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대통령의 말에 대한 재신임 여부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10월11일)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

'국회는 정책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곳이지 대통령 길들이는 곳이 아니다. 그리고 코드인사라는 말이 있는지 대통령의 코드인사가 뭘 말하는지 저는 모른다. 어느 나라에 코드인사라는 말이 있는지 모르겠다. 검찰인사가 코드 인사였나. 국방부 인사가 코드 인사였나. 자기들 마음에 안드는 인사라고 해서 대통령 인사를 코드라고 그렇게 몰아붙인 것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렇게 흔드니까 저는 지금 이미 국정혼란이 충분히 와 있다, 이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결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말을 분석하면 盧대통령의 인간됨과 사고방식이 드러난다. 그는 전날의 발언과는 달리 재신임 여부를 묻겠다는 이유로 '측근 부패'가 아닌 '국정혼란'을 들었다. 도덕성 훼손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재신임 여부를 묻겠다고 겸손하게 나오더니 하룻만에 국정혼란의 책임을 일부 신문과 야당에 돌리면서 국정혼란을 해소하기 위한 결단 운운하면서 공격적으로 나온다. 이는 敵反荷杖이 아닌가.

'국정혼란'의 책임도 자신이 아닌 남에게 돌리면서 말이다. 대통령과 측근들의 잘못으로 빚어진 국정혼란의 원인을 해소하려면 대통령이 사임하면 된다. 이게 결단이다. 대통령 책임제 아래서는 대통령의 사임도 그 책임정신을 구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임을 결심하면 말릴 방법도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결국 최도술씨 뇌물수수혐의 수사에 대한 반성으로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위기를 역이용하여 好機로 만들겠다는 계산으로 위헌 소지가 큰 도박에 나선 것이다.

이 도박에 걸려 있는 것은 그 자신의 운명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경제와 안보이기도 하다. 기업인은 회사의 운명을 걸고 모험할 수 있지만 남북무장대치상황에서 대한민국의 국군통수권자가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걸고 모험을 감행한다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이런 국가중대사를 이렇게 불성실하고 무책임하게 결정하고 발설한다는 이 자체가 불신임의 진정한 이유가 될 것 같다. 한자의 信을 살펴보면 인간을 믿는다는 것은 인간의 말을 믿는다는 뜻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과 불신임은 결국 그의 말에 대한 신임과 불신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노무현 정부를 믿을 수 있는가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있는가로 귀착된다.

그는 평소 정확한 말을 썼는가, 아니면 과장이나 거짓말을 했는가. 교양 있는 말을 썼는가. 아니면 저속어를 썼는가. 말을 실천했는가, 하지 않았는가. 자신의 과오에 대해 정직했는가, 아니면 비겁했는가. 대강 이런 것들이 재신임 여부를 결정할 때 참고로 해야 할 사항들이 아닐까.

위의 인용문에서 나타났듯이 기자들 앞에서 국회의 행정부 견제나 비판을 '대통령 길들이기'로 표현한 것은 대의정치를 개인감정차원으로 낮추어 설명하는 저속어이다. 그는 깽판, 개새끼. 건수, 막간다 등등의 말을 사용한 사람이다. 특히 '건수'라는 말은 범죄자들이 한 탕, 두 탕했다는 식으로 쓰는 말이기도 하고 악질 공무원들이 일반인들의 약점을 잡아 뜯어먹을 궁리를 할 때 쓰던 말이다. 사석에서도 '건수'라는 말을 쓰기가 꺼려지는 것은 이 말을 한 사람의 자질이 의심받기 때문이다. 일국의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이런 말을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보는 데 아주 유용한 분석수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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