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감위’를 해체하라고?

‘사감위’가 뭔지 모르니 사람들이 무엇을 규탄하기 위해 거리에 나앉아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출처: 스포츠칸)
10월3일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의 한 빌딩 앞에서 집회가 열렸다. 점심시간에 스쳐지나가며 보니, 빌딩 앞 도로는 경찰버스가 가로막고 있었고 빌딩 로비를 비롯한 빌딩 여기저기에는 전경들이 줄을 맞춰 앉아 있었다. 빌딩 정문 앞터에서 열린 집회로 인해 정문을 사용할 수 없게 된 빌딩 입주자들은 굳이 후문으로 돌아나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집회 시작 전 여기저기 모여앉아 집회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손에는 여러 개의 피켓이 들려있었다.

“밀실행정 일방행정 사감위는 해체하라!”
“불법도박 부추기는 사감위는 해체하라!”
“자정능력 상실한 사감위는 해체하라!”
“말(馬)산업 다 죽이는 사감위는 각성하라!”

피켓에 써있는 ‘사감위’가 뭘까 궁금해졌다. 사(私)교육과 관련된 일인지, 기숙사 사감(舍監)을 말하는 건지… ‘사감위’가 뭔지 모르니 사람들이 무엇을 규탄하기 위해 거리에 나앉아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직접 참여하는 사람들이 아닌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듯했다. ‘불법도박’과 ‘말(馬)산업’이라는 단어만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았다.

결국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 후에야 의문이 풀렸다. 사감위는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등 사행사업을 통합적으로 관리·감독하는 국무총리실 소속 ‘사행(射倖)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줄임말이었고, 집회를 연 이들은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 발표에 반발하는 농축산단체 및 말(馬) 산업 관련단체, 노동단체들이었다. 덧붙여 궁금해진 김에 찾아 본 '사행(射倖)'의 뜻은 쏠 사(射)에 요행 행(倖), 즉 우연한 이익(利益)을 얻고자 요행(僥倖)이나 횡재(橫財)를 바란다는 뜻이었다.

이날 집회는 물론 ‘사감위’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겠지만, ‘사감위’라는 정체불명의 단어 때문에 시민들에게 사안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는 잃게 됐다. 한국어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인 한자(漢字)의 중요성이 다시한번 확인되는 사건(?)이었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