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編輯長의 편지] 宋斗律과 李鍾奭, 그리고 黃長燁(월간조선 2003년6월호)
'악마를 변호할 수 있는 논리의 개발자는 지옥으로 가서 변호사 개업을 하는 게 좋다'
趙甲濟 月刊朝鮮 편집장 (mongol@chosun.com)
月刊朝鮮은 1991년 1월호 별책부록으로 「北韓, 그 충격의 실상」이란 책을 냈다. 副題가 「살아본 사람과 가본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정부가 독점적으로 공급해 온 북한 정보에 대한 반작용으로 당시 좌파 운동권 사이에서 「북한 바로알기」란 명분 아래서 북한 미화 운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런 시대상황에서 月刊朝鮮이 독자적 시각으로 북한의 진실을 규명하려는 노력의 산물이 이 책이었다.
月刊朝鮮이 채택한 방법론은 「살아본 사람과 가본 사람들」을 취재원으로 삼아 면밀한 인터뷰와 검증을 통해서 북한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月刊朝鮮 기자들은 많은 탈북자, 특히 동구권에 유학 나가 있다가 동구권의 사회주의 붕괴 현장에서 충격을 받고 한국으로 귀순한 북한 대학생들을 많이 만났다.
이 북한 체험자들을 통해서 月刊朝鮮이 재구성한 북한의 실상은 당시로선 충격적이었다. 목탄차가 아직 달리고 공개처형이 이뤄지고 있으며 굶주림이 전반적 현상이란 사실에 우리는 놀랐다. 언론을 감시해 온 안기부가 전하는 북한의 실상을 별로 믿지 않고 있던 月刊朝鮮 기자들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확인한 북한의 참상은 더욱 절실한 사태였다. 이 취재를 통해서 月刊朝鮮은 북한에 대한 인식을 「우리의 눈」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뒤 月刊朝鮮이 보여 온 탈북자, 납부어부, 강제수용소 등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金正日 정권에 대한 분노는 이때의 취재가 계기였다.
돌이켜보면 북한을 문서가 아닌 인간의 체험을 통해서 파악하려고 했던 月刊朝鮮의 사실적 접근법이 그 뒤 우리가 북한을 정확하게 볼 수 있도록 했음을 알게 된다.
對北·안보관련 정보를 모아 대통령부에 전달하는 권한도 갖고 있어 盧武鉉 정부의 對北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의 박사학위 논문 「조선로동당의 指導思想과 構造變化에 關한 硏究」(1993년 4월호 성균관 대학교 대학원. 지도교수 張乙炳)는 그가 북한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데 참고가 된다. 여기서 그는 이 논문을 쓰기 위해서 활용한 연구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송두율 교수가 소개한 내재적 접근은 서구에서 개발된 대부분의 사회주의 연구방법론이 사회주의를 「밖」으로부터, 즉 시민적 민주주의나 자본주의의 척도로 분석해 내려는 데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중략) 즉, 안으로부터 분석 비판하여 사회주의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와는 다른 이념과 정책의 바탕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 사회주의가 이룩한 「성과」를 이 사회가 이미 설정한 이념에 비추어 검토 비판하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북한의 사정을 북한의 논리와 이념에 비추어 검토 비판한다는 것은 북한 정권이 만든 정보와 가치기준으로 검토하고 비판하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 로동신문이나 金日成·金正日의 글과 말을 통해서 북한을 연구하다가 미화된 가공의 북한을 머리 속에 하나의 관념으로 저장해 버리는 결과에 이를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논문의 결론 부분에서 李씨는 주체사상을 실패한 이론이라 비판하고 있다.
<원래 「인민대중의 자주성 실현」의 사상으로 제시되었던 주체사상이 혁명적 수령관의 영향을 받아 「수령의 지도를 혁명과 건설을 성공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담보」로 주장함으로써 스스로가 역사발전의 주체로 천명한 「인민대중」을 역사의 피동체로 전락시킬 논리적 모순을 내재적으로 담지하게 되었다>
이 분석은 정확하다. 주체사상의 창시자로 알려진 黃長燁씨가 말한 대로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주체성을 중심에 놓은 黃씨의 이론은 모든 인민의 정치적 사령탑은 黨이고 黨의 뇌수는 수령이란 혁명적 수령관에 의해 소매치기 당함으로써 無오류의 수령이 전체 인민의 판단을 대신해야 한다는 가장 非주체적인 통치이론으로 악용당했다는 것이 黃씨의 설명이다.
李鍾奭씨의 주체사상 비판은 계속된다.
<유일지도체계는 역사의 현실에서 개인 숭배와 동원 사회체계, 일인절대 권력 등에 기반하면서 黨과 사회의 민주적 역동성을 거세시키고 구조적으로 개인의 창의력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해 왔다. 뿐만 아니라 이 체계는 사회주의 사회에서 최고지도력의 집체적 담당 주체인 黨을 수령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켜 왔다. 아마 북한 주민들이 민주적 삶의 구현을 가로막고 북한 사회의 지속적인 생산력 발전을 지체시키는 현재의 근본적인 걸림돌은 사회주의 자체나 현상적으로 나타난 경제적 침체현상이라기보다는 유일지도체계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위의 분석 또한 맞는 이야기이다. 1974년 2월 북한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채택한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은 金日成의 「수령의 권위를 절대화」, 「수령의 교시를 신조화」, 「교시 집행은 무조건성의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못 박음으로써 金日成·金正日 수령을 無오류의 神으로 만들어 버렸고 자체 수정의 논리를 원천적으로 제거하였던 것이다.
李鍾奭씨가 이런 결론에 도달한 것은 상식적으로 정상이지만, 그가 宋斗律씨의 내재적 접근법을 참고로 하여 연구를 한 결과로써도 그런 정상적 판단에 도달하였다는 것은 흥미롭다. 黃長燁씨와 국정원은 宋斗律씨를 학자로 보지 않고 「김철수」란 가명을 가진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 신분의 거물 공작원으로 단정하고 있다.
따라서 宋斗律씨의 내재적 접근법이란 것도 단순히 학문의 방법론이 아니라 1980년대 말 소련 붕괴 이후 한국 사회에서 확산된 북한체제의 실패와 金日成·金正日 수령지배체제에 대한 비판을 무디게 하려고 만든 공작적 차원의 전술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논문 결론의 결론부에서 李鍾奭씨는 이런 전망을 내놓았다.
<현재 북한 사회에서 지도자(수령), 정권(regime), 당, 국가(state)는 외부 관찰자의 가치판단과는 상관없이 불가분의 유기적 통일체로 인식되고 있다. 사회 구성권들에게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운명공동체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상태에서 수령, 즉 정권의 붕괴는 국가의 붕괴이자 전체 사회의 와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바꿔 말하면 金正日 체제의 붕괴는 곧 전체 사회의 붕괴로 직결되리라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북한 사회의 존립과 발전을 전제로 한 유일지도체제의 해체는 역설적이지만 이 체계를 자신의 권력기초로 삼고 있는 金正日이 스스로 이 체계의 해체에 나서는 길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략) 이 밖의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李鍾奭씨는 북한 사회의 발전을 위해선 유일체제가 해체되어야 하고, 그 해체는 金正日의 손에 의해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李씨는 金正日의 붕괴는 국가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金正日 정권이 무너져도 代替 정권이 들어설 것이며 개혁·개방은 이 새 정권에 의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과 배치된다. 李씨는 수령, 대중, 정권, 당, 국가가 운명공동체란 인식하에서 그런 결론을 도출한 것 같다.
이것도 생동하는 북한 사회에 대해서 북한 측 원전을 통해서 접근할 때 범할 수 있는 실수로 보인다. 金正日과 대중은 결코 공동운명체가 아니다. 「유일사상확립을 위한 10대 원칙」을 읽으면 공동운명체 같아 보이지만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번 호 月刊朝鮮에 실린 납북어부 金柄淘씨의 증언이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다.
金正日이 염소 농장을 현지지도차 시찰하는 동안에 일반 농장원들은 경호원들에 의해 창고에 갇힌다고 한다. 대중을 잠재적 敵으로 보는 수령, 수백만 명을 굶겨 죽이면서도 곰 발바닥 요리와 매일 空輸해 오는 파리의 아이스크림을 먹는 수령이 대중과 공동운명체일 순 없다. 문서상으로는 공동운명체이지만 실제의 북한에선 적대적 운명체인 것이다. 金正日이 죽어야 인민들이 사는 관계인 것이다. 그렇다면 金正日이 붕괴되어도 북한 군대와 당 조직과 북한동포들은 재빨리 代替 질서를 만들어 낼 것이다.
다만, 金正日 정권 붕괴시, 서독이 베를린 장벽 붕괴 직후 동독에 대해서 했던 대로, 한국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흡수통일 정책을 펴고 나올 때는, 북한체제는 짧은 과도기를 거친 뒤 남한에 흡수되어 소멸될 가능성이 있다. 李鍾奭씨가 말하는 그런 자동적 붕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金大中·盧武鉉 정부의 對北정책팀 사람들 중에는 李鍾奭씨처럼 金正日의 자체 개혁 가능성을 믿고, 金正日 붕괴가 북한체제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은 북한체제 붕괴를 환영하는 것이 아니라 남한의 재앙이 된다고 공포감을 조성한 뒤, 그런 재앙을 피하기 위해선 對北 퍼주기를 계속해야 하며, 국가적인 굴욕을 감수하고서라도 서해 도발을 따지지 말아야 하며, 심지어 북한체제의 붕괴를 막기 위해선 차라리 핵무장을 허용하는 것이 낫다는 논리를 편다.
宋斗律식 내재적 접근법으로 李承晩·朴正熙 정권을 평가한다면, 즉 당시 처한 한국 사회가 「이미 설정한 이념 속에서」 두 지도자의 업적을 「검토 비판한다」면 칭찬밖에 나올 것이 없게 된다. 인명 600만 명을 전쟁과 개혁 거부로써 희생시킨 두 악마적 지도자를 용서할 수 있는 논리를 구사하는 이들은 건국의 아버지와 근대화의 旗手를 비판할 수가 없게 된다. 실제는 어떤가.
남북한의 상황을 현실에 발을 붙이고 연구하여 인식하는 것은 좋지만 비판은 보편적이고 과학적 기준으로 해야 한다. 그 기준이 남북한에 대하여 달라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宋斗律의 제자들인데, 그들은 악마에게도 무죄를 받아 낼 수 있는 변호사가 되어 지옥에 가보는 게 좋을 것이다.
1990년 9월13일과 14일 연세대학교에서 학술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사회주의 개혁과 한반도」 심포지엄에서 李鍾奭씨(당시 한국정치연구회)는 기조발제를 했다. 이 논문을 읽어 보면 1993년의 박사 논문과 상당히 다른 시각이 보인다. 그가 발표한 「사회주의 개혁과 한반도」란 논문의 연구자는 李씨 이외에도 박종경, 서인석, 조현연씨로 되어 있다.
당시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소련의 개혁·개방을 이끌고 있었으며 동구권 공산주의는 붕괴되었고 독일이 통일되고 있을 때였다. 이 논문을 읽으면 李鍾奭씨가 이런 사회주의권의 붕괴가 한국에 의한 북한 흡수통일로 진전되어선 안 된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과연 사회주의권 개혁은 남북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인가. (중략) 여기서 남북관계 진전의 기준은 한반도 평화와 공존적 통일로의 진전을 의미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흡수통합으로 가는 추세도 진전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복잡한 문제가 제기된다. 흡수통합화는 부정적 변수이지만 그것이 평화화의 과정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 기도가 가시화되기 전에 이를 준별(峻別·엄중한 구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李鍾奭씨는 이 논문에서 사회주의권 개혁을 대한민국 정부가 활용하여 흡수통일로 몰고가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어떻게 하면 「민족운동」 세력이 이 흐름을 「국내 냉전구조 와해」, 「민주적 제권리 쟁취」, 「군비축소 운동」으로 연결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전형적인 좌파 변혁 세력의 입장을 보여 주고 있다.
그는 남북관계의 진전을 분별하는 기준은 「평화와 공존적 통일로의 진전」이라고 말한다. 남북관계의 공존은 평화적이라고 해도 통일은 아니다. 남북한 체제가 이념(체제)의 단일화를 이루는 것이 진정한 통일이다. 「공존적 통일」이란 말은 도대체 무엇인가. 공존이면 공존이고 통일이면 통일이지 「공존적 통일」이라니?
李씨가 말한 「공존적 통일」은 金日成이 말한 연방제 통일일 가능성이 높다. 연방제 통일안은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를 그대로 두고 그 위에 고려민주연방공화국을 덮어씌워 이를 통일이라 부르자는 것이다. 민족이 달라도 미국처럼 연방국가가 성립되지만 이념, 즉 체제와 가치관이 다르면 연방국가가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이런 상식을 무시한 연방제란 곧 對南 적화통일 전략인 것이다.
연방제로 두 체제가 평화공존한다고 해놓고는 남한에서 金正日 세력이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 남한의 親北세력을 강화하여 親北정권을 세운다. 金正日 정권은 이 親北정권을 흡수하여 적화통일을 완수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누가 親北이냐 아니냐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金日成의 연방제 통일방안에 찬성하는가, 대한민국의 평화적 흡수통일 방안에 찬성하는가이다.
李鍾奭씨는 「공존적 통일」이란 어려운 말을 쓰고 있으나 이것은 연방제식의 「상이한 이념의 공존적 통일」을 뜻한다고 보인다. 그는 이런 식으로 가는 방향을 진전이라고 이야기하고 「흡수통합화는 부정적 변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흡수통합」이란 대한민국 헌법이 정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북한체제 흡수통일이다. 즉, 그는 대한민국의 헌법이 모든 국민에게 강요하는 통일방안을 비난하고 우리 대법원이 여러 번의 판례를 통해서 적화통일방안이라고 단정한 「이념과 체제의 공존 통일」을 내용으로 하는 金日成식 연방제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었다.
흥미 있는 것은 李鍾奭씨가 가졌던 1990년 가을의 이런 시각이 1993년의 박사학위 논문에서는 金日成·金正日 비판으로 변화되었다는 점이다. 李鍾奭씨가 북한체제를 내재적 비판적 접근법으로 연구하면서 느꼈던 고민이 엿보이는 논문이 있다. 그가 「역사비평 1990년 가을호에 썼던 「북한 연구 방법론, 비판과 대안」이란 논문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反北혐오증을 확대재생산하고자 하는 세력을 견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재적 비판적 관점을 통해서 주체적으로 북한의 긍정, 부정의 양면을 모두 보고 대중에게 이를 설명할 수 있어야 북한 바로알기운동은 훨씬 더 건강하게 조국통일의 길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북한 연구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북한의 내재적 논리의 현실 정합성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본다>
李鍾奭씨는 박사논문에서 주체사상이란 내재적 이론이 북한에 적용된 것의 정합성 여부를 비판적으로 연구한 결과 완전히 실패한 것이란 결론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李鍾奭씨가 학자적 양심에 입각하여 宋斗律식 내재적 접근법에 함몰되지 않고 비판적으로 북한 정권의 통치이념의 실천과정을 연구하여 부정적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평가해도 될 것 같다.
2000년 3월에 李鍾奭씨가 펴낸 「새로 쓴 현대북한의 이해」(역사비평사)의 머리글에는 더욱 진전된 북한 인식과 고민이 보인다.
<마치 북한의 주장이 북한 사회를 실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보면 그것은 큰 오판이다.(중략) 「적」이라는 현실과 끌어안아야 할 「형제」라는 당위가 모두 오늘의 북한 속에 공존해 있는 것이다. 북한의 적대성을 감소시켜 가며 공존과 동반자 관계로 이끌어가는 노력과 지혜가 필요하다>
2001년 黃長燁 선생은, 李鍾奭(당시 세종연구원)씨가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金大中 정부가 黃씨의 미국방문을 저지하는 것을 옹호한 데 대하여 반박하는 글을 써 언론기관에 보낸 적이 있었다. 黃長燁씨의 글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기사의 필자는 미국에 망명한 장승길씨의 실례까지 들면서 특수관리를 받는 망명객에게는 민주주의적 자유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설득해 보려고 애쓰고 있다. 우리는 미국에 망명한 어떤 작은 나라 사람이 아니다. 조국의 품에 안긴 한국인이다. 대국을 찾아가 생명의 안전을 구하는 망명객과 애국투사를 제대로 구별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조국으로의 망명이 가능하단 말인가>
黃씨는 최근 기자에게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아내는 내가 탈출한 직후 자살했고, 둘째 딸은 수용소로 가는 트럭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알고 있어요』
金大中 정부의 한 짓 중에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일들이 많지만 그 중 으뜸은 黃長燁, 金德弘 두 사람을 새장에 가두어 놓다시피해 놓고 입을 막고 발을 묶은 일일 것이다. 가족과 친지를 死地로 보내는, 인간으로선 못할 일을 하면서 金正日 타도를 위해 조국을 찾아온 두 사람에 대한,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부의 인권탄압에 민주세력임을 자처한 李鍾奭씨가 동조했다.
宋斗律식 내재적 접근법으로 북한체제를 연구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바로 북한 동포들에 대한 金正日의 무자비한 인권탄압에 無知하고 냉담하다는 점이다. 원초적으로 정의감이나 분노가 결핍된 사람들 같아 보이지만 북한에 대한 인식방법이 잘못된 탓일 것이다. 북한체제의 이론이나 문헌, 기준으로 북한을 연구한 사람들에겐 아예 탈북자, 수용소, 납치, 학살 같은 종목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로동신문에도, 金日成이 썼다는 책에도 그런 단어들은 나오지 않는다. 宋斗律과 그 제자들은 남북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북한 정권의 인권탄압을 빼고 金正日을 대하려 한다.
최근 우리 정부가 유엔의 對北 인권규탄 결의안 표결 때 불참한 것은 외교부의 뜻이 아니라 청와대 측의 지시 때문이었다는 말이 돌고 있다. 이 결정에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 李鍾奭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궁금하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 무지하고 무감각한 자칭 북한 전문가들이 추진하는 對北정책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그런 무감각과 무지의 연장선상에 金正日에 대한 굴종과 동족의 고통에 대한 외면과 이런 행동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철면피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 전문가로서 가장 큰 죄악은 金正日에 대해서 분노할 줄 모르는 양심의 마비인 것이다.
金大中·盧武鉉 정부의 對北정책에 대한 찬반은 북한을 가슴으로 이해한 사람과 머리로써 이해한 사람의 차이이다. 선전 문서로써 북한을 들여다본 사람과 인간을 통해서 북한을 느낀 사람의 차이이다. 북한의 본질을 이해한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의 차이이다. 金正日에 대한 분노와 대한민국에 대한 자랑이 없는 쪽과 있는 쪽의 차이이다.
좌파적 관점에서 북한을 연구한 사람들은 나중에 전향하더라도 반드시 이념적 흔적을 안게 된다. 교회에 다니다 안 다니게 된 사람도 예수 욕을 하지 않듯이 좌파 경험자들은 노선 수정을 한 다음에도 金日成·金正日을 비판하지 않으려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부정, 자기 학문의 부정, 자기 인생의 부정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金正日에 대한 판단 회피는 자연히 북한 동포들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이런 사람들이 對北 정책에 관계하면 人權不在의 원칙도 전략도 없는 계산과 전술만 춤추는 게임에 빠진다. 盧武鉉 대통령은 그런 사람들을 골라서 국가 안보·정보기관의 사령탑에 앉혔다.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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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악마의 대변인
- 조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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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10-04, 22: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