나온 민주당의 바락 오바마가 비록 좌파이긴 해도 '철학도 없는' 페일린보다는 낫다고 주장한다. 보수적 칼럼니스트 찰스 크라우새머가 '오바마도 페일린처럼 경험은 없지만, 지적이라 믿음이 간다'고 한 것은 그 예이다.


난 여기서 ‘에그 헤드’들의 속내를 발견하게 된다. 대통령 후보인 매케인을 비롯한 현재의 공화당이 포퓰리즘을 추구한다느니, 선거 캠페인이 지저분하다느니, 페일린이 자질이 부족하다느니 하는 것은 결국 핑계 아닐까? 그들의 내심은, 못 배운 보수주의자, 서민층 보수주의자들보다는 같은 아이비리그 출신의 좌파 엘리트에게 동질감을 더 느낀다는 것 아닐까?


미(美)공화당 내 조 식스팩들도 비슷한 생각인 것 같다. 그들은 에그헤드들에 대해 ‘잘난 척이나 하고 충성심은 없는 집단’이라고 비판한다고 한다. '에그헤드들은 단지 페일린이 세련된 주제로 대화를 못한다고, 자기들처럼 약삭빠른 오바마에게로 갔다'는 <내셔널 리뷰> 논객 빅터 핸슨의 말은 그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한국의 ‘에그 헤드’들


아침에 이 기사를 읽으며 나는 “그런 ‘에그 헤드’들이 어디 미국에만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가령 과거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 그들에게 맞섰던 지식인들의 의식 속에는 ‘어디 군바리가 감히...’하는 생각은 없었을까?


그리고 작년 대선 당시 평소 보수임을 자처하던 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이명박 후보를 거부했을 때, 그들의 마음 한 구석에 ‘노가다 출신이 어디 대통령을 하겠다고....’하는 생각은 없었을까?

그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전통적인 사농공상(士農工商) 의식이 조금이라도 작용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내로라하는 보수 지식인들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축복보다는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을 때, 촛불사태의 와중에서 “촛불이 일리 있다”는 식의 멘트를 날릴 때, ‘그러면 그렇지. 노가다 출신이 그럴 줄 알았다’는 사고가 작용한 것은 아니었을까?


‘세련된 주제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알래스카 촌동네 출신 페일린을 거부하는 미국 공화당 ‘에그 헤드’들의 의식과 교양서적 하나 제대로 읽은 것 같지 않고 연설도 못하는 이명박을 거부하는 한국 보수지식인들의 의식은 기실 거기서 거기 아닐까?


“아스팔트 우파를 경멸한다”고 말했다는 이명박 정부의 일부 실세들, “우리는 조갑제나 서정갑 같은 극우와는 달라야 한다”고 공언하는 몇몇 보수 지식인들,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나  봉태홍 라이트코리아 대표, 박찬성 반핵반김국민협의회 운영위원장, 자유개척청년단 같은 ‘아스팔트 우파’들을 내려다보는 일부 보수 인사들, “지금의 보수로는 안 된다”고 충고하면서 좌파 매체에 얼굴을 내미는 일부 보수 지식인들은 알고 보면 ‘조 식스팩’보다는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오바마에게 더 동질감을 느끼는 ‘에그 헤드’와 같은 부류의 지식인들 아닐까?


한국의 보수가 자기 혁신을 이루고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네오콘들이 그랬던 것처럼 ‘보수주의 지식인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지식인 운동도 좋고, 지적 기반을 다지는 것도 좋지만, 거리의 투사들, 키보드 워리어들 같은 대중들이 함께 싸워야 한다.

촛불사태의 와중에서 나는 그 사실을 절감했다. 왕년의 내로라하는 보수지식인들이 딴 소리를 할 때,  광우병 선동을 하는 좌파들의 허위의식을 일관되게 고발한 사람은 부산수산대학을 중퇴한 ‘극우’소리 듣는 조갑제 대표였다. 거리에서 촛불폭도들에게 멱살 잡히고 매맞아가며 싸운 것은 박찬성, 봉태홍 같은 ‘꼴통’ 아스팔트 우파들이었다. 그때 서울대 나오고 미국 유학 갔다온 박사님, 교수님들은 다 어디 있었나?


한국의 ‘에그 헤드’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자기들보다 못 배운 자들, 세련되지 못한 자들, 못 가진 자들, 하지만 가슴 깊이 뜨거운 충정을 간직한 ‘조 식스팩’들 - 흔히 ‘아스팔트 우파’라고도 하고 ‘수구꼴통’이라고도 하는-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고. 그들의 소중함을 기억하라고.... 결국 좌파들과의 싸움에서 물러섬 없이 싸울 사람들, 거리에서 피흘려 싸울 사람들은 바로 그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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