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이사장은 “대한민국에는 놀라운 두 가지 현상이 있다. 이념적 분단국가에 살면서 이념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민주국가 체제에 살면서 헌법을 멀리하려고 생각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념적 가치체계가 법률적 형식을 빌려 만든 문서가 바로 헌법이라고 생각한다. 헌법 없이 민주체제의 존립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헌법을 主權者인 ‘나’의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1948년 制憲(제헌)이래 아홉 번의 改憲 동안 국민은 늘 방관자로 있었다. 1987년 개정된 헌법은 아주 나쁜 헌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좋은 헌법이라고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제도는 나쁜 인간도 좋게 만들고, 나쁜 제도는 좋은 인간도 나쁘게 만든다. ‘히틀러가 미국에 살았다면 카터 같은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는 말이 있다. 현 정부가 학원비 대책을 아무리 세워도 입시제도의 변경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제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약해 이런 禍(화)가 되풀이 되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나쁜 제도인 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고쳐야 하고 그런 맥락에서 우리 헌법도 반드시 다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許이사장은 “현재 ‘운영의 묘를 살리자, 영토조항으로 인해 손을 대기 두렵다(우파), 권력구조만 손을 보자(정치권), 전면적인 검토를 하자’ 등의 형태로 改憲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나는 전면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盧武鉉 前 대통령의 개헌제의로 각 정당이 18대 국회 회기 중 개헌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180여명의 국회의원이 소속된 국회의 미래한국헌법연구회, 대화문화아카데미, 헌법포럼 등 여러 단체에서 개헌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여론도 절대 다수가 개헌에 찬성하고 있고 내각제에 대한 선호도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시점에 와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는 헌법을 새로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 ▶견제와 균형의 원칙 위배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위반하는 원칙 다수 ▶지역․이념 갈등 극복 ▶통일 이후의 대비 등을 들었다.
“한국의 대통령제는 三權(삼권)분립 원칙으로 만든 미국의 대통령제를 援用(원용)한 것이지만 미국의 대통령제와는 달리 한국의 헌법은 행정부 우위로 되어있다. 입법권 행사를 살펴보면 미국 대통령은 입법을 권고만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당이 다수당일 경우, 대통령이 결심하면 어떤 법도 입법 가능하게 되어 있다. 입법은 입법부의 고유 권한이다. 13대~16대 국회 통과법 1207건 중 정부立法이 84%, 의원立法은 22%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는, 권력이 제도적으로 어떤 법도 만들 수 있는 국가에 살고 있다는 것은 민주국가에 살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세금의 효율적 집행을 감독하는 회계 감사권에 대해서도 “사실상 대통령의 통제 하에 있는 감사원이 회계 감사를 하고 있다”며 국회에 회계 감사권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5억 달러를 金正日에게 가져다 줘도 알 길이 없고, 안기부에서 돈 1000억을 가져다 써도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이것은 자본주의 체제가 아닙니다. 군인이 물리력을 동원해 정권을 잡는 것은 下之下의 쿠데타입니다. 정말 무서운 쿠데타는 국민들이 모르는 사이에 돈을 멋대로 쓰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5·16 군사혁명이나 5共세력이 권력을 잡은 것보다는 DJ나 YS가 국가의 돈을 마음대로 썼다, 헌법에 위배되는 소급법을 마음대로 정했다, 이런 사고와 행동이 훨씬 더 심각한 革命(혁명)인 것입니다.”
그는 통일을 생각할 때도 개헌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東西남북의 지역갈등은 엄연히 존재하며 영원히 존재할 것이고 심화될 것이다. 이것을 해결한 방법은 내각제밖에 없다. ‘당신도, 나도 기회가 있다’ 이렇게 되었을 때만 지역갈등이 해결되지 다른 것은 다 주면서 권력은 가져갈 수 없다고 하면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통일 후에도 이북사람은 이북출신에게, 남한 사람은 남한 출신에게 투표하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동서 지역갈등, 통일 후 南北 갈등을 생각한다면 현재의 대통령제는 문제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許이사장은 “한국인은 ‘대통령은 강한 제도, 내각제는 약한 제도’라는 미신적 오해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내각제가 과연 약할까요? 영국의 총리는 미국의 대통령보다 막강합니다. 영국 총리보다는 약할지 모르지만 독일의 총리도 미국 대통령보다 강력합니다. 내각제 하에서도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대통령제는 임기가 보장되어 그 기간 동안 안정되고 효율적으로 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우리의 경우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하는 모순을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그 모순을 해결하려면 다른 방법을 시도해야 합니다.”
그는 “내각제는 의회-정당 중심으로 집단적 책임을 지는 정치체제이다. 한 사람이 책임을 지는 대통령제보다는 더 책임 있는 정치를 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법구조, 정당정치, 정부 구조, 선거제도, 교육제도 등 바꿔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이 하나하나는 정권의 進退(진퇴)를 걸고 해야 할 일이지 여야 간의 타협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각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許이사장은 “헌법은 철학이고 이념이며 사상이기 때문에 개헌의 주체가 국회가 되어서는 안 되고, 법률가에게 맡겨서도 안 된다. 그런 관점에서 평등주의자, 민족주의자, 국가주의자들은 개헌 작업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 지난 60년 憲政史(헌정사)에 대해 깊은 교훈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 민주 공화국 체제에 대해 해박한 이론과 지식을 지니며 德性(덕성)을 갖춘 인사들을 주축으로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 국회가 개헌을 위한 기본법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간, 주체, 업무, 예산, 작업 완료 후 어떤 절차로 국민의 동의를 받을 것인가 하는 점이 명시된 기본법만 국회가 만들어 주면 된다. 기본법이 있어야 정통성이 있게 되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대통령이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자유주의 헌법’과 ‘평등주의 헌법’ 두 개의 안을 만들어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제안했다. “국민투표에 따른 위험도 분명 있다. 국민의 다수가 평등주의 헌법을 원한다면 내일 망하더라도 그 결과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대다수가 자유 민주주의 신봉자이기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자유주의 헌법이 이긴다면 그때는 자신 있게 밀고 나가 정부개혁, 정치개혁을 할 수 있다. 그래야 이념 극복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