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14)/밀라노에서

월간조선 유럽 역사 문화 기행단이 어느 도시에 들어갈 때마다 저는 차중에서 그 도시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 도시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전쟁, 혁명, 산업, 종교, 예술 따위를 알려주는 이유는 도시의 건물이나 예술품들을 구경을 할 때 그 낱낱의 의미를 큰 틀속에서 이해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역사라는 토양과 무대를 이해한다면 그 위에 그려진 것들을 더 잘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이탈리아의 밀라노의 중심부에는 거대한 고딕 성당이 있습니다. 세계 4대 성당중 하나라고 불리고 고딕 성당 가운데는 가장 크다고 합니다. 고딕이라고 하면 첨탑이 생각납니다. 이 성당은 그 첨탑이 135개나 됩니다. 첨탑의 숲이라고나 할까요. 거기에 붙어 있는 聖像은 3천개를 넘습니다. 성당은 하느님이 인간의 손을 빌어 만든 것이란 표현이 들어맞는 건물입니다.

1386년에 건축이 시작되었고 정면(facade)이 완성된 것은 나폴레옹이 이탈리아를 점령한 1805-9년 사이 그의 명령에 의해서라고 합니다. 지금도 지어지고 있는 성당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600년 이상의 건축사가 축적된 건물입니다.

성당은 겉에서 보면 복잡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높고 거대한 공간입니다. 52개의 기둥이 네 개의 회랑을 구분시켜놓고 있습니다. 이 고딕성당의 높이는 최고 첨탑을 기준으로 148미터이며 건물 폭은 91미터입니다. 겉모양은 하얀 정면으로 해서 아주 화려한 느낌이 듭니다. 광장이 넓어 건물의 전체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밀라노 성당과 스칼라 오페라 극장을 연결하는 약200미터의 갤러리아는 고급품이 많은 쇼핑 센터街입니다. 19세기 말에 지은 이 회랑형 쇼핑가는 세계 건축가들이 지금도 놀라는 작품입니다. 1861년에 이탈리아 통일을 성취한 엠마뉴엘 2세를 기려 그의 이름을 딴 이 회랑은 밀라노의 두 대표적 건물(성당과 오페라좌)을 연결시킵니다.

종교와 예술을 商街가 이어준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경제적 바탕이 있어야 종교도 예술도 가능하다는 메시지로 해석되었습니다.

밀라노를 중심으로 한 북 이탈리아가 유럽에서 가장 국민소득이 높다고 합니다. 알프스 산맥의 남쪽 기슭에 있어 경치도 좋고 역사 유적도 많은 데다가 섬유업 등 산업도 발달하여 돈도 잘 도니 가장 살기 좋은 곳의 하나일 것입니다.

이탈리아의 중심은 로마가 쇠퇴하면서 밀라노, 베니스, 피렌체 등 북부로 옮겨집니다. 서기 313년은 서양사에서 아주 중요한 해인데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밀라노에서 칙령을 발표하여 기독교를 허용한 해이기 때문입니다.

382년 테오도시우스 황제는 기독교를 국교로 만들어버립니다. 이때 이미 로마 제국은 망조가 들었을 때입니다.

밀라노는 5, 6세기 게르만 민족 대이동의 파도를 맞습니다. 게르만족의 일파인 롬바르드족이 북쪽 독일 지방에서 밀려내려와 이탈리아의 3분의 2를 점령합니다.

유럽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로마세계에 끝장을 내고 암흑기를 연 게르만족의 이동을 이해하여야 합니다. 게르만족은 로마전성기때 라인강 동쪽 숲지대에 살았습니다. 이들은 잘 조직되고 전투적이라 로마군단의 침략을 라인강에서 저지하여 그 동쪽을 빼앗기지 않았습니다. 로마 시대 라인강은 문명과 야만의 경계선이었습니다. 게르만족을 로마사람들은 바바리안, 즉 야만인이라 불렀습니다.

당시 로마군단의 병정들 평균 키는 160센티인데 게르만족은 10센티가 더 컸다고 합니다. 체력에서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게르만족이 4세기부터 동쪽에서 공격을 당합니다. 훈족의 홀연한 출현입니다. 훈족은 지금 몽골 고원에 있던 흉노족이 기후변화로 살 수 없게 되자 西進하여 유럽에 나타난 무리라고 합니다. 최근 국내의 한 학자는 몽골 고원 동쪽 흥안령 산맥 부근에 있던 고구려인들이 서쪽으로 이동한 것이 훈족이 되었다는 논문을 썼습니다만,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은 아닙니다.

훈족은 기마군단이었습니다. 그들이 보병중심의 게르만족을 간단하게 무찌를 수 있었던 것은 말 발걸이를 발명하여 말을 타고도 활을 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훈족에 밀린 게르만족은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지중해 연안 등 로마세계로 밀려듭니다. 고트족, 반달족, 롬바르드족들입니다.

밀라노는 롬바르드족이 이탈리아를 점령하고 파비아를 수도로 하여 왕국을 만들었을 때 중심이 되었습니다. 8세기에 가면 게르만족의 일파인 프랑크족이 지금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북부를 통일하여 프랑크 왕국을 세웁니다. 이탈리아의 롬바르드 왕국을 멸망시킨 것은 프랑크 왕국의 페핀 대제이고 그 아들 샬레마뉴 대제는 교황으로부터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라는 호칭을 받습니다.

샬레마뉴 대제가 죽은 뒤 프랑크 왕국은 분열되고 밀라노 중심의 북부 이탈리아는 작은 도시국가로 나눠집니다. 이때부터 1860년까지 이탈리아는 약 천년간 통일국가를 이루지 못합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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