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현실주의 세력, 北정권과 '직접협상' 나서?

"미북직접 협상, 미군철수·한미동맹 약화로 이어져"
다음 달 20일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전후, 북한의 고위급 인사가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설(說)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당초 미국 방문설이 나돌았던 북한 측 고위인사는 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외무성 부상)이었다.

이와 관련, 워싱턴 외교에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26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1월 중순 이후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 즈음해 북한 고위인사가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면서 미 정부와 이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 측 인사의 방미가 누구를 통해 추진되고 있고 어떤 자격으로 방문하는 지, 구체적으로 언제 미국에 도착해 얼마간 머물 것인지 등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없는 상태.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북한 고위인사가 미국을 방문할 경우 이 인사는 친북 성향의 빌 리처드슨 미 상무장관 내정자, 매들린 올브라이트(유태계) 전 국무장관을 비롯, 북한과 지속적으로 접촉을 가져온 오바마 행정부 내 주요인사의 개인적 초청에 의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은 지난 달 7일 비영리 단체인 전미외교정책협회(NCAFP)가 주최한 비공개 토론회에 참석, 성 김 국무부 북핵 담당특사는 물론 도널드 그레그·토머스 허바드·스티븐 보스워스 등 전직 주한 대사, 스테이플턴 로이·윈스턴 로드 등 전직 주중 대사,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비롯한 ‘현실주의’ 계열의 전·현직 관리들을 만났다.

리근 국장은 또 이들 외에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한반도 외교자문팀장인 프랭크 자누지 상원 전문위원과 리처드 루가 상원의원 보좌관인 키이스 루스 씨, 한반도 전문가인 게리 새모어 외교협회 부회장과 리언 시걸 사회과학원 동북아프로젝트 팀장 등의 인사를 만났다.

이들은 모두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원하는 인사들이다. 이와 관련,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조성렬 신안보연구실장은 최근 프랭크 자누지 한반도 외교자문팀장의 말을 빌려 2012년 상반기를 목표로 해서 오바마가 ‘북핵폐기·미북수교·종전선언·한반도 평화체제’를 달성한다는 ‘오바마 대북로드맵’을 공개하며, 이명박 정부의 조속한 대북정책변화를 주장한 바 있다.

조 연구실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오바마는 2009년 ‘외교대표부’ 설치 및 6자간 한반도 평화체제논의→ ‘2010년 미북정상회담’과 ‘3자(미·북·중) 혹은 4자(남·북·미·중)간 종전회담’ 진행→ ‘2012년 미북수교’와 ‘종전선언’ 완료라는 대북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는 것.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2009년에 북한과 미국은 워싱턴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보다 높은 단계의 외교공관, 이른바 ‘외교대표부’를 설치, 북핵문제에 대한 협상을 전개하고 년 내 미 국무장관이 방북, 오바마의 방북과 미북정상회담을 준비하게 될 전망이다.

이듬해인 ‘2010년, 북한의 초청’ 형식으로 오바마가 방북, 김정일과 ‘미북정상회담’을 갖고, ‘미북수교’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와 동시에 6자(남·북·미·일·중·러)외무장관회담에서 2009년 봄부터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 2010년에는 정전협정 당사자들인 미·북·중국 간에 ‘미북정상회담’을 포함한 다양한 쌍무회담과 다자회담을 갖고 정전상태를 끝낼 ‘종전선언’ 문제를 협의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의 종착점은 2012년 상반기가 되며, 이때까지 오바마 행정부는 ‘미북수교’와 ‘종전선언’,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수립을 완료, 재선을 위한 외교적 업적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김정일 정권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의 입장을 고려, 미북 양자회담에 회의적인 견해를 가져왔다. 이와 관련 보수 성향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소위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해 미국과 직접 회담을 하자면서 한국을 제외시킬 때 그 외교적 상징적 의미는 미국이 북한의 주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데 의견을 일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미북 양자회담의 이면에는 김정일 정권이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 온 주한미군 철수 논리가 깔려 있음을 지적한다.

일례로 한성렬 북한 군축평화연구소 대리소장은 올해 초 영국 런던의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친북성향)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오직 ‘미군철수’ 등을 통한 미국의 적대적 조처 중지와 북미(北美)의 핵 폐기를 위한 동시적 조처 이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줄곧 미국 등 해외에서 김정일의 ‘대변인’ 역할을 해온 한성렬이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것은 북한이 앞으로 주한미군 철수론을 핵 협상에서 본격 거론하겠다는 신호나 다름없었다.

김성만(예비역 중장) 제독은 최근 <프리존뉴스>에 제공한 장문을 칼럼을 통해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한 이유는 차기 미 행정부와 함께 김정일의 건강악화를 감안해 미국과의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비핵화지대화와 안전보장’ 등의 조치를 조속한 시일 내에 완료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제독은 “종전선언·평화협정을 체결하면 UN사가 해체되고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설명한 뒤, 특히 “한반도 비핵지대화·안전보장이란 미군의 한반도 주둔과 한반도 주변으로서의 접근금지를 통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자는 것이다. 이것을 미국이 수용하면 북한은 WMD와 생산시설을 모두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북한이 이것(종전선언·평화협정)에 합의하면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약화로 인해 전쟁억제력이 크게 약화되고, 북한의 잦은 무력도발로 사회혼란이 야기되고 결국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국을 배제한 미북 간 합의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프리존뉴스 김필재 기자 (spooner1@freezonenews.com)

[관련기사] 美 국가정보위 보고서도 “북한은 ‘핵무기 국가’”
미래 예측 보고서 ‘글로벌 트렌드 2025’에서 기술


미 국방부 산하 합동군사사령부(USJFCOM)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명기한 가운데 미 국가정보위원회(NIC)의 보고서도 북한을 ‘핵무기 국가’로 기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NIC는 최근 발표한 미래 예측 보고서인 ‘글로벌 트렌드 2025’에서 “북한과 같은 ‘핵무기 국가’에서 정권교체가 발생할 가능성으로 인해 과연 이렇게 취약한 국가들이 자신들의 핵무기를 관리, 통제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NIC의 이 같은 기술내용은 USJFCOM이 ‘2008 합동작전 환경평가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대륙연안에 5개의 핵보유국 가운데 하나로 북한을 거론하고, 미 국방장관이 ‘포린 어페어즈’ 최근호 기고문에서 “북한이 여러 개의 핵폭탄을 제조했다'고 밝힌데 이어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 당국자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수 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우리는 북한을 결코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의 목표는 북한이 (핵보유) 능력을 갖추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6자회담을 여는 것도 북한을 비핵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USJSFOM이 아시아지역의 5개 핵보유국 중 하나로 북한을 기술한 ‘실수’를 조속히 바로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합동사령부는 이를 수정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어떤 방법을 통해 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USJSFOM 보고서는 미 정부의 정책이 아니라 개인의 관점을 반영한 것”이라며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친북성향의 한호석 통일학연구소장은 2007년 발표한 모 논문을 통해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가 초소형 고성능으로 50여기 정도 소유한 것으로 파악한 바 있다.

한 소장은 2차 대전 당시 “히로시마 상공에서 터진 핵폭탄이 티엔티(TNT) 15Kt이었고, 나가사키에서 터진 핵폭탄이 21Kt이었던 것과 비교하거나, 핵무기 설계기술이 발달한 핵 강국들이 2kt급 소형핵무기를 가지고 핵실험을 실시하는 것에 비교하면, 북한이 실험한 핵무기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초소형 핵탄두임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핵무기 양산체제를 갖춘 나라만이 핵실험을 실시할 수 있다. 1998년 5월에 북한과 공동으로 핵실험을 실시했던 파키스탄이 당시 핵무기가 10기 밖에 없었으나 오늘에는 50여 기를 가지고 있다”면서 “파키스탄의 핵무기 생산능력에 비춰볼 때, 북한도 50여 기 정도의 핵무기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한편, 리버럴(liberal) 성향의 오바마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7월23일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화를 하지 않고 있을 때 북한은 핵무기 8개를 개발했고...”라며 북한의 핵 개발 사실을 거론한 바 있다.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미 정부 측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미 국방부 등이 북한의 핵보유 사실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식·비공식 루트를 통해 확보한 유관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제조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사실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

이런 가운데 태통령 후보 시절 북한의 핵무기 개발 사실을 언급한 오바마 당선인의 ‘북핵 정책기조’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어차피 오바마와 ‘한 배’를 탄 게이츠 장관이 김정일 정권과 직접 협상을 하겠다는 오바마의 북핵 정책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물론 게이츠 장관의 기고문이나 USJSFOM의 보고서를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입장 변화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미국의 이 같은 태도는 2003년 리차드 할로란 군사전문 기자가 처음으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거론했을 때와 매우 유사하다.(2006년 7월30일 프리존뉴스 단독보도)

당시 할로란 기자의 기사가 보도된 이후 미군측은 주한미군의 병력규모 감축은 논의하고 있지 않다는 논평을 냈다. 그러나 그의 기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로 증명됐다. 따라서 북한의 핵보유 문제는 향후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현실화 된 것처럼 김정일 정권의 핵보유를 미국이 인정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프리존뉴스 김필재 기자 (spooner1@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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