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의 對한반도 안보정책 구상

연합사 해체냐 아니냐에따라 국가운명 좌우..선택은 정부와 국민에 달려있다.
미국은 2001년 본토에서 발생한 초유의 9·11테러사건을 겪으면서 국가안보전략의 중심을 대테러전쟁과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에 두기 시작했다.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2001년 에 시작된 대테러 국제전쟁은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많은 동맹국이 전투부대를 파병하여 미국과 같이 싸우고 있다. 미국은 WMD확산방지를 위해 PSI를 국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탄도탄 공격으로부터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해 미·일이 공동으로 미사일방어망(MD)을 개발했고 미 본토·알라스카·일본에 설치했다. 유럽에도 곧 설치할 예정이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북한의 핵무기, 이란의 핵 프로그램, 북한의 탄도탄 및 제조기술의 세계 확산이다. 북한 핵문제는 1993년에 시작되었으나 지금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하지 못하고 북한의 벼랑끝전술(Brinkmanship)에 농락만 당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제2차 핵실험 위협에 굴복하여 2008년 10월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다. 북한은 시리아에 핵 프로그램을 수출했다는 의욕도 받고 있다. 북한과 이란과의 핵·미사일 협력관계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만약 미국이 북한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이란문제도 쉽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북한의 탄도탄 미사일에 대한 문제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북한은 이란·파키스탄·시리아·리비아·예멘·이집트 등 10여개 국가에 미사일을 수출하고 있다. 즉 WMD를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주범이 바로 북한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역대정부는 오랜 기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제44대 미국대통령으로 당선된(2008.11.4)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민주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대통령이 되면“북한과 직접 대화하겠다, 북한 김정일을 만날 것”이라고 말해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국정원 산하)의 조성렬 신안보연구실장은 2008년 10월18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프랭크 자누지(Frank Jannuzi) 오바마 진영 한반도 정책팀장의 말을 빌려 2012년 상반기를 목표 년도로 해서 오바마가‘북핵폐기·미북수교·종전선언·한반도 평화체제’를 달성한다는‘오바마 대북 로드맵’을 공개했다.

오바마는 2009년‘외교대표부’ 설치 및 6자간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2010년 ‘북미정상회담’과 ‘3자(미·북·중) 혹은 4자(남·북·미·중)간 종전회담’ 진행→ 2012년 ‘미북수교’와 ‘종전선언’ 완료라는 대북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2009년에 북한과 미국은 워싱턴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보다 높은 단계의 외교공관, 이른바 ‘외교대표부’를 설치, 북핵문제에 대한 협상을 전개하고 년 내 미 국무장관이 방북, 오바마의 방북과 미북 정상회담을 준비하게 될 전망이다. 이듬해인 ‘2010년, 북한의 초청’ 형식으로 오바마가 방북, 김정일과 ‘미북 정상회담’을 갖고, ‘미북수교’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한다. (2008년 11월2일자 폴리뉴스 인용).

이와 동시에 6자 외무장관회담에서 2009년 봄부터‘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 2010년에는 정전협정 당사자들인 미·북·중간에‘미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다양한 쌍무회담과 다자회담을 갖고 정전상태를 끝낼‘종전선언’ 문제를 협의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의 종착점은 2012년 상반기가 되며, 이때까지 오바마 행정부는‘미북수교’와‘종전선언', 그리고‘한반도 평화체제’수립을 완료, 재선을 위한 외교적 업적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확인이라도 하듯 자누지 한반도 정책팀장은 2008년 11월7일에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뉴욕을 방문중인 6자회담 북한 측 차석대표인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을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가 주최한 한반도 전문가회의에서 비공개로 만났다. 여기서 리근 국장은 오바마 정부와 대화할 용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지금까지 여러 정책을 추구하는 미국 행정부를 상대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그 어떤 행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하더라도 그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면서 오바마 정부와의 대화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에 대화를 서두르는 이유가 있다. 클린턴 행정부(민주당)의 마지막 해인 2000년 말에 조성된 북미관계 급진전 무드가 공화당 부시정부 출범이후 물거품이 된 경험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의 4년 임기 내에 이를 마무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자누지 팀장 역시 북한과의 협상에 적극적인 인사인 만큼 두 사람의 만남은 탐색을 넘어 공감대를 확인한 자리가 됐을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미국도 북한 김정일의 건강악화를 감안하여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 이를 완료하고자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북한은 미국에게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비핵지대화와 안전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평화협정의 체결은 2006년 11월 하노이 APEC한미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대통령의 의견에 이미 동의했고 2007남북정상선언(2007.10.4)에도 이를 명기한 것으로 미국에서 당장 추진해도 문제가 없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유엔군사령부가 해체되고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 한반도 비핵지대화와 안전보장이란 미군의 한반도 주둔과 한반도주변으로의 접근금지를 통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핵무기 포함)을 완전히 제거하자는 것이다. 이것을 미국이 수용하면 북한은 WMD와 생산시설(과학자 포함)을 모두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이 이것에 합의하면 한국은 어떻게 되는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약화로 인해 한국의 전쟁억제력은 크게 약화된다. 북한의 잦은 무력도발로 사회혼란이 야기되고 결국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역사적 사례로, 파리 평화협정 체결에 따라 미군이 철수한 월남은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월맹의 무력남침으로 공산화되었다. 미국국민은 오랜 기간 월남을 위해 피 흘려 싸웠으나 월남이 미국-월남 연합작전을 거부하고 반미감정을 표출하자 더 이상 지원하지 않게 된 것이다. 월남 공산화를 묵인한 미국은 20년 후에 월남과 정식 수교했다.

그러면 이런 끔찍한 미래를 알면서도 미국은 한국을 버리는 정책을 채택할 것인가? 가능성이 없지 않다. 미국은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로서 자국의 국가이익에 따라 독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나라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있고 오바마 당선인이 한국을 남달리 아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동안 한국이 한미동맹 아래서 민주주의가 발전했고 시장경제에 성공한 모범국가가 된 것을 미국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은 국가이익을 우선시 한다. 또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로 의회의 결정과 국민의 의사를 더 존중하는 나라다. 오바마 행정부는 의회까지 장악한 강력한 행정부다. 오랜 만에 정권을 되찾은 민주당은 2012년 11월 대선에서 승리를 위해 큰 외교적 업적도 필요하다. 그리고 북한의 WMD능력은 이미 수준 이상으로 미국과 동맹국이 군사력을 동원해서 해결할 수도 없다. 이제 미국에게 한국의 생존이 중요한가, 아니면 세계적인 과제인 WMD 해결이 우선인가에 한국의 미래가 달린 것이다. 혹자는 “주한미군 철수하라”고 외쳐도 미군이 절대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렇지 않다.

미국에게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많이 떨어졌다. 휴전선에서 공산주의의 팽창을 막아왔던 냉전은 구소련의 붕괴로 20년 전에 끝났다. 한국국민의 반미감정은 이미 위험수준을 넘은지 오래다. 연합사가 해체되면 한국-미국 연합작전이 사실상 어렵게 된다. 과거 월남 평화협정 체결당시와 흡사하다. 북한은 WMD로 무장한 군사강국으로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세계의 안보문제를 논의하는 중요한 상대자가 되었다.

더구나 한국정부의 집요한 요구로 연합사가 2012년 4월에 해체됨에 따라 미군철수의 제약도 사라진다. 연합사 해체이전에 유엔사의 기능도 한국군이 대부분 인수한다. 주한미군이 담당해 오던 전·평시 10대 임무기능도 2008년 9월에 한국군이 모두 인수했다.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언제든지 한국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주한미군이 해야 할 주요임무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앞으로 한국 내 소규모 반미시위라도 발생하면 미국국민은 주한미군의 철수를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행정부는 주한미군 전면철수를 거론하면서 감축을 계속해왔다. 경제위기에 봉착한 미국은 국방비 감소와 테러와의 전쟁 부담으로 인해 해외주둔군의 감축 압력까지 심하게 받고 있다.

그리고 또 한미동맹은 지난 10년간 많이 손상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21세기 전략적 한미동맹 등으로 복원을 시도하고 있으나 단기간에 회복되기가 어려운 상태까지 가있다. 한국은 동맹국의 신의를 저버리고 대테러전쟁에 전투부대를 파병하지 않았다. 비 전투부대만 보냈다. 자이툰 부대(공병/의료 3,800명)는 전쟁이 종료된 18개월 후 2004년 9월에 이라크에 파병했다.

이마저도 2008년 12월에 모두 철수함에 따라 이라크와 아프간에 잔류부대는 없다. 1998~2008년 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북한에 많은 현금과 물자(철근·콘크리트·식량·비료 등)를 지원했다. 그런데 북한은 우리의 호의를 무시하고 이것을 악용하여 WMD전력을 획기적으로 증강시켰다. 북한은 2006년에 핵실험을 하여 핵무기 보유국이 되었고 신형미사일(중·장거리 탄도탄,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개발하여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결국 한국은 북한의 WMD증강과 탄도탄 확산에 기여한 국가로 오해 받고 있다. 참여정부는 ‘동북아 균형자론’을 국가안보전략으로 내세우면서 50여 년간 공고히 유지되어온 한-미-일 남방3각 관계에서 이탈했다. 오히려 한국이 북-중-러 북방3각 관계로 너무 치우친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래서 미국은 2006년 중반에 한국의 연합사 해체 제의를 전격 수용한 것이다. 미국은 한국의 이탈로 2007년에 미-일-호주 군사동맹체제를 구축했다.

그런데 더욱 이상한 것이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뜻(국민의 66% 해체반대, 700만 명이 서명)을 무시하고 ‘한미연합사의 해체작업’을 그대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연합사 해체(전시작전통제권 전환)를 한미정상회담(2008.8.6) 공동성명과 제40차 SCM합의문(2008.10.17)에 명기했다.

SCM합의문에는 유엔사임무 인수문제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런 상태로 간다면 한미동맹이 원상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국가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하나는 연합사를 해체하고 막대한 국방비가 소요되는 자주국방으로 가는 길이고, 또 하나는 연합사 해체를 연기하면서 국가생존과 경제회복을 동시에 도모하는 길이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한국정부와 한국국민에게 달려있다.(Konas)

김성만 (예, 해군중장. 전 해군작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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